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불이 다 꺼진 어두운 단칸 방.

방 한가운데에는 한 남자의 얼굴만이 컴퓨터 모니터 불빛에 비쳐 하얗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키야! 별게 야스냐? 이게 바로 야스지!”

남자의 컴퓨터 책상 위에는 다 식어빠진 편의점 치킨과 김빠진 초록색 코끼리가 그려진 포장지의 맥주 그리고 이리저리 뭉쳐져 대충 놓여있는 두루마리 휴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건 지고의 명작이다….”

그 남자, 아니 나는 일이 많아서 그동안 하지 못해 밀려있던 미연시와 게임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감탄을 연신 내뱉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합하여 내 스스로 엄선한 리스트의 미연시, 게임만 하는 휴식일. 이건 진짜 천국, 야스다.

미연시, 게임과 함께한 알코올 기운이 몸에 흐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주로 미연시와 게임 속 주인공은 대게 개연성이 넘치는 외모와 넘쳐흐르는 재능과 길에서 굴러다니는 기연을 가진다.

이때 삼류는 이런 창작물 속의 주인공을 보고 초연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듯 하면서 뒤에서는 음습하게 자신의 인생과 비교하면서 과몰입 하면서 질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창작물과 진짜를 구분 못하는 불쌍한 인생들.

이류는 주인공들의 행보를 자신에게 이입, 대입하면서 동일시하여 상상한다. 마치 그 게임 속의 주인공을 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창작물을 즐기는 전통적 방법 중 하나라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일류는 마치 내가 신이 된 것 마냥 초월자적 입장에서 게임을 관찰하면서 건전히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랄이 풍작이다.

사실 이런 걸 일류, 이류, 삼류로 나누는 것이 음습하고 불쌍한 인생 그 자체 아닐까?

오늘 이렇게 내가 미연시로 딸을 잡고 있는 도중에도 나와 다른, 그래. 마치 게임 속 주인공들 같은 리얼 월드의 주인공들은 어디 좋은 호텔방을 잡아 리얼 섹스를 즐기고 있겠지.

야스가 아니라.

당장 나도 어제까지 길드의 A급 헌터 녀석의 섹파녀 시다바리를 하다가 겨우 오늘 휴식일을 챙기지 않았던가.

부모님이 던전에서 기어 올라온 몬스터들에게 돌아가시고 하릴없이 부모님의 유산과 정부보조금을 까먹는 백수생활을 하다가 어찌어찌 마나를 각성하게 된지 어언 5년.  

마나를 각성한 후, 백수생활을 접고 없는 돈 있는 돈 긁어모아 헌터사설학원에 등록해 겨우 국가공인헌터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자격증이 발급된 날, 나도 드디어 헌터가 되어 인생 좀 피겠구나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나 같이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후천적으로 마나를 각성한 헌터들은 어렸을 때부터 각성한 헌터들과 달리 대게 재능의 한계점이 명백하다는 것이 현 헌터계의 통설.

내가 생각한 잘나가는 헌터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고등급의 헌터였기에 어렸을 적부터 마나를 각성하고 재능의 씨도 다른 자들 이었다.

심지어 나는 허접한 사설학원 출신의 헌터.

잘나가는 자들은 대부분 고급 아카데미 출신이었다.

이들은 위에서는 당겨주고 아래서는 밀어주는 완벽한 시스템의 학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들이었다.

거기에 서로가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연결된 혈연을 나는 뚫을 수 없었다.

나 같은 무명소졸은 그자들의 발판이 되어주는 시다바리였다.

그래.

나는 그런 주인공들에게 과몰입하고 질투하는 삼류이며,

그들과 같은 삶을 이입하고 싶은 이류이며,

꼴에는 주인공들을 비웃는 척하면서 나는 초월자적 관찰자라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뒤에서는 주인공들을 부러워하는 가짜 일류인 것이다.

…술에 취한 상태로 딸을 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휘감아 돌았다.

그 순간 싸구려 편의점 치킨의 눅눅한 식은 기름내와 딸휴지에 나는 비릿한 밤꽃내음이 코를 찔렀고, 이는 평상시보다 더 취해 있던 내 몸에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구욱, 구웨우웨우우웩!!”

모든 것을 게워냈다. 그 동안 먹었던 것도, 그때까지 휘몰아쳤던 생각과 감정도.

“으으으….”

점점 시야가 점멸된다.

입 주변엔 토사물의 찌꺼기가 뭍은 채 쓰러진다.

등에는 화장실의 차가운 타일 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씨이이발….”

참으로 음습하고 쓰레기 같은 생각이지만, 내가 만약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된다면 나도 내가 부러워했던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

………

『 사용자 이시우는 “시스템:게임유희”를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엥? 시바끄, 이 무신 소린교?”


이건…, 섹스다.







그래서 프롤로그만 적어봐씀...
누가 더 써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