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는 13시를 가리켰다. 종이 몇 번 쳤으며, 나는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렇다. 심장마비였다.


 



나는 겨우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객관적으로 서술하게 된 것은, 나 자신이 이제 나 자신으로서 남아있을 수 없게 되어버려서 그렇다고나 할까……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유체이탈 비슷한 것이려나? 나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이 세계에 어떠한 물리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물건을 건드리면 그저 훅 하고 지나가 버릴 뿐이다. 가만히 있으면 땅 밑으로 몸이 꺼져버리기 때문에 계속해서 허우적 거려야만 한다. 젠장, 이건 무슨 사태란 말인가?


 



그보다 약 10분 동안 나를 계속 찍어대는 사람들이 매우 불쾌했다.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나를 좀 살렸어야 하지 않을까? 당황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지점은 한참 전에 지났다. 시체를 옆에 두고 SNS를 하고 있다니. 그 전에 119에라도 신고를 해줬으면, 내가 어떻게든 살 수 있었을 탠데…….


 



그런 생각으로 땅에 꺼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내 앞에 웜홀과도 비슷한 것이 보였다. 일반적인 물질세계에 전혀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웜홀은(그야 사람들이 다 통과하고 지나가니까) 어째서인지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들어갔다. 어차피 이대로 살아봤자(별로 살아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유령으로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겠는가? 게다가 영혼이 실존한다면 사후세계가 실존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딱히 천국에 갈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정은, 내가 살아온 지난 27년 3개월의 세월 동안 최악의 결정이었다.


 



혹시 알고 있는가?


 



태양계의 넓이가 30AU(1AU=149,597,870,700m)나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은하의 길이는 27700광년 이라는 사실을,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지구를 중심으로 465억 광년, 총 930억 광년의 규모라는 것을. 그마저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별과별이 서로 정답게 어울려 있는 광경을 생각하고는 하지만, 사실 이 넓디넓은 우주의 대부분은 텅 비어있을 뿐이다. 이 넓디넓은 검은 바다에서 천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 5%중에서도 오로지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에 위치한 지구형 행성에서만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행성이라 해도 테라포밍 같은 절차 없이 인간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성과 화성의 예를 보다시피 좁은 골디락스 존 내에 들어가 있더라도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생명체가 거주하지 못할 수 있다. 골디락스 존 내에, 암석 행성이어야 하며, 액화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대기압과 대기 구성 역시 적절해야 실제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혹시 알고 있는가?


 



지구의 표면적이 자그마치 5억 1,007만 2,000 제곱킬로미터나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중 육지의 넓이는 그 지구의 1/3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게다가 그 육지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있는 장소가 극도로 제한되어있다는 사실을.


 



정글, 사막, 극지방, 바다, 심해, 뭐 그런 곳에 떨어지면 인간이 생존할 확률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 극도로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고 살아남은 70억의 지구인들에게 경의를 표하자. 모든 지구인들은 수천억 수천조의 확률을 뚫고 살아남은 초 행운아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내가 웜홀을 통과한 것을 ‘최악의 결정’이라고 판단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저 텅 비어있는 칠흑의 공간, 그곳에 존재하는 무수한 암석 파편들. 그리고 몇 개의 행성과, 지나치게 밝은 항성을 볼 수 있었다.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더욱 악질적인 사실은, 인간이 공기 없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내 두 번째 삶은 시작하자마자 시한부 인생에 돌입했다. 아무리 시한부 인생이라고 해도 그렇지, 3분이 뭔가, 3분이...



내가 배운 지식이 맞는다면, 아마도 이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가 틀림없다.


 



내가 경악에 빠진지 20초도 지나지 않아, 웬 소행성 하나가 내 몸에 돌진했고ㅡ


 



ㅡ뜬금없는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얻어맞은 나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 * *


대충 죽어도 죽어도 부활하는 주인공이 심해 7천미터나 화산 분화구 한가운데, 성층권 한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의 머리 위, 이오시프 스탈린의 관저 한가운데 같은 이상한 곳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소재 생각남.


나무위키에서 대충 배낀거라 과학적 고증은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