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건에 달하는 유괴 & 납치를 저지른 악명높은 범죄자 K


그는 그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단 한차례도 경찰에게 붙잡힌 적이 없었는데


워낙 머리가 비상한 데다가, 경찰의 머리 위에서 노는 수법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것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이 수사 협조를 일절 거부했기 때문


피해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꽤나 다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한정해서는 전원 공통적인 모습을 보였음


일단 그가 피해자들에게 일절 위해를 가하지 않고 매우 신사적으로 대한 데다가


그가 화려한 언변과 톡톡 튀는 재치로 자신을 포장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더욱 그에게 스톡홀름 신드롬을 느낀 거임


어린 소녀를 유괴했을 때는 먹고 싶은 음식과 갖고 싶은 인형을 사주면서 친절하게 놀아주었고


젊은 청년을 납치했을 때는 협조만 하면 절대 해치지 않겠다고 하면서 비슷한 공감대를 찾아 진솔한 대화를 나눠 유대감을 쌓았으며


늙은 할머니를 납치했을 때는 가난하고 불쌍한 밑바닥 인생을 연기해 전후세대였던 피해자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등


피해자들 전원이 "아, 이 사람은 천성이 나쁜 게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어 "잡히지 않게 도와줘야지"라고 다짐하게 만드는데 아주 선수였던 것


심지어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학생을 유괴했다가,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 억하심정을 툭툭 건드려서 아예 공범으로 전환시킨 사례까지 생기는 수준


거기다 피해자들이 신체 무사하게 꼬박꼬박 돌아오기까지 하니, 오히려 경찰을 엿 먹이고 범죄를 이어가는 K를 추종하는 넷상의 팬덤까지 발생


오죽하면 유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들도 범인이 K라는 걸 알면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족들에게 "안심하세요. 피해자는 100% 무사히 돌아옵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



그럼에도 범죄자는 범죄자인만큼 반드시 잡아야 하고


자꾸 K를 놓쳐서 경찰의 위신이 바닥까지 떨어지자 분노한 경찰이 일명 '광견'으로 통하던 베테랑 형사를 호출


무슨 수를 써서라도 K를 감옥에 처넣으라 엄명을 내리고


전형적인 느와르물의 폭력 형사 스타일인 광견은 자기 입맛대로 수사팀을 꾸려서 K의 뒤를 쫓는


이런 소재 어떨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