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받아봤는데 거절했음

복받은 새끼라고 하면 진짜 할말이 없는데 당시에는 되게 심각했음


지금도 그렇긴한데 내가 어릴때부터 인간혐오가 정말 심했거든

오히려 나이 좀 먹으니까 나아지긴 하더라

학교에서도 맨날 내자리에만 쳐박혀 있고, 나한테 말거는거 대답해주는거 아니면 내가 말 건 적은 잘 없음

당연히 유동인구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알바는 하지도 못했음

그래서 중학교때 6천원, 고등학교때 용돈 만원받고 살면서 돈 쓰는건 진짜 고민하면서 썼음


고백을 받았을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거였음

만약 사귀게 되면 선물도 해주고, 같이 놀러다니고 해야되는데 알바 가능할까?

다른 사람들이랑 부데끼면서 숨막히는 생활을 해야되지 않을까?

또 놀러다니면서 이곳저곳 다녀야될텐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힘들겠지?

아니 그보다 내가 이러는걸 얘가 이해해줄까?

나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되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말을 해줘야 될까?

근데 과연 이런 얘기들을 하는 나한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이사람이랑 어떻게 사귀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사귀게 되면서 겪게 될 문제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더라


그냥 이것들보다도 내가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음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거 자체가 상상이 안갔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건 창작물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제대로 거절도 못하고 도망쳤음


고백을 3번 받아봤는데 다 나에게 분에 넘치는 사람들이였음


근데 처음을 이렇게 시작하니까 이런 생각들에 죄책감까지 더해져서 내가 이 사람과 연애한다는걸 모르게 됐음


그래서 또 제대로 거절도 안하고 도망쳤음


다신 안그러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또 그러는거 보니까 내 자신이 너무 그냥... 그냥 모르게 됐음


이렇다보니 내가 누구랑 연애한다는것 자체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그야 솔직히 사람 마음 갖고 논 쓰레기잖아


그래서 연애는 깔끔하게 포기함...


사실 여기 챈이나 인터넷에서 고백받았다/고백했다같은 연애썰 보면 그냥 순수하게 축하해줌


고백썰 돌길래 풀어봤는데 솔직히 지금도 무슨 심정으로 적는건지 잘 모르겠음


현실에선 친구들한테도, 아무한테도 할 수 없는 말이라 인터넷이니까 그냥 적은거겠지


아무튼 장붕이들은 누가 고백하면 심사숙고해서 잘 해결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