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이라는 건 역사에서 언제나 있는 일임

특히나 왕조에서 왕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 그건 바로 왕의 권위이자 힘인 왕권임

이런 왕권이 약하다? 그럼 고대의 왕조 국가들은 100이면 100 혼란과 난세에 접어들어서 신명나게 박살이 났음

대표적으로 위진남북조의 시작을 알린 팔왕의 난도 황제의 권위가 개병신 같았기에 벌어진 일이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이런 왕권이 흔들리거나 하면 여러모로 개판이 벌어졌고 왕권 강화를 위해 또 다시 개판이 벌어짐

인성 개 쓰레기로 알려진 영조의 그 히스테릭함과 지랄 맞은 성정은 사실상 그의 출생과 평생 그를 따라다닌 의심으로 인한 왕권의 흔들림에 대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지. 또한 실제로도 영조시기에 반란이나 반역모의가 꽤 있었고 이것들이 소론과 남인 계열에서 나왔으니 영조는 더더욱 민감했을 수밖에...

뭐 아무튼 간에 왕들은 기본적으로 왕권에 매우 민감함

오히려 왕권이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개병신 취급 받았던 영국이 이상한거다 

아무튼 간에 이런 왕권 강화는 신권이 매우 강한 타입이었던 조선에서도 항상 일어났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성공적으로 왕권을 강화하고 신하들 찍 소리 못한 게 바로 태종 이방원이었고 


태종은 다들 알다시피 고려의 문관 출신이다 그것도 과거 합격자로

일반적으로 고려는 조선과 달리 음서 제도가 더 강해서 음서 제대로 관직 시작해서 짱 먹는 일이 됐음

조선은 음서 제도의 머저리 같음을 통감하고 음서 제도가 있긴 하지만 출세하고 싶으면 과거 합격을 했어야 했고

아무튼 간에 이런 고려의 과거는 조선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음

커트라인이 더럽게 높은 건 둘 째 치고 고려의 과거는 조선 보다 훨씬 빡빡하고 어려웠음

그런데 태종은 신흥 무관 출신의 가문의 아들내미이면서 음서도 아니고 과거에 합격해서 관직 생활을 시작한 거임

그래서 이성계가 태종 보고 우리 자랑스러운 아들! 이란 반응이 컸고 

당연하게도 태종은 고려의 문신으로서 신하였던 입장에서 세월을 보냄

아무리 정계가 개판으로 돌아가도 하위직 문관들은 어쨌든 갈려나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그리고 이런 경험은 태종이 신하들을 휘어 잡을 수 있는 큰 경험이 됨 


미군의 예산이 냉전시기에 엄청 높았는데 그게 어느 정도 줄어드는 시기가 있음

그게바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임

그는 군 출신 대통령인걸 넘어서 2차 대전의 사령관들 중 한명이었고 그래서 군이 어떻게 돌아가고 예산 타가는 지 다 알고 있었음

그래서 군비의 과도한 확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었고 

태종 역시 마찬가지로 본인이 관직 생활 해봐서 신하들 정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달 알고 있었음

파벌을 어떻게 짓고 어떻게 놀고 어떻게 일을 진행시키고 하는 지 다 알고 있었지 

그러니까 숙청을 할 때 더 손쉽게 그리고 더 깔끔하게 한 거야 


중국에서 숙청하면 많이 떠오르겠지만 역사에서 중국의 대숙청은 역시 홍무제임

그리고 홍무제는 옛날의 사소한 사건 하나만으로 몇 만명의 모가지를 따버렸지

이렇게 까지 한 이유? 간단해, 왕권 강화 특히나 자신의 손자를 위한 것이었음

왕권에 방해가 될 만 한 새끼들은 모조리 갈아마셔버렸으니까

문제는 너무 숙청을 해버려서 그 손자를 뒤에서 받쳐줄 신하들이 없어져 버렸다는 거지만

아무튼 간에 태종은 이런 홍무제와 동시대에 사람이면서도 숙청 스타일이 완전 달랐음


대표적으로 건방지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태종의 심복이었던 이숙번

그는 태종의 심복이었고 그런 만큼 공신이었음 그리고 태종에게 이 새끼 왕권의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와 건방지다는 이유로 숙청다함 뭐 실제로도 건방지긴 했다만은

서울에서 쫓겨나 먼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해야만 했지

결국 서울에는 끝까지 못 들어가고 세종때 경기도에서 살게 해주었지만

근데 웃긴 건 이렇게 숙청을 하는데 딱 이숙번 핀 포인트로만 족친 거임

그리고 외척들에 경우도 알겠지만 외가인 민씨 집안에서 민무구, 민무질 형제만 딱 족쳐버렸음

심온에 경우도 알다시피 딱 심온과 그 일가족만 족쳐버리고 정작 심온의 딸인 며느리는 신하들에게서 적극적으로 보호했음

대체적으로 숙청이 줄줄이 꿰고 꿰어서 단체로 박살나는 경우인걸 생각하면, 그리고 이후의 옥사나 사화를 생각한다면 태종의 숙청 실력은 정밀하기 그지없는 저격수 그 자체지

더해서 숙청에서 죽여버린 경우도 따져보면 외척인 민무구, 민무질 형제와 심온 일가 정도임 

그 외에는 건방지다고 유배 보내버린 이숙번에 경우도 무사했고 여러 공신들도 죄목이 사형감(?)이었지만 안 죽이고 그냥 잊어버림

그의 숙청의 손길에서 벗어난 사람은 오직 처신이 깔끔하고 겸손한 조영무와 그냥 태종이 봐줬고 나이도 많았던 하륜 딱 둘...

많은 공신들과 노신들이 실권을 빼앗기고 명예직에 있거나 퇴직하거나 귀양가서 잊혀져 버렸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굉장히 적은 게 태종이 자행한 숙청의 포인트임

문제는 그의 킬방원 이미지는 역시나 한때 스승이었던 정몽주 뚝배기를 대낮에 대놓고 벌였다는 것과 왕자의 난이겠지...

참고로 왕자의 난도 1차 때는 동생들 쓱싹 해버렸지만 정작 2차 때는 형님이라서 살려줬다는 거...

태종 만큼 정치적 테크닉으로 딱 원하는 대상만 숙청시켜버리는 것도 능력임

세조는 그걸 못해서 조선 망국의 씨앗을 남겨 버렸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