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즐겨했던 게임이 있었다


이름은 '로스트 어스'


외계종족에 의해 멸망한 아포칼립스에서 미소녀 로봇들과 함께 싸워나간다는 그런 흔한 모바일수집겜이었다


그래도 캐릭터들의 모습이 취향에 맞았고 모바일겜 초창기부터 했던 게임이라 꽤 오래했었다 대충 6~7년 정도?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서부터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눈치채보니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지 2년이나 지나있었다


소위 접었었다고 할 수 있는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이 '로스트 어스'가 다시 생각난 까닭은 광고때문이었다


바로 리부트를 단행한다는 얘기.


하긴 내가 플레이한 기간과 접었던 기간까지 합치면 햇수로만 10년 가까이된 올드 게임이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섭종하지 않고 리부트를 한다는 점에서 게임사의 애정이 보이는 부분


커뮤니티를 뒤져보니 유저들의 반응도 꽤 호의적이었다. 물론 거기엔 기존유저들에 대한 빠방한 보상정책이 한몫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구경을 하다보니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속된 말로 뽐뿌가 올라오더라

최근에 직장에도 정착해서 예전만큼 정신없지 않고 나름 취미생활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생겼던 나는 다시 한번 '로스트 어스'를 즐겨보기로 했다


"일단 계정부터 확인해볼까."


추억도 돌아볼겸 예전 계정이 잘 있나 확인해보기 위해 게임에 들어간 순간


'드디어 돌아왔구나!'

'이제 놓치지 않아'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가 울먹거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땐


"여긴 로스트 어스의 사령관실...?"


로스트 어스에 나오는 주인공이자 사령관 즉 내 캐릭터의 사무실에 앉아있었고


"하핫... 지휘관 오랜만이에요?"


부관으로 세워뒀던 서약 캐릭터가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피폐해진 모습으로 


찰칵!


"이제 다시는 떠나지 못하게 해드릴거에요."


내 몸을 구속하고 있었다.




주인공이 겜을 접었던 2년동안 주인을 잃은채 쓸쓸하게 버티면서 정신이 반쯤 망가져버려서 후피집얀데레가 되어버린 미소녀캐릭터들에게서 주인공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웨딩스킨 입혀주고 서약한지 몇시간도 안된 바로 다음날부터 홀로 남겨져 첫날밤도 못보낸 부관


평소에 마음에도 없는 독설을 내뱉다가 사령관이 사라지자 자기때문이라고 여기고 자해중독에 빠진 츤데레 캐릭


먹을 사람도 없는데 기계적으로 사령관실에 음식을 차렸다가 죽은눈으로 비워지지 않은 음식그릇을 치우는 요리사 캐릭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