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상실.
평범한 이들과는 꽤 거리가 있는 것 같은 단어지만, 사실 평범한 사람 사이에서도 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전날 술 퍼마시고 일어나서 자기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라던가.
혹은 갑작스레 나타난 던전에 휘말리고 눈을 떠보니 병원에 있다던가.
...아. 두 번째는 그냥 기절해서 모르는 건가.
하긴, 마력에 거부 반응이 있으면 실제로 던전에 들어가는 즉시 정신을 잃는다는 연구도 있었으니 저건 아닌 셈 치도록 하자.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긴 했는데. 아무튼 내가 말하려는 건 기억 상실은 생각보다 제법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사건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문제는. 나는 그런 짧은 시간이 아니라 대략 3년 정도 되는 기억의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긴 시간의 공백은. 흔한 일이 아니니까.
정확히는 17살부터 19살까지.
그때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 부모님이나 누나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들 또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잘 모르겠네~ 매일 야자 하느라 늦게 오지 않았어? 항상 엄마나 아빠 잘 때 들어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말? 주말엔 늘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야 들어왔잖니.'
'니가 뭘 하고 돌아다녔는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하냐? 됐고, 나갈 거면 올 때 아이스크림이나 사 와.'
...그 망할 년이 한 말은 늘 그렇듯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아무튼, 따로 고등학교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있었는지 역으로 질문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가끔 그냥 내가 너무 무난하고 특별한 일 없이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서 기억나지 않는 걸까 생각도 해 봤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의 기억은 정말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우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어쩌면 빌런들에게 납치당해서 생체 실험이라도 당한 건가 싶었지만 몸에 딱히 나타난 변화도 없었고, 애초에 살아 있는 시점에서 그 추측은 폐기해 버렸다.
애초에 인체 실험을 당했다면 지금쯤 역겹게 뒤섞인 키메라 사이에서 얼굴이나 팔만 내밀고 있던가, 이름없는 사령 술사의 스켈레톤 1호가 되어 있었겠지.
그리고 결말은...뭐 정화당해서 축성이나 받지 않으려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들인데, 그냥 잊은 셈 치고 그대로 살아가면 안 돼?'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결국 기억이란 건 지나간 과거나 다름없으니까.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치고 흘려보낸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나는 차마 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누군가는 나를 어리석다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딱히 상관없었다.
마치 내가 잃어버린 3년의 공백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기억의 단서들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집을 나오고, 연락도 점차 줄어들었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1년 정도 지났을까.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억을 되찾았다.
그 시절. 내가 잃어버린 기억을.
약간 문제가 있다면.
되찾은 기억이 단지. 아주 약간의 파편 뿐이라는 점과.
"프로드 투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객 여러분!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개구리 가면입니다!"
"정말이지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군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런, 다들 경기를 빨리 구경하고 싶으신 모양인데요."
"그럼, 오늘의 도전자들을 공개합니다!!"
"과연 이들이 챔피언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두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경기를 보러 와 주신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럼 이제부터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되찾은 곳이 바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에 끌려들어온 던전이라는 점.
"검을 들어라. 인간."
...그리고 난 이제부터 눈앞의 오크 대전사와 싸워야 한다는 점 정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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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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