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 꿈은 포켓몬 마스터였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버터플 야도란 피죤투 또가스와 함께 포켓몬 세상을 돌아다니는 꿈까지 꿀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였지.


 물론 어른이 되고 난 다음에도 포켓몬은 좋아했지만, 7세대 울썬문부터 시작된 게임프리크의 만행 때문에 거의 탈덕 수준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추억팔이용으로 포켓몬을 한 번 플레이해보았을 뿐인데, 인류 부조리의 응축과 높으신 분들의 고도의 악의와 작가의 사정과 세계의 억지력 및 원활한 진행을 위한 편의주의적 전개 등에 의해서 당연히 빙의 당했다.



공박사: 스타팅 포켓몬을 고르렴! 파이어, 니드런 수컷, 아라리 3중 1택이란다!


 '요테리뿔! 쁘사이저 알까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랜더마이저가 적용된 포켓몬 랜덤 버전으로!


 어떤 버튜버가 랜덤 버전을 방송용으로 쓰는 걸 보고 추억팔이용으로 따라해봤을 뿐인데, 이렇게 랜덤 하트골드에 빙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고로 랜덤 버전이란 반바지 꼬마의 아르세우스가 튀어오르기를 사용하고, 챔피언의 잉어킹이 공간절단을 사용하는 궁극의 운빨좆망겜이 아니던가?


원작 지식조차 무의미한 이딴 세상에서,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하여간, 내 선택은 파이어였다.


 진화루트조차 랜덤인 이 막장 세상에서 니드런이나 아라리를 선택했다가 그게 잉여킹이나 안농으로 진화하기라도 하면 끝장이었으니까.


 그래도 전설의 3새가 그나마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특성이... 게으름...


 시발 이 운빨좆망겜 진짜 나한태 왜 이러는데!


 그래, 기술배치라도 그나마 정상적이어야 하는데...


 튀어오르기, 몸통박치기, 막치기, 할퀴기?


 시발?


 "야 이 아르세우스 새끼야!!!!"


하여튼... 공박사의 부탁에 따라 이 잉여같은 파이어를 가지고 심부름을 수행하러 가는 처지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꿈, 포켓몬 마스터를 이룰 기회가 왔음에도 조금도 기쁘지 않다.


이딴 잉여 파이어를 쓸 바에야 차라리 치코리타 6마리로 포켓몬 리그에 도전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는데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풀숲에서 치코리타가 나왔다.


...이 아르세우스 새끼가 진짜 나를 놀리는 건가?


빡친 김에 치코리타나 샌드백으로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는데...


[야생 치코리타는 심판의뭉치를 사용했다!]


 "시발!!!"


 

맙소사... 나 지금 풀가족천민, 타는 쓰레기 치코리타 따위에 졌어?


불쌍한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