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던 퇴근길, 미치광이에게 어깨를 물린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 응급실을 뒤로하고 집을 향했다.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비명소리, 시끄러운 사이렌 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는 마침내 좀비가 되었다.

소음을 따라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허기를 채우던 어느 날, 간판을 보고 내장국밥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이후 그의 삶엔 변화가 일어났다


주인이모는 그가 매일 방문하는 저녁 8시 반이면 평소보다 건더기를 듬뿍 넣은 국밥을 준비한다

입장한 그는 자연스레 냉장고에 키핑해둔 소주를 꺼내 자리에 앉았고 오늘따라 유난히 배가 고팠기에 내장국밥과 함께 모듬수육을 주문했다

국밥을 기다리며 된장에 찍어먹는 땡고추는 나름 입맛을 돋구는 필수요소이다.

국밥이 나오면 가장 우선되는 건 국물을 맛 봐 얼마나 간을 해야할지 가늠하는 것이지만 이미 이 집의 국밥을 셀 수 없이 먹어본 그는 마음이 가는 대로 부추와 다데기, 후추, 새우젓을 넣어 국물을 휘휘 저었다.

숟가락을 한 번 빨아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가장 먼저 공기밥과 함께 나온 소면을 풀고 내장을 한 점 집어 소량의 밥에 올리고 입에 넣었다.

고기의 맛을 느낀 이후 들어가는 국물 한 숟갈이 그가 국밥을 시작하는 루틴이다.

고기국수를 연상케하는 잘 풀린 소면을 먹으며 시원한 깍두기를 오독오독 씹었다. 그의 신조는 깍두기를 못 하는 집은 절대 국밥 잘 하는 집이 될 수 없다였고 이 국밥집은 근처 동네에서 깍두기를 제일 맛있게 잘 하는 집이었다.

이후 푸짐하게 담겨져 나온 모듬수육에 쉴 새 없이 젓가락을 놀리자 결국 소주는 바닥을 보였고 추가로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공기밥이 반절 정도 남자 남은 모듬수육과 함께 그대로 뜨끈한 국물에 말아 2페이즈에 돌입했고 마지막엔 뚝배기를 들고 남은 국물을 끝까지 마시며 살짝 괴로운 포만감에 식사를 마무리했다. 국밥집을 나서자 달아오른 몸에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살짝 기분 좋았다.


그렇게 한 번 떠올린 내장국밥과의 추억을 계속해서 이미지했던 그는 저녁 8시 반이 되자 끔찍한 두통, 플래시백과 함께 오랜 허기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밥집 이모는 지금도 살아있을까?

그는 조용히 좀비밖에 없는 지옥에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