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
그리고 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죽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다.

뭔 나루토 예토전생하냐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처음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했을 당시

(사실 정확한 시기는 모른다. 대충 짐작만 할 뿐)
다른 세계의 신을 만났다. 자기 세계 좀 구해달랜다.

이세계물이 실존하는 거라고?
그럼 그 다마스가 전생다마스였던 거였어?! 는 개뿔 그냥 사고로 죽은게 맞댄다.
여튼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른게 날 살려준댔다.
여러 종류의 행운도 쥐어주고, 내가 원하는 때에 다시 데려가겠단다.
일종의 선입금 형식인데..
여하튼 그렇게 인생을 즐기다 재미가 떨어질 때쯤 신을 부르고 다른 세계에서 깨어났다는 소리다.


낯선 천장이다.
크... 속으로 국룰대사를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어잇 시발 깜짝아

환영합니다. 용사님
전생하시면서 대략적인 얼개는 아시겠지만, 용사님은 현재 본래 살던 세상에서 죽음 이후 전생 및 전생 이후 환경 처우 개선에 협조하시는 것을 동의하시고, 그 댓가로 추가적인 양질을 삶을 살다가 계약에 따라 전생하신 걸 인지하고 계십니까?

?????

네...?

인지하고 계신걸로 확인되셨습니다. 절차 진행토록 하시죠.
뒷사람과 뭔가 결정하는가 싶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본 과정은 매뉴얼대로 투명하게 진행되오며, 언제든 질문이
가능합니다.

용사 초기 대응 매뉴얼 절차 0-K'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상황은 지금부터 녹화되고, 용사 관리국 내 보안레벨 2급 이상부터 열람 가능한 자료로 취급되어 보관됩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질문에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주시먼 감사하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야만 저희가 용사님에게 필요한 커리큘럼 및 서포팅을 계획할 수 있으니, 과정 중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답하기 곤란하신 질문은 저희도 굳이 캐묻지 않겠습니다만,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마법이 시전됨을 고지드립니다.
시전될 마법 목록은 거짓말 탐지, 악의 감지, 기억력 활성화, 친근함, 지식 주입, 통찰력 강화입니다.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왜 갑자기 보험판매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매뉴얼은 또 뭐야? 아니 잠깐 잠깐

어...잠시..잠깐만요. 그거 다 걸어야만 되요? 아니 됩니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용사님. 어떤것이 문제가 될까요?

그..친근함 마법이란게 얼핏 듣기엔 친구같이 느끼게 만드는 마법같은데, 제가 입이 좀 싼 편이라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미주알고주알 말해버릴거 같거든요?

알겠습니다. 그 마법은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해도 될까요?

순간 뒤에서 뭔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것도 뭔가 점수같은게 매겨지는건가?
살짝 소름이 돋는거 같은데..일단 대답부터 해야지



먼저 실례가 안된다면 용사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김장붕이요

이름을 말한 뒤로도 이어진 질문에 한참을 대답했다.
출생 지역, 나이, 학력, 전공, 학점, 군필 여부, 가정사, 연애, 성취향, 직업, 범죄 이력, 본인이 생각하는 성격과 특기, 전생 결심 시점과 그 이후의 삶

대충 왜 저런 마법들 걸은건지 알겠다. 너무 오래되서 희미한 기억도 꽤 선명하게 떠오르고, 이 세계의 전반 지식이 들어온 덕분에 서로 오해가 생길 답변도 생기지 않았다.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게 거부감이 좀 들긴 했지만, 아까부터 등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이상으로 0-K' 절차를 마치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장붕 용사님 용사 임시식별 번호 0-K-3-LFG-4-11 로 등록되었으며, 커리큘럼 또한 CK-3-LFG-4 절차에 따라 시작될 것입니다.

맙소사 용사 매뉴얼과 커리큘럼이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용사들이 갈려나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