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 혼란에 빠진 시대, 지금은 폐허가 된 교회 옆 오두막에 사는 마녀, 로셀리나는 물을 기르기 위해 냇가로 가던 중 흑마를 탄 거한을 만나게 돼.

그러나 그는 겉으로만 봐도 온몸에 석궁 볼트가 여러개 박힌 큰 부상을 입어 말 위에서 기절한 상태였는데, 그의 영특한 애마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그를 태우고 사람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어.

대인기피증이 있었던 로셀리나였지만 차마 부상자를 내버려둘 수 없어, 그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


외과술, 그것도 전투로 인한 외상은 자신이 없었지만, 그녀는 우선 피로 젖은 갑옷을 벗기고, 몸에 박힌 볼트들을 뽑은 다음, 몸을 뒤덮은 상처들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늙은 곰처럼 거대한 체구에 수많은 흉터로 뒤덮인 남자의 몸을 보게 되지.

대인기피증 때문에 남자의 몸을 보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이 남자의 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녀는 정신을 잃은 그가 연인이라도 된 것인양 매일 정성껏 간호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잘재잘 해.

물론 중간중간에 즐거운 시간도 보내지.

그의 커다란 손에 가랑이를 비빈다는 식으로.


그녀는 내심 그가 깨어나질 않기를 바랬지만, 그녀의 바램이 무색하게 그는 1주일 후에 깨어나.

깨어난 남자는 자신을 떠돌이 용병, 한스 폰 로렌부르크라 소개하면서 감사를 전하면서 그녀에게 금화 한 닢을 주지.

본적도 없는 터무니없는 거금에도 그녀는 허새를 부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가 실제로 한 것은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리는 것이었지.


물론 그는 알아듣지 못했고,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그대로 말을 타고 떠나.

그녀는 그를 잡고 싶었지만, 잡지 못했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침구에 밴 체취를 맡으며 여운에 잠기는 것 뿐이었어. 

그렇게 침대 위에서 헐떡거리며 뒹굴던 중, 숲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놀란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보는데, 그 곳에는 성난 군중이 횃불과 쇠스랑을 들고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지.

겨울을 견디지 못한 마을 주민들이 사악한 요술을 쓴다는 명분으로 재산을 약탈하려 온 것이었어.


겁에 질린 그녀는 문과 창문을 틀어막는데, 성난 군중들은 겁을 주겠다고 그녀의 집에 불을 질러.

그러나, 건조한 겨울바람에 날린 불씨가 집을 뒤덮은 덩쿨에 불을 붙여, 것잡을 수 없이 커진 불길에 마을 사람들은 겁을 먹고 물러나.

그렇게 불길속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울부짓지만,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어.

그저 불길이 더 커지는 것이나, 집에 갇힌 마녀가 자신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었지.


그때였어, 심상치않음을 느낀 남주가 황급히 돌아온 것이었어.

그는 엄청난 힘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연기에 질식하기 직전인 여주를 구해주지.

불길을 뚫고 나오는 남주의 기세에 마을사람들은 황급히 도망가고, 남주의 품에 안긴 여주는 배시시 미소지으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잠시 후, 다행히도 불은 더 번지지 않고, 집만 태우고 사그라들었어.

그 불길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녀의 전재산인 주화 몇개가 전부였지.

허망하게 타버린 집을 처다보던 그녀는 남주를 이끌고 폐허가 된 교회 안으로 들어가.

그 교회의 중앙에는 한 무덤이 있었지.

그녀는 이 무덤은 마을의 신부이자, 고아였던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의 무덤이었다는 것을 밝히지.

그런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집과 가구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한탄하면서 그녀는 오열하고, 남주는 말없이 여주를 껴안아주면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

그렇게 진정된 그녀는 교회에 남은 아버지의 유품을 챙겨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남주는 자신이 다른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재안하며 둘의 여행은 시작되는 거야.


이런 마법이 없는 중세 판타지 순애물 보고 싶다.

소설은 쓰는게 아니라 보는 거랬으니 니들이 좀 써오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