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잘 빠진 노예 하나를 샀다고 가정해봅시다. 얼굴도 예쁘고 몰락귀족이라는데 노예상이 처녀라면서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비싼 값을 지불했죠. 근데 얘가 진짜 처녀란 걸 어떻게 알죠?"


 한 남자가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처녀막? 격렬하게 움직이다가 찢어먹었데요. 노예한테 물어본다? 걔가 말한게 사실이란 걸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본인의 가치를 늘리려고 없는 특기까지 만드는 놈들인데"


 "본인이 처녀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


 "그걸 믿어줄까요? 당장 법원으로 달려가서 '노예상을 증오하는 노예가 그를 엿먹이려고 자신이 사실 처녀가 아니라네요' 이렇게 말하면 재판관이 잘도 그걸 믿어주겠네요."


 반박당한 이는 인상이 찡그려졌으나 일단은 계속 들어보기로 한 것 같았다.


 그때, 어느 여성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래서 국가 공인으로 보증해주지 않습니까?"


 "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그 망할 처녀 노예 보증. 많은 이들이 믿지만 실상은 달라요. 회복 마법으로 처녀막 재생만 시켜놓으면? 구분할 방도가 없죠."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정부에서 하는 건데..."


 불신을 표하는 그녀의 말에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하루에 매매되는 노예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 아시지 않습니까. 걔들이 진짜 처녀인지 일일히 따라다니면서 조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회복마법으로 재생된 부위를 구분할 방법이라도 있나요?"


 투자자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지금 처녀라고 나오는 년들은 이미 다 따먹힌 상태입니다. 잡힐 때 한 번, 가두어질 때 한 번, 노예상이 심심할 때 한 번. 그리곤? 팔리기 직전에 질에 회복마법 걸어다가 프리미엄 붙이는 거죠."


 어째서인지 투자자들 옆에 서있던 노예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것 같았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시장엔 처녀가 너무 많아요. 자식과 같이 팔리거나 전 주인이 있던 경우를 제외하면 거진 처녀죠. 전직 모험가도 몰락귀족도 심지어 창관 출신이나 서큐버스도 처녀라고 팔려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믿죠. 왜냐?"


 "국가 보증이 있으니까..."


 누군가 흘린 소리에 남자는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겁니다. 국가가 보증해주니까.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한테 그걸 설명해주는 이유가 뭔가?"


 지금껏 말이 없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것 같았으나 점점 남성에게 설득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 환상이 곧 부수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이게 높으신 분들의 귀에 들어가버렸거든요. 그리고 그들도 이미 박힐대로 박힌 노예를 처녀라고 비싼 값에 구매한 뒤였고요."


 그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는 투자자들을 보며 그가 손뼉을 쳤다.


 "자자, 집중합시다. 어차피 특이 취향이신 분이 아니라면, 성노예는 나이 들면 다시 버릴 생각 아니었습니까. 당신들이 산 게 실제 가치와 다르고 그게 떨어졌단 건 아무 의미 없어요. 단지 그 시기가 이르게 온 것 뿐이니까."


 아까 질문을 한 노인이 뭔가 할말이 있는 것 같았으나 남자는 빠르게 무시했다.


 "중요한 건, 얼마 후 정부에서 이 사실을 공표할 것이란 거죠. 단속도 할테고, 그럼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그 노예들이 처녀란 걸 믿지 않을 거고, 사려고도 하지 않겠죠. 그리고 자연스레 그 값이 떨어질 겁니다."


 "별로 좋은 일은 아니군"


 어찌되었든 노예사업도 제국 경제의 한 축인 만큼, 그게 휘청인다는 것은 여기 모인 자본가들에게 기쁜 소식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노예상들에게 목숨이 노려질 위험을 감수하고 비밀리에 여러분을 모신겁니다."


 "그걸 막을 방법이 있단 건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이용할 순 있죠."


 "어떻게?"


 "단속을 하면 뭐합니까? 실제로 처녀란 걸 증명할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데. 보여주기 식으로 처벌 좀 하고, 노예상들의 반성성명 같은거 나오고, 뭐 대충 시간이 흐르다 보면 시장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의 타격이 문제이지 않나."


 "자, 생각해보세요. 최근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냉기만 도는 노예시장. 상인들은 값도 내리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갖은 수를 써보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요. 왜냐?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으니까. 인식이 바뀔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거죠."


 양팔을 벌려 자신이 입고 있는 이국적인 옷을 사람들에게 강조한 그가 말했다.


 "그때 나타나는 겁니다. 외국에서 온 어리바리한 벼락귀족이. 돈은 많지만 그뿐, 현지 사정도 잘 모릅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신뢰를 사려 최선을 다하는 친절한 노예상들 뿐이죠. 그리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싼 처녀 노예들을 내가 사다가 팔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사들여서 어쩌겠다는 건가?"


 "그 생각대로 해야죠.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당장 현금이 필요한 노예상이라면 모를까. 이 벼락귀족은 그리 급하지 않습니다. 한 2년? 아니 1년도 안되서 다시 노예시장은 활기를 찾겠죠. 그 시간이면 노예의 가치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요. 그리고 그때 벼락귀족의 손에 남는 건?"


 "다시 비싸게 팔 수 있는 노예들이겠군."


 "바로 그겁니다. 심지어 이전 노예상들이 죽어라 처녀라고 설득시키려한 흔적이 가득 남아있죠. 벼락귀족이 살 때도 그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요. 심지어 많은 부자들이 공동으로 관리했다며 그걸 보증해주죠."


 몇몇 투자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심지어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한 상황답게 '진짜 처녀'도 분명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그걸 먼저 고르실 기회를 얻는 겁니다. 이를 위해 해주실 일은 간단합니다. 그냥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고, 여러분이 원하시는 액수를 투자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잠시간의 불황에 대비하시는 겁니다."


 계약서를 들어올린 남자가 희망을 속삭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투자하신 금액에 비례된 액수가 여러분에게 꽃힐 겁니다. 그것도 진짜 처녀일 확률이 높은 노예를 선택할 기회와 함께. 물론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신 분이 제일 먼저 고르시겠죠."


 곧 나락으로 떨어질 자들에게


 "이게 많은 이들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힘들어할 때, 여러분에게 일어날 일입니다."




 거액을 지불한 자도 있었고, 아직은 미심쩍은지 소액만 투자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대다수의 이들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리고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남자에게 어느 엘프가 다가왔다.


 "정말로 그 돈들을 얻어냈군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지 않나."


 "곧 정부의 공표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는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눈앞의 남자도 일단 타국의 귀족이란 것은 알았으나 그 정도로 제국의 사정에 밝을 줄은 몰랐던 그녀가 물었다.


 "그거? 당연히 거짓말이지."


 "예?"


 당황한 상대의 반응이 즐겁다는 듯 웃은 그가 말했다.


 "하지만 곧 진실이 될거야. 돌아간 그들 스스로도 나름대로 조사해보겠지. 그리고 그렇게 움직임이 있으면 당연히 제국도 눈치 챌테고."


 "하지만 그게 단속으로 이어진다고는..."


 확실히 노예상들에게 돈을 받는 대가로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 걱정을 하는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그래도 상관 없어. 여기 온 놈들도 제국에서 한가닥 하는 '높으신 분들'이거든. 그런 자들이 소비를 위축하고 믿음직하지 못한 노예도 사지 않으려 든다면? 그게 경기침체고 노예 가치 하락이지 뭐."


 "아"


 "게다가 몇 번 더 이 설명회를 할 거야. 아무리 비밀을 지키라고 해도 암암리에 퍼지겠지. 이미 소문이 퍼진 이상, 그걸로 게임은 끝난거야. 시장은 그런 것에도 큰 타격을 입으니까. 그리고 진실을 알 때쯤엔 외국의 벼락귀족은 이미 이 돈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뒤일테고"


 상상만해도 좋은지 낄낄거리는 그를 잠시 지켜보던 그녀가 말했다.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돈 드는 것만 아니라면 들어줄 수도 있네."


 "돈이 많이 들긴합니다만..."


 그의 이마가 찌뿌려지는 것을 본 그녀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우리 동족들 뿐만 아니라. 이들도 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지?"


 "그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으니까요. 비록 같은 종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건 참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와서 그 실태를 목격한 그녀의 말에 그는 단호히 답했다.


 "그들을 구한다고 해도 또 다른 이들이 잡혀올 걸세."


 "하지만 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잡혀오는 것은 매한가지겠지요. 결국 노예는 소모품이니까."


 "그 잡아가는 것이 더욱 극성이 될 지도 몰라."


 "당신이 구매력이 있는 많은 이들을 이 방식으로 파탄낼텐데 과연 수요가 지금 같이 유지 될까요? 노예상들은 굳이 그럴 수지타산이 안맞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신의 말에 따박따박 반박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머리를 짚었다.


 "젠장, 용케도 알아차렸군."


 "당신 곁에서 배운 겁니다."


 왠지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그가 핀잔을 주었다.


 "그래,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허튼 짓하면 바로 베어버리겠다고 목에 칼을 들이밀던 여자라곤 생각되지 않는군."


 "그, 그건!"


 얼굴이 붉어진 채 할말이 궁해진 그녀를 보며 남자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걸 잊고 있지 않나."


 그는 노예로 잡혀간 엘프들을 구하고 제국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을 조건으로


 이번 일에 대한 조력 및 눈앞의 엘프를 잠시간 고용하는 것을 약속 받았다.


 다만 그다지 신뢰 받지 못했기에 엘프 왕국에서 신용을 보증해 주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꾸며진 일이었다.


 물론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엘프들을 구하고도 남을 막대한 돈을 얻을 자신이 있었기에


 "난 자선사업가가 아닐세.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아. 우리가 맺은 계약에도 그건 내 몫이라고 분명 나와있을텐데?"


 "그 계약엔 당신이 할 다른 일을 위해 저를 잠시 고용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이쿠, 이런 사기꾼과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도 고결하신 자신에겐 치욕이라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잘도 믿어주겠군."


 심드렁하게 말하는 남자에게 그녀가 발끈했다.


 "그렇게도 저를 못믿겠습니까!"


 "자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지금 남을 속여서 큰 돈을 얻으려하고 있다네."


 "윽"


 그 말에 잠시 입을 우물거리던 그녀가 겨우 입을 떼더니 말했다.


 "그래도 당신은 지금처럼 좋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사용하는 이들을 속이지 않습니다. 다음에 제가 필요하다는 일도 이와 비슷한 일이라는 걸 들었습니다."


 "그래도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없어. 어쩌면 이 일 때문에 제국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지."


 "세상에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어디있겠습니까."


 오래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노예로 잡혀가고는 하는 동족을 생각한 그녀가 말했다.


 "우린 초인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걸 바꿀 순 없지 않습니까. 변화시키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래도 손에 잡히는 것까지만이라도 최대한 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당신도 그래서 돈을 모으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저런 자들에게서 빼았는 식으로. 그런 일이기에 저도 더 오래 함께해도 좋...좋겠...."


 "음?"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얼굴을 빨개져서는 제빨리 말했다.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명예로운 엘프로서 돕는 게 당연하지요! 그렇고 말고요!"


 그 모습에 남자는 혀를 찼다.


 "자네도 참 귀찮은 성격이군."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잘 모르겠군요."


 "게다가 말이 잘못되었네. 돕는 게 아니야. 자넨 나한테 빚을 지고, 그걸 갚으려고 고용되는 것일세."


 "그럼!"


 표정이 밝아진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어차피 의심을 피하려면 엘프 말고 다른 이들도 구매할 필요가 있었어. 그걸 더 늘릴 뿐이야."


 "네, 그런 걸로 하죠.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긴 한건가? 이건 자네가 빚을 지고 한 일이야. 내가 뭘 지불하지는 않았다고, 딱히 감사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네."


 그러고선 다른 일이 있다며 급하게 방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본 엘프가 중얼거렸다.


 "나참, 누가 누구보고 귀찮은 성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시작된 판타지 부부사기단 소설 누가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