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적이지만.


다들 맞는 분석하고 있다고 봐. 각자의 아쉬움, 노피아에 대한 인상 등등.


근데 결과론적으로 시골챈 얘기가 나오듯이,


"고인다"는 건, 갈라파고스란 건 결국 섬처럼 느껴지는 규모의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가령 겁나 큰 대륙 보고 섬처럼 갈라파고스란 얘긴 안 하잖음. 그리고 바다도 결국 지구 입장에선 고인 물이지만, 웅덩이 마냥 갇힌 이미지로 느끼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노피아의 출발 자체가 여러 경쟁사의 헛발질에 의한 반사이익을 부정할 수도 없고. 출발 때부터 가졌던 특정 성향이 강했던 것도 틀린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그걸 다 차치해두고 일단 재정적인 지원으로 다 갈아 엎을 만큼(작가들을 인센티브로 싹 끌어모을 만한) 무한정 재원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플랫폼 마냥 소설 수요층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잠재적 유저를 꾸준히 보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출판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가 외려 소규모 영세업자의 난립인데.


차라리 대기업이 통폐합 하는 게 맞다고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단순 독과점의 문제를 지적할 게 아니라. 다양성과 그 안의 퀄리티를 문화 콘텐츠 속에서 찾고 싶다면, 일단 그 시장이 스펙트럼이 넓은 다양한 소비층을 아우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규모로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예를 들면 출판->ebook 시장 활성화 이슈가 나왔을 때, 삼성이 아마존의 '킨들'처럼 기기를 하나 내서 통합 시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적이 있었음. 근데 1인출판사 등등 그 때도 골목상권, 동네 서점들이 쌍수 들고 나서서 격렬히 반대함. 그러다 보니 여러 기기로 나눠지고, 그런 나눠진 기기마다 저마다 호환성 문제를 겪었지. 거기다 작가와의 계약 문제는 또 어떻고? 한 기업에서 정리되어야 이후 추가 인쇄를 찍든 묶어서 마케팅을 하든 여러 가지 사업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데, 그것도 각자 다 흩어져 있지. 결국 ebook 시장은 성장이고 나발이고 출발선에도 못 서고 현재의 기형적인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산업적으로 돈 버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소비자와 고객의 입장에서 고려해 보면 이런 게 참 아쉬움.


이른바 롱 테일(Long-tail) 전략이라고, 마이너한 감성을 지닌 수요층의 니즈까지 끌어내서 수익화 하는 경영 전략인데. 이게 가능해졌다고 평가받는 게 디지털 문화 산업임. 왜냐면 거대 기업이 분할된 시장을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시장을 볼 수 있을 만큼 역량이 성장했기 때문인데. 비디오, DVD, 기타 등등의 영상 매체가 스트리밍 OTT 서비스로 통합되는 가운데서 일일이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군데를 뒤질 필요 없이(아날로그적 시장이면 더더욱 오래된 가게, 중고 가게 등등을 다 뒤져봐야 하는 수고로움) 어디 가면 있겠다란 통합 마켓을 열 수 있기 때문이지.(실제적으론 판권 문제 등등으로 어느 하나에 쏠려 있지 않지만)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영역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가면 시장이 점점 더 하나로 흡수 통합되지 않을까. 어디가 망하고 어디가 흡수되고, 뭐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