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생능력자다.

그걸 깨달은지는 어언 12년. 어느날 얻은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는것을 보고 이상하다 느꼈었다.

  몇번의 실험 끝에 나의 능력을 깨달은 나는 내 몸이 어떻게, 얼마나 재생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십번의 자해를 감행했다.

처음은 간단하게 손가락을 베봤다. 피가 흘러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손가락의 길고 얇은 혈도는 순식간에 닫혔다.

그 다음은 손바닥에 송곳을 찔러봤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격통에 손에 송곳이 꽂힌채로 바닥을 뒹굴었다. 고통을 견디고 송곳을 빠르게 뽑자 근육와 피가 송곳을 따라나오며 바닥에 잔인한 자국을 남겼지만 손바닥은 금새 아물어 상처가 난지도 모를만큼 말짱하게 돌아와 있었다.

 손에 송곳을 꽂은다음부턴 고통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 능력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5층 높이에서 자유낙하 해보기도 하고, 정강이에 망치를 쌔게 휘두르기도 해보고, 머리로 바위를 쌔게 두드리기도 했다.

말 그대로 내 능력은 전지했다. 상처가 얼마나 심하든, 얼마나 많든, 얼마나 경과했든 모두 재생되어 상처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날 내 능력을 들켰다.

  어느곳에서 언제 들켰는지는 모른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들켰을 뿐이다. 그 이후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죽음의 위협을 겪고있다. 총에 맞기도 하고, 테이저건에 지져지기도 하고, 둔기에 가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능력은 전지했다. 어떻게 때렸든, 어떻게 쓰러트렸든, 얼마나 공격했든지간에 내 몸뚱아리는 쓰러지지 않았다.

  다만 내 정신은 그러지 않았다. 가격되어질수록, 쓰러질수록, 공격받을수록 내 정신은 무너져 내렸다. 육체가 이겨낸 공격도 느껴지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총에 맞으면 아팠다. 테이저건에 지져졌을땐 기절했다. 둔기에 가격되었을땐 그 부위를 뜯어버리고만 싶었다.

그렇게 살아온지 어언 12년. 어느날 얻은 상처가 아물어 없어진지 12년만에 내 정신은 항복을 선언했다.

  몇번의 죽음 끝에 나의 한계를 깨달은 나는 내가 어떻게, 얼마나 나약하고 추악한지 마침내 알게되었다.

더 이상 육체를 지탱하기 어려워진 정신은 마침내 강인하고 죽지않는 몸을 떠났고 제대로 기동하지 않는 몸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며 세상을 떠돌았다. 

  그것은, 나는.

살아있는 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