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온은 용사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성검을 뽑았고 신관 측에서도 그가 용사임을 공인했다.

 

 지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일개 평민이 어떻게 용사로 선택 되었는지 의아해 했지만, 지온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애초에 용사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

 그 만큼 지온의 재능과 힘은 불합리 하니.

 지온 보다 강한 사람을 손에 꼽을 수는 있겠지만 그 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넘어설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보아라! 이 자가 이 나라의, 아니 인류의 영웅이다!!”

 

 황제는 지온에게 마왕군에 의해 도탄에 빠진 왕국들을 구하고 그들과 친교를 맺어 제국과 동맹을 맺게하라 명했다.

 즉, 지온은 원정대의 대장이자 사절단의 대표가 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명령이었다.

 오랜 세월 반목하던 나라가 어찌 짧은 시간에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용사라면 가능했다.

 모든 대륙을 아우르는 용사의 전설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었으니.

 

 “……그렇게 돼서, 아무래도 한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갑작스레 말해서 미안해.”

 

 집으로 돌아온 지온이 그 날 있었던 일을 사샤에게 고해바쳤다.

 

 “언제 오는데?”

 “아마 백밤 자면?”

 “장난치지 마.”

 “잘 모르겠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제국 밖으로 나간 건 처음이라.”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아, 그리고 의뢰금은 황실에서 계속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계속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가끔은 밖에 나가서……”

 “나도 따라 갈래.”

 

예상 못한 말에 지온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뭐?”

 “나도 따라간다고.”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왜 안 되는데? 원정대가 소수정예로 이루어져 있다며? 척후 하나 정도는 넣어 줄 수 있잖아?”

 “그래도 안 돼. 위험하니까.”

 “그건 지온도 마찬가지잖아?”

 “……”

 

 지온이 지그시 사샤를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지온은 사샤가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면 어느 때 보다도 단호했다.

 그럴 때는 사샤의 필살기 땡강 부리기도 먹히지 않았다.

 

 “알았어. 마음대로 해. 나도 마음대로 할 테니까!!”

 

 사샤가 삐진 듯 지온에게서 등을 돌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침대 아래쪽에 앉아 있던 지온은 쓴 웃음을 지으며 몸을 뉘었다.

 

 그렇게 일단락 된 줄 알았는데……

 

 “톰 씨가 갑자기 배탈이 못 나왔다고요?”

 

 다음 날, 지온은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도를 나서던 지온은 마법사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이 되었다.

 

 원정대의 구성원은 용사인 지온, 마법사 더글라스, 궁수 레나, 사제 실비아, 기사단장 라이언, 척후역할 맡았던 톰, 이렇게 여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하필 톰이 출정 당일에 배탈이 나서 합류하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뭘 잘못 먹었는지 최소한 삼일은 알아 누워야 한다더군.”

 “아니, 하필 왜 지금……”

 

 답답한 마음에 검지로 제 이마를 누르는 지온.

 라이언은 그런 그에게 나쁜 소식을 한 가지 더 전했다.

 

 “당장 출발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게다가 도중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출발해야 해.”

 “……알았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결국 원정대는 척후 없이 수도를 떠났다.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났을까?

 

 지온은 길을 걷다 말고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멈춰 섰다.

 

 “잠깐 나 볼일 좀 보고 올게.”

 “오래 걸리나?”

 “좀…… 걸릴 수도 있어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한 지온이 어디론가 향했다.

 

 인적이 드문 숲속.

 적당히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지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근처에 있는 거 아니까 나와.”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그리 말하는 지온.

 이윽고 지온의 앞에서 땅에서 솟아나듯 사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부터 알았어?”

 “처음부터. 계속 모른 척 할 수 없으니까.”

 “……”

 “톰 씨 일은…… 혹시 사샤가 그랬어?”

 “응.”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내가 대신 가려고.”

 “그래서 독을 먹인 거야?”

 “독이라고 해봤자 가벼운 복통을 유발하는 거야. 그리고 그 정도 독도 감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척후는 무슨……”

 “사샤.”

 

 나직한 목소리에 사샤는 움츠러들며 입을 다물었다.

 지온은 항상 사샤에게 상냥하고 저자세로 나오지만, 이처럼 진중한 표정을 지으면 사샤는 이상하게 위축되고는 했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온은 내 실력 알잖아? 나 잘 할 수 있어.”

 

 어떻게든 저를 어필하는 사샤.

 실제로도 사샤가 지닌 척후로써의 능력은 뛰어나니 큰 도움이 될 터.

 상황이 이렇게 되니 계속 매정하게 밀어내는 것도 못 할 일이다.

 

 “알았어. 같이 가자.”

 “좋아!”

 “그래도 정말 위험한 것 같으면 다시 돌려보낼 거야.”

 

 지온은 사샤를 데리고 가 동료들에게 소개했다.

 그렇게 새로운 척후가 일행에 합류했다.

 훗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원정대의 진정한 탄생이었다.

 

 

 

 ***

 

 

 

 처음에는 어린 소녀가 동료로 합류한다는 사실에 원정대 인원들은 못 미더운 반응을 보였으나, 얼마 걸리지 않아 사샤는 제 유능함을 증명했다.


 사냥 및 채집, 정찰과 교란 등등……

 척후로써 해야 할 일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일들도 무리없이 해냈다.

 

 나이는 어리지만 믿을 수 있는 동료.

 훌륭한 척후.

 유능한 채집가.

 파티의 밥줄.


 게다가 사샤는 동료들 사이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하게 되었다.

 

 “……”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금의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전직 기사단장이자 지온과 더불러 파티의 전위를 맡고 있던 라이언이다. 

 

 “사샤 잘 시간이야.”

 “응.”

 

 늦은 밤, 원정대는 숲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자는데, 사샤가 지온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뭐지?’

 

 라이언은 처음에 의아해 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어진 광경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팔베게 해줘.”

 “알았어.”

 

 그러면서 자연스레 팔베게를 해주는 지온.

 

 ‘뭐지?’

 

 싸한 기분이 들었다.

 라이언이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의 다른 동료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사샤는 참 어리광이 많네요.”

 “의지하고 싶은 게지. 암살조직에서 길러졌으니 사람의 정이 고픈 거야.”

 “용사님은 사샤님을 굉장히 아끼시나 봐요.”

 “어쩌면 먼 친척 일지도 모르지.”

 “원래 용사가 오지랖이 좀 넓지 않나?”

 “어쨌든 흐뭇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는 저런 오빠가 있기를 바랬는데……”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반응에 라이언은 자신이 과민한 거라 생각하며 넘어갔다.

 

 “마차가 좀 좁네요.”

 

 시간이 지나, 우연히 마차를 탈 일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원수가 맞지 않았다.

 

 “난 위에서 타고 다니면 되니까 괜찮아.”

 “누군가가 습격해 오면?”

 “이렇게 훤히 탁 트인 곳이라면 사샤가 살피지 않아도 내가 알 수 있으니까 괜찮아.”

 “어떻게 하려고?”

 “내 무릎 위에 앉아.”

 “응.”

 

 그렇게 마차 내내 지온은 사샤를 제 무릎 위에 태웠다.

 

 ‘뭐지?’

 

 거리감이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미성년자 라고는 해도 일고여덟 되는 어린 아이도 아닌데?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언 또한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마을에 도착하지 못 해 오랜만에 야숙을 하게 되었다.

 

 “괜찮아? 버틸 만해?”

 “응, 괜찮아.”

 “손이 차잖아. 콧물도 흘리고. 이리 와봐.”

 

 원정대가 동굴에 들어와서 쉬던 중, 지온이 사샤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서는 그 자신도 함께 담요를 둘렀다.

 

 체온을 높이기 위한 행동이겠지만, 라이언이 보기에 굳이 그 둘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남녀가 유별난 것을,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어찌……’

 

 라이언은 더 이상 참지 못 했다.

 

 “지온, 잠시 둘이서 이야기 할 수 있나?”

 

 어쩌다 둘이 남게 되었을 때, 라이언이 지온에게 말을 걸었다.

 둘은 잠시 동료들과 떨어져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이동했다.

 

 “이번에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주었으면 한다.”

 “어……”

 “저 사샤라는 아이가 네 애인인가?”

 “쿨럭!”

 

 충격적인 물음에 지온은 사례가 들렸다.

 

 “애, 애인이라니? 무슨 소리야?”

 

 말을 더듬는 지온.

 그러면서 왼쪽 눈썹을 찌푸린다.

 

 “이 자식, 네가 기어코 정녕!!”

 

 라이언이 지온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결국 기사단과 용사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구나.”

 “아니 그건……”

 

 지온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제대로 변명하지 못 했다.

 그때 나서 준 것이 몰래 그들을 따라온 사샤였다.

 

 “하지 마!”

 

 사샤가 라이언과 지온 사이에 끼어들었다.

 

 “……따라왔었나?”

 

 놀라는 라이언.

 사샤의 은신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으나 직접 경험하니 조금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어 사샤가 내뱉은 말 때문에 라이언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뭐?”

 “어린 애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 본인이 괜찮으면 된 거잖아?”

 

 그 말을 들은 라이언의 입이 떠억 하고 벌어졌다.

 지온은 수치스러운 마음에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네가 잘 모르는 것 같다만, 어린 아이는 제대로 온전히 가치관과 자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거 잘 몰라, 지온한테 뭐라고 하지 마!”

 “하지만 너는……”

 “으르르르!!!”

 “……”

 

 말이 통하지를 않으니 이길 방법이 없다.

 결국 라이언은 굳은 얼굴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흥!”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사샤.

 그런 사샤를 보며 지온은 착잡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미안한데. 사샤?”

 “왜?”

 “다시 말하지만 나는 어린 애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

 

 

 

 하루는 불법노예 상인들을 토벌한 적이 있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용사님.”

 “아니야.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용사가 아니더라도 사람으로써 당연한 일인걸?”

 

 지온은 평소처럼 겸손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구해진 노예 소녀가 지온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붉게 상기된 뺨 따위가 나 사랑에 빠진 소녀요 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온은 곱상한 미남이었고, 강하며, 친절했으며, 신분 또한 범상치가 않았다.

 

 노예 소녀의 입장에서는 저를 구해준 지온이 이야기 속의 왕자처럼 느껴졌으리라.

 

 다만 문제는 사샤의 태도였다.

 사샤는 뭔가 묘하게 노예소녀를 견제하는 눈치였다.

 

 “야, 너 지온한테 접근하지 마.”

 

 잠시 원정대 인원들이 각자의 일들로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 사샤가 노예 소녀에게 말했다.

 

 “왜, 왜 그러세요?”

 “너무 가깝잖아. 아무리 지온이 친절하고 배려심 넘친다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거리감이 없는 건 실례야.”

 “네?”

 

 여자는 여자 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그것도 하물며 비슷한 나잇대.

 노예 소녀는 어째서 사샤가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왜요?”

 “뭐?”

 “그쪽이 뭔데 용사님한테 가까이 가라마라 하는 건데요?”

 

 노예 소녀는 위축된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했다.

 

 “그쪽도 일개 동료일 뿐인데, 용사님 께서 누굴 만나든 그건 용사님의 자유 아닌가요?”

 “너!!”

 

 사샤가 씩씩 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제가 뭘 모르는데요.”

 “지온과 나는 갈 떼 까지 간 사이라고!”

 

 놀란 노예소녀가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행히 조용히 말해서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 했다.

 

 “……”

 

 지온을 제외하고는.

 

 그날 원정대들은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각자 할 일이 있어서 잠시 흩어졌다.

 딱히 할 게 없던 지온은 여관의 방을 잡고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사샤였다.

 지온은 이제 밖에서 발소리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상대가 사샤인지 아닌 지 알 수 있었다.

 

 “놀러왔어.”

 “어, 그래.”

 

 -털썩

 

 지온의 방으로 들어온 사샤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앉았다.

 

 “저 사샤야.”

 “왜?”

 “그,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인데…… 우리가 그거를 했다는 건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까?”

 “……무슨 의미인데?”

 “아니, 아무리 나라도 좀 부끄럽달까.”

 “……뭐가 부끄러운데? 나랑 잔 거?”

 

 사샤의 말투에 가시가 돋아나 있다.

 지온은 사샤가 이럴 경우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공처가 마냥.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면 뭐가 문제인데?”

 “그런 게 아니더라도…… 누구와 그거를 했다는 이야기가 좀 그렇잖아.”

 “뭐가 좀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날 따라 사샤는 잔 짜증이 많았다.

 주기적으로 오는 마법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래, 그때 라이언이 애인이라고 물었을 때 왜 제대로 대답 못 했는데?”

 “그, 그건……”

 “애초에 지온 한테 나는 뭐야?”

 “가, 가족이지. 사랑스러운 가족.”

 

 지온은 반사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을 피했다.

 사샤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자꾸 그렇게 넘어간다 이거지?”

 “……”

 “그럼 키스해줘.”

 “뭐?”

 

 왜 얘기가 그렇게 된단 말인가?

 지온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사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스러운 가족’인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그거랑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 무슨 관계인지 잘……”

 “키스해줘!! 해달라고!! 해줘!!”

 

 지온 전용 필살기, 땡깡부리기가 발동했다.

 사샤가 이렇게 나오면 지온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지온은 이유는 모르지만 사샤가 불안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든 그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헤에에에???!!!’

 

 지온이 천천히 침대에 앉아있는 사샤에게 다가왔다.

 막상 고집을 부렸으나 진짜로 지온이 다가오자 사샤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까이에서 본 지온의 얼굴은 무척이나 잘생겼다.

 웬만한 여자들보다도 훨씬 고운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곱상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진지해지면 보이면 날카로운 눈빛은 서슬 퍼런 칼날과 같았다.

 어지간한 사내들은 감히 까불지 못하는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런 멋지고 잘생긴 얼굴이 점차 가까워지니 소녀의 심장이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첫키스……’

 

 막상 더한 것은 해봤지만, 의외로 키스는 처음이다.

 사샤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툭

 

 하지만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 것은 입술이 아닌 이마.

 사샤가 눈을 뜨자 이미 지온은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야?”

 “그…… 사샤는 아직 어리니까. 지금은 이걸로 참아주면 안 될까?”

 “……”

 

 슥슥 이마를 문지르는 사샤.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알았어. 이번에는 이걸로 넘어가 줄게.”

 “하하……”

 

 그렇게 지온은 오늘도 어떻게든 하루를 넘겼다.

 인류의 희망인 용사도 좋아하는 소녀 앞에서는 그저 어리숙한 청년에 불과했다.


 원정 중에는 이같은 일이 자주 있었다. 


 난처하거나 화가 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뒷날 회상하기를 둘은 이 시기를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몇 가지 사호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 조차 평화로운 일상에 불과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