"..인정한다, 커헉!
흐, 내가 졌군 용사여.
하지만 너도 이기지는 못할것이다."

"동반자살이라도 할 셈이냐?"

검은 피가 흐르는 채 무릎꿇고 있는 악마를 본다.
이 정도 힘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래도 팔 한쪽이면
나머지 몸은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팔이 아깝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아니지 아냐.
중요한건 메세지지.
이게 내 마지막이며 용사란 존재의 마지막이다.
이건 존재의 저주다."

갑자기 자기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건 제물 의식,
약식이어도 대악마의 심장이면 대주술급이다.

"이 세계의 그 누구도 이 순간부터 너,
---란 남자를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부모, 연인, 자식, 스승, 그 누구도!
하하하! 기대되는구나 그리고 아쉽구나.
그 모습을 이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게."

고작 그 잠깐 새에 그런 대주술을 벌였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설령 사실이라 해도

"...아니 난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부정이냐?
그 용사조차도 이렇게 추해지다니,
역시 목숨걸고 나올 가치가 있.."

푸욱

"설령 그 누구도 날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하늘과 땅,
그리고 나 자신이 기억한다."

사라진 추억은 다시 쌓으면 된다.
찢어진 책에서도 글귀는 시작된다.
잊어버린 이들과 새로운 이들
나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나아갈 것이다.
나는
용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