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xx년부터 n월부터 그간 출판업계와 사회 각 계층에서 수 차례에 걸쳐 논의된 도서 및 출판물 및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및 문자메시지서비스 및 신문지 및 상품라벨 및 옥외간판 및 선전물 및 명함 및 상표 및 공문 및 문방구노트 및 이면지 필기 및 기타등등 간행법에 따라,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글들은 이제 하나의 출판물로 간주되어, 문체부에서 지정한 도서 및 출판업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저희 xxx방송국 또한 새로운 법안 개정에 따라 프롬프트 대신 대본 암기를 통해 뉴스를 전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오는 n월부터는 뉴스방송에 자막이 나가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독서율이 낮다는 지적 아래, '평소 좋은 글을 읽고 쓰는 습관을 가져 주변에 모범을 보이는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올바른 읽기/쓰기 문화를 선도하여 독서문화의 부흥에 이바지하자'는 취지 아래 새로운 출판물간행법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사회엔 많은 혼란이 남아있습니다.


"아니, 이보쇼. 카톡 상메 한 번 바꿨는데 범칙금 5만원이 날라오는 게 말이나 되는 거라요?!"


"아유, 그런 말 마세요 선생님. 저기 보이는 다른 민원인분은 저번에 한 번 인스타그램 스토리 허가 안 받고 올렸다가 구치소에서 반성문, 아니 반성 녹음물 세 시간분량 제출하고 일주일만에 풀려났어요. 선생님 정도면 약하게 나온 거에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또한,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출판물간행법에 따라 아이들이 쓰는 교재는 전부 태블릿pc 단말기에 동영상과 음성 형태로 바뀌었고, 교사들의 수업방식 또한 구두로만 수업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이들 간의 형평성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출판물간행법에 따르면 칸노트는 한 칸당 백 원 정도의 금액을 매겨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장려하고 있지만, 한 줄에 만 원씩이나 하는 줄노트를 학생들에게 사주는 학부모들 또한 많아 학생들간의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줄이나 칸이 없는 자유연습장이 지나치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나머지 격식 있는 글쓰기 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사라진 이래로 학부모들은 저렴한 칸노트를 사주느냐, 자식들이 기죽는 것을 보기 싫어서 줄노트를 사주느냐, 아니면 그냥 녹음기 하나 사주고 치우느냐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탈 사이트나 커뮤니티 또한 음성메시지로 서로 정보를 나누고, 양질의 글은 한 페이지당 소정의 구독료(199,900원)를 내고 열람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다만,여기 보시는 이 한 사이트에는 문체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수많은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고, 누구나 아무런 돈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해외에 소재지를 두고 있어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린 겁니다. 이에 문체부와 경찰은 해외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세상에 책 읽는 걸 장려하겠다면서 글자에 돈 매기는 나라도 있냐'는 비아냥이었기에 수사의 진전에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글 잘 지키고, 아끼고, 사랑하고. 그리고 책도 열심히 읽어서 책 만드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 지켜서 좀 어떻게... 같이 사는 세상 좀 만들어보자고 좋은 뜻으로 통과된 법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 뭐랄까... 참... 그렇게 해외로 사이버 도피를 해가면서까지 우리말, 우리글 파괴하고 어렵게, 힘들게 책이랑 여러 출판물 만들면서 밤낮 고생하는 우리 작가님들, 출판쪽에서 일하는 여러 사장님들, 직원들 마음에 비수를 꽂고 싶어요? 막말로, 좀 더 열심히들 살았으면 정부에 돈 좀 더 내고 그 좋아하는 인터넷 글이랑 문자메시지, 카톡 맘껏 쓰고 살 수 있을 거 아니야?"


"그 보시면, 문체부랑 각 출판사, 그리고 통신사랑 협의해서 만든 글쓰기 요금제가 있거든요. 봐봐요. 한 달에 1000자 정도 고심해서 쓰면 저렴하게 39,000원. 좀 넉넉하게 5700자 정도 써야한다 그러면 89,000원. 열심히 일해서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다, 하면 글자수 제한없이 마음껏 쓸 수 있는 요금제도 있잖아. 나는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열심히 살았잖아. 그래서 매년 회사 차원에사 수 억 원 내가면서 글 마음껏 쓰고 있어요. 요새 젊은 친구들도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그 돈으로 마음껏 글 쓰고 글 읽고 하면 되는데 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불법으로 글 쓸 생각만 하는지..."


xxx뉴스, 김장붕입니다.





도서정가제 토론하는 거 보고 웹소설도 이제 자기네들처럼 도서정가제 적용해야 한다는 지랄하는거 보고 이왕 지랄난 거 카톡상메도 니들 말마따나 출판물로 취급해서 한 번 바꾸는데 돈 내고 하면 세상 좆같고 참 재밌겠다! 하는 생각으로 싸질렀는데 막상 쓰고 보니깐 그 정가제랑 아무 상관없는 글이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