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명의 기틀을 마련하고, 현대까지 그 유산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로마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로마가 완벽한 문명은 아니었음.

많은 사람들이 중세를 로마보다 쇠퇴한 시대라 여기는데, 사실 중세 초기는 ㄹㅇ 포스트 아포칼립스라 그게 맞았지만, 적어도 사회가 안정화되고 로마의 문물이 다시 서유럽으로 유입되던 11세기 이후부터는 마냥 그렇게 야만적인 시대도 아니었음.


의외로 역사학자들은 과학기술 자체는 로마보다 진보되었다고 보는데, 그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연구시설의 유무임.


그리스 과학과 철학의 총 본산이던 아카데미는 유스티아누스 1세가 이교사상이라는 이유로 폐쇄시켰고 이로 인해 로마의 과학 발전은 사실상 정체됌.

물론 그 이전에도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로마의 자연철학은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과 교회에서 신을 이해하기 위한 이신론적 종교관과 그리스 로마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자연과학과 철학을 연구했고, 교회는 이를 권장했음.

민간에서도 대학을 설립하여 사회와 과학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여러 왕과 귀족들도 자신의 권위와 필요에 의해 과학, 기술에 적극적으로 후원을 했음.

이런 전문적인 연구기관들의 노력이 인쇄술의 발명으로 16세기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과학 혁명으로 이어지고, 대항해시대의 기반이 됌.


고로 대항해시대와 과학혁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 이런 성직자와 대중들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며, 중세 또한 로마 못지않게 찬란하게 빛나던 시대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