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 신께선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이리 말씀하셨죠. '그의 죄는 미워하되, 그 사람까지 미워하지 말라.'

그뜻은 미워해야 할 건 죄지,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달리 말하자면, 세상만물을 창조하신 신께서도 죄만큼은 사랑하실 수 없다는 뜻도 있어요.


오라버니, 저는 신과 달라요. 그렇기에 오라버니를 포함해, 오라버니의 죄까지 사랑할 수 있죠.

지금도 그러하고요.


그러니 오라버니도 마찬가지로 저를 포함하여, 저의 죄까지 사랑하여 주시길.

그리 하면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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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병으로 부모를 여의고 가족이라곤 서로밖에 없는 루키아 루시아 남매.

운 좋게 신전의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게 되고 시간이 지나 신전의 성직자가 된다.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남매는 장차 촉망받는 성직자로 꼽힌다.

최소 대주교, 잘하면 추기경, 정말 어쩌면 둘 중 하나는 교황이 되지 않을까 기대받는다.


하지만 정작 남매는 그런 데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고위 성직자가 되면 명예나 권위, 권력 등이 뒤따라 올 테지만 그럼에도.


남매의 진정한 관심사는 항상 서로였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가족이라곤 서로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남매의 서로를 향한 관심은 어느새 진해지고 끈적해져 집착이 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의 형태도 가족애에서 이성애로 변질되고 만다.


신전에선 성직자들의 결혼을 막지 않지만 근친은 엄연히 금지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금지된 사랑에 남매는 애만 타오르고.

결국, 우연한 계기로 선을 넘고 만다.


그제야 루키아는 자신이 부정을, 죄를 저질렀음을 깨닫고 고뇌하나, 루시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과감하게 겉으로 드러내보이려 할뿐.


이대로라면 언젠가 들키게 될 상황.

루키아는 들키고 난 뒤의 일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쇠약해진다.

반면 루시아는 일체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건지,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건지 몰라도 늘 떳떳하게 다닌다.


날이 갈수록 루키아의 상태는 악화되고.

설상가상으로 아예 정신을 무너트리는 사건이 터진다.


루시아가 식사 도중 헛구역질을 한 것.


늘 한 곳에 모여서 식사하는 성직자들 특성 상, 루시아의 헛구역질을 다른 성직자들도 보게 된다.

이 일로 루시아는 의사의 검진을 받게 되고 임신이라는 결과를 통보받는다.


루키아가 죄의식을 느끼며 고뇌할 동안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던 루시아조차 임신이라는 통보 앞에서는 당황한다.

남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대책 하나 세우지 않았으니까.


결국, 루시아는 다른 성직자들에게서 비난받고 추궁받는다.

왜 혼전관계를 가졌느냐, 밤을 함께한 남자는 누구냐 등.


하지만 루시아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다.


남들보다 더 몸가짐을 바르게 가져야 할 성직자가 부정을 저질렀으니 루시아에게 내려올 징계는 무척이나 엄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루시아는 환속, 아이는 신전의 고아원에 맞겨질 예정.


이에 루키아는 루시아에게 내려진 징계를 보고 고민한다.

함께 죄악을 저질렀음에도 한쪽은 벌을 받고 한쪽은 그저 숨기기만 하고.

이래선 되는 걸까? 하고.


결국 루키아는 루시아의 죄까지 짊어지기로 결정한다.

자신의 상급자에게 찾아가 고해성사를 청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루시아를 강제로 범했음을 거짓으로 고한다.


부모님을 여읜 뒤로 루키아에게 루시아는 하나 남은 가족이라 유난히 더 사랑했노라고.

어려선 분명 가족애였는데, 사춘기와 2차 성징이 지나 서로의 몸에 변화가 생겼을 때, 그때 사랑의 형태가 변했노라고.

루시아에게 가족이란 명목으로 접근하여 오빠의 사랑이란 명목으로 범했노라고.

루시아는 울며 저항하고 자신을 말렸지만 성인 남성의 악력을 이기지 못했노라고.


이에 상급자는 루키아에게 반문한다.

어째서 루시아는 비난을 듣고 추궁을 당했을 때, 사실을 고하지 않았냐고.


그 말에 루키아는.

아마도 가족의 허물을 덮어주고자 자신이 다 뒤집어 쓰려고 했을 거라고 말한다.

거기에 자신이 그동안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까닭은 루시아를 범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고 덧붙인다.


이후 루키아는 여동생을 강제로 범했다는 죄목으로 화형을 선고받고.

루시아는 동정어린 시선을 받으며 감옥에서 풀려난다.


허나, 루시아 입장에선 감옥에만 있었으니 자신이 풀려난 전말을 알 수 없던 노릇.

하는 수 없이 동료 성직자들에게 자신이 풀려난 까닭을 묻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답안은 루시아가 까무러칠만한 말이었다.

루키아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는 것.


머리가 좋았던 루시아는 그 말만으로 전말을 파악하고 루키아가 어딨는지 묻는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루시아가 풀려나기 며칠 전, 편지 한 장 남기고 화형당했다는 것.

끝내 루시아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머물던 거처에서 깨어난다.


루시아는 자신의 머리맡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발신인을 보니 루키아가 보낸 편지였다.


허겁지겁 편지 봉투를 찢고 편지를 읽기 시작한 루시아.

편지의 내용은.

대강 여전히 루시아, 너를 사랑하고 너의 죄를 내가 짊어지겠다는 것과.

이로 인해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뱃속에 품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달라는 것.

그뿐이었다.


편지를 다 읽은 루시아는 눈물흘리고 속으로 그리 하겠다고 맹세한다.


이후 시간이 몇 년 흘러,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루시아에게 묻는다.


그리고 루시아는 아이를 다리 위에 앉히곤 조용히 입을 연다.

너의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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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장붕이가 노벨ai로 그림 올렸는데,

백발의 남녀가 서로를 쳐다보는 그림이었음.


그거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한 번 소재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