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길거리를 걷던 와중 우연히 검은 노트가 길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뭔가 싶어 표지를 살펴보니, 검은색 노트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Death Note.


 ‘죽음의 노트...라는 건가?’


 이게 뭘까 싶어 의아해진 를르슈는 노트를 펼쳐보았다. 노트를 펼치자, 그곳에는 브리타니아어로 작성된 설명서가 들어있었다. 그 필체는, 인간의 것이라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괴했다.


 The human whose name is written in this note shall die,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인간은 죽는다.) 


 This note will not take effect unless the writer has the person's face in their mind when writing his/her name. There fore , people sharing the same name will not be affected

 (이름을 적은 인물의 얼굴을 알고 있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한번에 없애는 효과는 없다.)   


 If the cause of death is written within 40 seconds of writing the person's name, it will happen.

 (이름 다음에 인간계 단위로 40초 이내에 사인을 적으면 그대로 실현된다.)


 If the cause of death is not specified, the person will simply die of a heart attack.

 (사인을 적지 않으면 모두 심장마비로 죽는다.)


 After writing the cause of death, details of the death should be written in the next 6 minutes and 40 seconds 

 (사인을 적으면 죽을 때의 자세한 상황을 기재할 6분 40초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정말, 장난도 이 정도면 유치하군. 행운의 편지 이후로 발전한 게 없잖아.”


  를르슈는 이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버리려고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자꾸 ‘사용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반역을 일으켜야 한다면, 이 정도는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를르슈는 노트를 집에 가지고 갔다. 그리고는, 때마침 뉴스에서 들려오는 AREA 11의 부패 정치인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다.


 어차피 장난일 것이 뻔한데, 괜한 짓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녀석들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를르슈는 노트를 책상에 고이 놓아두고 나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죽었어...?”


 그렇다. 죽은 것이다. 를르슈가 부패 정치인들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더니, 그들이 모두 죽어있었다. 


  “설마?”


 를르슈는 서둘러서 노트를 찾았다. 그 이외의 다른 이가 사용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


 한 건물, 그 건물 안으로 한 남자가 돌아온다, 그리고는 계단을 올라서며, 서랍 속에 있는 무언가를 손에 넣었다.

 

 ‘필요한건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노트에 빼곡하게 적힌 이름의 나열을 보고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를르슈였다. 그는 요즘 들어 가장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를르슈의 광소가 계속되던 와중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이상한 소리를 해대며 나타났다.


 “마음에 든 모양이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도저히 인간의 기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생김세를 하고 있었다. 괴상하다 못해 형이상학적인 수준이었따.


 “우와아악!”


 “뭘 그렇게 놀라지? 데스노트의 원래 주인, 사신 류크다. 조금 전 모습을 보니 그 노트가 보통 노트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나 보군.”


 를르슈는 잠시 휘청거리면서도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는 일어나며 아주 또박또박 말했다.


 “난 별로 놀라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지.”


 “호오.”


 사신은 흥미를 보이는 듯 했다.


 “난 이미 이 노트를 진짜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를 직시함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됐지. 게다가 묻고 싶은 것도 있고 말야.”


 그리고 그는 노트를 펼쳐서 사신의 앞에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곳에 보이는 것은 빼곡히 적힌 수많은 이름들.


 “크크크, 이거 굉장한걸. 오히려 내 쪽이 놀랐다. 과거 몇 번인가 데스노트가 인간계에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하지만, 고작 5일 만에 이렇게 많이 적은 건 네가 처음이야. 보통 인간이라면 겁나서 이렇게까지 많이 적지는 못하지.”


 그러자 를르슈가 각오를 다지고 한 가지 물어보았다.


 “각오는 되어있다. 나는 사신의 노트를 썼고, 사신이 왔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양혼을 빼앗기는 건가?”


 “응? 뭐야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제멋대로의 이미지인가? 난 네게 아무짓도 안해. 노트는 인간계에 떨어진 시점에서 인간계의 것이 된다. 이젠 그건 네 거야.”


 “.....내거.”


 “필요 없으면 다른 녀석에게 넘겨주던가, 그때는 네 데스노트에 관한 기억만 지워주도록 할게. 그리고...”


 그리고 그는 창밖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내 모습은 노트를 사용한 너에게 밖에 보이지 않아. 물론 목소리도 너만 들을 수 있지. 데스노트가, 인간인 너와 신인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연결고리... 그럼 정말로 데스노트를 사용한 대가는 없는 거겠지?”


 그가 다시 들어왔다.


 “굳이 말한다면... 그 노트를 사용한 자만이 갖게 되는 고뇌와 공포, 그리고...”


 “.....”


 “그건 죽은 다음에 기대하도록 해.”


 를르슈의 머리에서 땀이 흘렀다.


 “그럼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왜 날 선택했지?”


 를르슈의 질문에, 류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 크큭. 자만하지 마셔, 난 그저 노트를 잃어버린 것뿐이야, 현명한 자신이 선택 된 거라고 생각한 거냐? 어쩌다 이 부근에 떨어뜨리게 되었고, 어쩌다 그걸 네가 주운 거다.”


 “그럼 왜 떨어뜨렸나? 정중하게 사용법까지 적어놓고는 ‘실수로 떨어뜨렸다’같은 대답은 하지 마!”


 “왜냐하면, 따분했으니까, 난 여기 있는 편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 판단한 거다. 그건 그렇고, 정말 엄청나게 많이 적어 넣었는걸.”


 “뭐, 그래. 그 노트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거든.”


*


 이 노트, 역시 진짜였어! 한... 한번만 더... 과연 어떻게 될까?


 노트에 이름을 적자, 유명한 범죄자들이 전부 죽었다. 사망원인은 하나같이 심장마비.


 “확...확실히. 이건 진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사람을... 죽였어... 어쩌지. 이런 무서운 노트 따위... 아니, 항상 생각하던 일이잖아. 브리타니아는 썩었다고. 썩어빠진 놈은 죽는게 나아. 이 노트만 있으면 브리타니아가 사라진 세상을 만들 수 있어.’


 문제는... 정신력.


 당연하다, 남의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다,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만둘까?


 그만두면 안 돼, 내 정신이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대로는 안 돼. 이 노트를 누군가에게 건네준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굉장한 사람이 있을 턱이 없잖아. 


....... 하지만...


 나라면 할 수 있다. 아니,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하자!!


 데스노트로 브리타니아를 타도하는 거야.


*


 “호오.”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들었지만, 복수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해서 죽였어. 요즘 세상은 참 편리하더군.”


 그러자 류크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왜 사망원인을 적지 않았지? 귀찮아서 그랬나?”


 “이유를 적지 않으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데스노트의 가장 좋은 점이 그것이었지. 이미 주요 브리타니아의 잡범들은 다 죽였기 때문에 죽는 사람의 레벨은 점점 올라가고 있어.


 그런데 그 범죄자들의 사인이 전부 심장마비라면, 그 어떤 바보라도 누군가가 정의의 심판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거지.


 브리타니아를 타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브리타니아의 파멸! 그렇게 되면 세계는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겠지. 아무리 브리키 녀석들이 어리석다고 해도 언젠가는 깨닫고 말거야.


 다가온 브리타니아의 파멸을!”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 * *


 기아스 대신 데스노트를 얻은 를르슈


 과연 반역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