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됐든, 주간이 됐든 결국 한 회 분량에 한계가 있다면 늘 작가로선 리스크가 동반될 수밖에 없지.


개인적으론 '고구마'란 표현 자체도 뭐랄까, 굉장히 작위적이고 인위적이라고 느끼긴 하지만.


다들 지적하듯이 분량적으로 몰아볼 수 있는 단행본에선 큰 문제가 안 된다고들 생각하잖아. 근데 유독 연재 환경에서만 문제시 된단 말이지.


그걸 단순 독자의 인내심이나 성숙도 문제로만 몰고 갈 수 있을까?


연령대 문제나, 기타 쥐흔 문제나 이른바 "상하차" 댓글러도 딱히 좋아 보이진 않지만. 우선 연재 환경을 쉽게 고칠 수 없는 자연적 한계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 말이야. 그거에 적응하지 못한 작가의 역량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게 독자가 취하는 가장 쉽고 첫 단계적인 스텝이 아닐까 싶어서.


무슨 말인가 하면, 거의 20회차 정도나 소모될(거의 20일 이상, 휴재일을 빼면 거의 한 달이겠지) 분량을 고구마성 전개에 투입해야 한다면, 이는 굉장한 리스크라고 작가가 애초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마냥 이후 나올 사이다를 위해 필요한 빌드업! 이라고 주장하기엔, 누군가 말하듯 "억지 고구마"를 유발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애초에 갈등 서사도 수면 아래에 차근차근 업보처럼 쌓여 가는 빌드업과, 수면 위에서 인물들이 적나라하게 대립하게 되는 전개 차이에 있어서도 그 완성도가 다르면 독자가 느끼는 피로도도 굉장히 달라질 수밖에 없지.


결국 고구마도 어떻게 보면 그냥 작가의 역량 문제로 몰고 갈 여지도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들어.


갈등의 발생과 해소가 반복되는 것이 소설의 전개에서 드러나는 일반적 특성이라 할 지라도, 그게 이야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전략일 지라도 그걸 굉장히 매끄럽고 세련되게 해낼 수 있는 작가가 재능의 측면에서 "한 줌"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


이렇게 보면 사실 "고구마"란 건, 갈등 빌드업을 무난히 혹은 잘 해낼 수 있는 소수 빼어난 작가들 빼고, 나머지 형성되는 여러 답답한 전개들을 묶어 놓고 지적하는... 그런 만들어진 표현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일일이 그걸 따라다니며 악플을 써대는 이상한 문제아 건을 제외하고, 본질적으로 사이다패스 문제로만 몰고갈 수 없는 웹소의 구조적 한계가 아닐까.


PS.

참고로 "묵혀 두고 봐"의 자구책에 대해선 나름 납득은 하는데. 본인은 오히려 단행본 소설에 익숙한 탓에 상당한 분량이 쌓여 있지 않으면, 회차 쫓아가는 걸 되게 어려워 하는 사람 중 하나라. 하루 주기가 마냥 길다는 건 아닌데, 하루하루 치여 살다 보면 흐름이 뚝뚝 끊기는 걸 일일이 몰입도를 살려가며 읽는 게 힘들어서.


근데 하루하루 연재가 '최신화'로 등록되어 올라오는 연재 환경에서 그걸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과연 바람직한가, 라는 의문도 있지. 웹소는 그런 연재 환경에서 한 회마다 알멩이 없이 늘어지는 전개를 쓰면 욕 먹기도 하는 속성이 있으니까. 그래서 몇몇 작가는 연참으로 밀긴 한다지만...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참 웹소 연재 환경이란 게 무언가 뒤틀려 있긴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