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열심히 하던 게임이 있어서 공식 팬카페에도 가입하고 그랬었음

거기에 따로 소설 게시판도 있었는데 당연하지만 게임 2차 창작 소설이 주로 올라왔었음


근데 어느 날 좀 이질적인 분위기의 소설을 올리는 사람이 등장함

솔직히 게임 자체가 잼민이겜이라 유저층도 대부분 미성년자였는데 그 사람이 성교를 암시하는 내용의 소설을 올려서

그거 때문에 소설 게시판에 19금 소설을 올려도 되는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음


내 기억으로 그 사람한테서 겜안분 느낌이 팍팍 나서 좀 띠꺼웠던 기억이 있음

게임 팬카페에서 소설만 올리는데 게임이랑 전혀 관련 없는 내용만 올리니까...



아무튼 그 사람이 새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걸 읽다가 어? 하는 내용이 있었음

내용을 대충 설명하면

귀족가의 딸인 주인공이 어느 파티에 참가했다가 깨어나 보니 이미 중년이 되어있었고,

자기가 남편이라고 하는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렸다고 하는데...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음?


어릴 때 부모님이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리셨는데

나 읽으라고 빌려준 책은 다 읽어서 부모님 읽던 책도 초반만 잠깐 들춰본 적이 있었단 말임

그 사람이 올렸던 소설이 거기서 딱 봤던 내용에 대충 중세 스킨만 씌운 내용이었던 거임

근데 정말 우연의 일치였을 수도 있잖음? 그래서 그 사람 다음 글을 보고 판단하려고 함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음 글이 올라옴

원본 소설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고 주인공이 의사에게 끌리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역할을 똑같이 하는 사람이 그대로 등장하기에 딱 걸렸다 하고 바로 고로시 시도함



근데 문제가 있었음

바로 내가 책 제목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

심지어 지금도 기억 안 나네 분명 나중에 찾았었는데


아 찾았다 내가 잠들기 전에!!!! 이거임 후


그 당시에도 책 제목을 알아내려고 한참 헤맸지만 중딩 시절 검색 능력은 좀 처참했기 때문에 결국 못 찾았고

그 책을 읽었던 것도 이미 몇 달 지난 뒤라 도서관 대여기록으로 찾기도 힘들었음


하지만 그래도 이건 100% 표절이니까 올리는 게 맞다! 하고

'님들 이거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제가 예전에 본 외국 소설이랑 내용이 완전히 똑같아요! 표절임!'

이렇게 글을 올렸는데...


표절한 놈은 '아 정말요? 저는 표절 안 했는데... 정말 안 했는데 그렇다고 하니 접겠습니다...' 이러고 튀어버리고

카페 스탭이랑 다른 사람들은 '? 증거 어디?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거 가지고 뭐라 하네.' 이렇게 꼽 주고...

분명 내 말이 맞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진짜 너무 억울했음


딱 봐도 각이 나오잖음

게임 팬카페에서 굳이 게임이랑 전혀 상관없는 19금 소설을 써서 올린다?

이건 못 알아볼 글 표절하느라 자연스레 그런 글을 올린 거고


마찬가지로 내가 우연히 읽었던 소설도 스릴러인데 보통 잼민이들이 스릴러를 읽겠냐고...

당연히 못 알아볼 거니까 표절해서 올린 거였을 텐데...


증거가 없으니까 나만 좋은 분위기 깨고 창작자 하나 내쫓아버린 병신이 돼버린 거임...

그 뒤로 약간 힘 빠져서 게임도 카페도 점점 안 하다가 결국 접었었음


후... 아무튼 그 이후로 고로시각이 보이면 확실한 증거부터 모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음

장붕이들도 고로시각 보여도 무작정 꼴박하지 말고 증거부터 모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