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 저는 검을 휘두르려고 기사가 된 것이지 아이를 돌보려고 기사가 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가? 폐하께서 직접 자네를 지명하셨으니 불만이 있다면 폐하께 직접 말하게. 기사 작위를 그렇게 반납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나."


 "윽…."


 "자네 마음에는 안 들겠지만, 그래도 꽤 좋은 기회니까 열심히 해보게나."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단장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여기까진 첫 번째 삶과 같아.



 황실 아카데미의 보육기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굴.


 너무 잘생겨도, 너무 못생겨도 안 된다.


 전자에 해당하는 기사들은 이미 귀부인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아이들이 놀라서 도망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삶과 지금의 삶에서 내가 지목된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모난 데 없이 그저 순하게 생겼고, 성격도 무난하다.


 황실과 고위 귀족들의 자제들을 쥐고 흔들기에는 약간 모자란 남작가의 차남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육기사라, 분명 나쁜 자리는 아니다.


 지체 높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쌓은 친밀감은 미래의 안락함을 불러온다.


 그래서 꽤 인기가 있는 자리지만, 애국심과 공명심으로 기사가 된 과거의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선 다르다.


 반드시, 보육기사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



 "좋아, 마음 단단히 먹자."


 첫 근무일, 심호흡을 한 뒤 황실 아카데미의 초급반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초급반 보육기사로 근무하게 된 장붕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초급반 보육기사 장순입니다."



 악수를 마지못해 받아주는 이 사람이 바로 내가 넘어야 할 벽.


 이 여기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황족과 고위 귀족의 자제들을 아주 잘 교육… 아니, 조련했다.


 그녀에게 의존하게 된 아이들은 부모들의 급사로 자리를 물려받았고, 여기사는 그들 모두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제국을 집어삼켰다.


 거기까지였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사치가 꽤 심한 성격이었다.


 그녀가 어린 여제와 대귀족들에게 하사 받은 별장과 재화, 하인이 얼마나 많았는지 제국의 재정이 휘청거릴 정도였으니까.



 제국의 재정이 전직 보육기사의 사치에 휘청거리는 동안 제국의 정예병들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들은 박해진 처우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켰고, 때마침 세를 확장하던 이웃 왕국은 이들을 흡수하고 제국의 속국들을 회유해 침공해왔다.


 당연히 제국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정확한 전개 과정은 잘 모르겠다.



 당시의 나는 여기사를 덮치려고 했다는 누명을 쓰고 수배된 상태였으니까.


 내가 그녀의 교육 방식이 이상하다며 따로 불러내 지적했는데 바로 강간범으로 몰린 것이다.


 동료 보육기사들, 가르치던 귀족 자제들, 그 많은 이들 중 그 누구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단련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추격대를 피해 도주하면서도 고위 귀족들의 잇달은 급사에 이상함을 느끼고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중이었지만, 이미 상황은 늦은 뒤였다.


 나는 어느 농촌 마을에서 제국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뒤에는 멍하니 신상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가, 불행 중 다행으로 여신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기에 이렇게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운 좋게 얻은 두 번째 기회. 이번에는 반드시…!



 "저기,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세요? 조금 기분 나쁜데…."


 아, 큰일났다. 저번 삶에서도 나한테 누명을 씌웠었지.


 지금도 나보다 먼저 보육기사가 된 상황, 어쩌면 또 거짓 증언으로 나를 치워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황급히 아무 말을 내뱉어 얼버무렸다.


 "아, 아. 너무 아름다우셔서요."


 "네에? 아, 그… 그런가요? 그랬군요… 아, 저어는 그,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나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멀어져가는 장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필요하다면 과격한 수를 쓸 생각이었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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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사는 제국을 조지기 위해서 황실 아카데미에 잠입한 이웃 왕국의 첩자

회귀 이전에는 차세대 황족들과 대귀족들을 가스라이팅한 뒤 제국 붕괴에 일조했지만

제국 붕괴 이후 토사구팽당하고 사망함


주인공은 그런 사정까지는 모르고 여기사가 자기 편하게 살려고 욕심 부리다 제국 망한 걸로 알고 있는 상태

그래서 처음엔 설득하거나 건수를 잡아서 쫓아내거나, 정 안 된다면 직접 죽일 생각이었는데 

여기사가 연애 내성이 없음을 깨닫고 고백해서 혼내주는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달음


어디까지나 여기사를 공략해서 자기 편으로 만들고 잘 설득시킬 목적으로 접근했지만

주인공은 점차 여기사에게 끌리는 자신을 느끼게 되고 여기사도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게 됨


그러면서 여기사는 본래 임무 때문에 고뇌하고 여기사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자 암살자들이 찾아오는데

대충 주인공이 무력으로 암살자들(=전생에 대귀족들 티 안 나게 암살한 범인들) 다 때려눕힘

여기사가 사실대로 실토하고 적당히 해피엔딩 나면 좋겠다


아가데미니까 서브 에피소드로 적당히 서로 좋아하는 꼬마들 이어주면서

주인공이랑 여기사가 흐뭇하게 보다가 손 닿고 얼굴 붉히는 장면도 있으면 좋겠네



알겠지? 그러니까 "써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