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내 인생 24년 동안 깨달은 진리였다.

니체의 말처럼 신은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가 전지전능, 아니 적어도 인간보다 훨신 유능하다면, 이 세상에 지금보다는 불합리함이 적을 것 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불합리함이 가득하다. 누구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 만으로도 평생을 부유하고 모자람 없이 살며. 누구는 그들 일가 전체만큼 노력해도 그 일가의 개인이 누리는 것 만큼도 못 누린다.


신이 정말로 공평 하다면, 가난한 서민과 사악한 부자는 존재하면 안된다. 선량한 부자와 사악한 빈민의 사례도 많지만 전부는 아니다.

무든 부자와 빈자가 그랬다면 적어도 불합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악하다.

태어나서 경범죄 하나조차 저지르지 않은 내 인생은 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내 인생은 별 볼일 없었다. 부모 없이 태어난 천애고아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잘못 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문제인 줄 알았다. 노력을 잘 하지 못 해서. 부모 없이 태어나서. 그냥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문제가 아니였다. 문제는 바로 이 세상 이였다.


내가 선택 한 적도 없는 부모 가지고서 나를 평가하는게 과연 옳은 일 일까.



세상은 냉혹했다. 자신들은 차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 조차도 그 사실을 알고 난다면 조금이나마 생각이 섞이기 마련이다. 차별과 능력은 별개기 때문이란다.


고아로 태어나 가진 돈 하나 없이 이 세상을 살았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군대가 면제였다.


허나 지금 보면 오히려 군대를 가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군대에 간다면 최소한 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한 푼 안 쓴다면 전역할때 몇천만원은 모을 수 있다.


남들은 모두 기피하고 안 갈 수 있다면 가지 않을려고 하는 군대를 가길 희망하는 밑바닥 인생. 그게 바로 나다.

그리고 이런 인생은 내가 선택 한 적이 없었다.


태어난게 죄였다.




1화 - 나는 신이다 -




대한민국은 그나마 괜찮은 국가다. 나같이 밑바닥 인생도 밥을 챙겨준다.

세상이 잘못 된 거였지만 그건 구성원의 문제일 뿐 제도 자체는 괜찮았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몸 멀쩡한 성인이 굶어서 죽지는 않게금 만들어 준다.


무료 배식소에서 밥을 먹고서 알바를 찾아 다닌다. 그러고도 노숙 신세를 면할 수는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알바를 가지기도 힘들고, 타고난 신체가 약해 상하차 같은 알바도 뛰지 못 하며, 알바를 구해도 고아라는 이유로 차별 당한다.


이들 중 내가 선택한 결과인 것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선택 할 수 없었다.


신이 공평하다면 한가지 쯤은 선택 가능 하게 해 줬을텐데 그들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가 결국은 죽음이 가까워 지게 되었다. 내 나이 24살일 때였다.



이름, 김하준.


사인(死因), 병사(病死).


병명, 교모세포종.


암중 가장 생존률이 낮은 암.


그 암에 걸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내 인생은 보잘것 없었다. 태어난 가치가 없는 것 같았다. 


태어나 불행히 살고, 죽어서도 불행이 죽는다. 과연 내가 이 세상에 아예 태어나지 않고, 부모의 뱃속에서 유산 되었다면 세상이 달라지기는 했을까?


불행하게도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바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더 좋게.


내 부모는 나를 버렸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였을것이다. 만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랐던 보육원도 마찬가지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돈을 더 아낄 수 있었을 거고 결국 더 잘 보살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같이 말도 안 듣고, 똑똑하지도 못 한 아이를 키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존재 하지 않는 세상은 훨신 더 낫다고 생각한다.


만일 신이 정말로 존재하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존재 했다면. 나는 왜 태어난걸까?



만일 정말 신이 존재하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이런 삶을 살면서 어떤 목적을 가졌던걸까.

만일 신이 존재하지만,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내가 신이 없다고 한거나 나쁘다고 한 것 때문에 불경죄로 이렇게 만든 거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신을 열혈히 믿어야 할까?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할 필요 없다. 신이 없다면 당연한 사실이고, 있다해도 그런 쩨쩨한 신이면 믿을 가치가 없으니까.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이 세상과 작별이였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시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인생이었다.



1화 - 나는 신이다 -



그리고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펼쳐진 것은 차디찬 동굴 안 이였다. 축축하고, 딱딱하고, 차가운 그런 돌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그런 장소에서 나는 눈을 다시 뜨게 되었다.



일어나자 마자 든 생각은 이곳이 저승인가 였다. 쓸모없는 내게 알맞은 저승. 차디찬 바닥과 축축한 공간. 그리고 딱딱한 돌 더미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도 멀정하게 저승에 도착 했으니 돌아다녀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주변을 돌아본다. 걸어서 다른 곳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빛이 들어오는 곳이 들어왔다.

동굴의 출구로 추측되던 그곳으로 나온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광대한 숲과, 날라 다니는 용 한 마리가 보이고 있었다.


용이 있었다. 그것도 서양의 용이. 붉은색 불을 내뿜으면서 말이다.



어이가 없어서 동굴 안쪽으로 다시 들어갔다. 헛 것을 본 것 같았다.

다시 밖을 쳐다본다. 똑같았다. 용이 그대로 있었다.


볼을 잡아 당겨본다. 아팠다. 현실이였다.



그러던 중 혹시 죽고 나서 이세계에 환생 한건가 싶어서 미지의 힘을 다룰려 해 본다. 안 됐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이가 없었다. 나를 이곳으로 환생 시켜준 신이 있다면 적어도 생존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은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했다.


다시 한번 더 신을 원망했다.


정말로 신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어째서 다시 한번 더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이번에도 다시 한번 더 노력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건 싫었다. 다시 살기 싫었다.

만일 신이 존재하고, 그가 나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나를 부른 것 이라면.

적어도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그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전의 삶에서 암에 걸리고 나서 가장 많이 했던 행위였다.

지루했지만 살만했다. 고통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통 없는 지루함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아마 사흘이 맞을 것이다. 하루의 길이가 같은진 몰라도 어두워지고 밝아지고가 3번 반복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직도 고통이 없었다. 갈증, 허기, 격통, 저림등 생명체라면 느껴져야 할 무언가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문이 들어 한번 볼을 꼬집는다. 아팠다.

의문이 들어 얼굴에 상처를 내본다. 아프다. 피가 흐른다. 몸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가 먿었다. 불과 10초 정도 지난 뒤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상처가 금방 낫는 것처럼 굶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용을 보았던 곳과 반대되는 곳 이였다.


알 수 없는 성소가 눈에 들어왔다. 천사 조각상이 조각된채 기도를 하고 있는, 신성함과 거룩함이 느껴지는 곳 이였다.



나는 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일 그들이 인간보다 나았다면 나를 이렇게 버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신의 성소가 이 앞에 있었다.


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죽는 그날까지 신을 저주한 내 눈앞에 신을 기리는 조각상이 있었다.

마치 신을 원망 했으니 그 대가를 치르라는 것 마냥.



신은 존재 할 것이다. 나를 이곳으로 보냈으니까. 그러니 신은 나쁘다. 내게 딱 살아갈 만큼의 힘만 주었으니까.


분노를 담아서 성소를 발로 찼다. 깡ㅡ 하는 소리와 함께 성소가 조금 금이 갔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죽지 못하는 삶이라는게 떠오르자 다시 우울해 졌다.


만일 신이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 이라면 그의 말을 따라야지만 행복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성소의 천사 석상의 눈에 불이 들어온다. 백색의 빛이 눈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주변을 맴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상황을 파악한다. 빛들이 한데 모여 형상을 이룬다. 만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재현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였다.



모인 빛들이 사방으로 퍼져 내 눈을 가린다. 눈이 따갑지는 않았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야가 다시 어두워 졌을때 내 눈앞에는 한 천사가 내려와 있었다.



한쪽에 6개씩 총 12개의 날개를 가졌고.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던 샛노란 금발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입고있는 백색의 복장은 흠 하나 없이 깨끗했고, 인간이 아니라는 듯 머리 뒤에 광배가 주변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천사의 모습이였다. 그렇기에 정신을 가다듬고서 그녀를 쳐다 보았다.

이곳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내가 아는 천사는 신의 하수인이다. 즉 저 천사는 적어도 신의 하수인이다.



마음을 다잡는다. 신의 대리인이라 할지라도 어차피 신을 따르느니 죽기를 택한 나였다. 만일 신들이 양심이 있다면 기억을 지우든지, 아니면 이전 삶에 나타나 선택의 기회를 주던지 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 없다는 소리다.


그렇게 천사가 무엇을 요청하든 거부할 준비를 마친다. 이윽고 천사의 입이 열리고 내가 무슨말을 하든 일단 거부 할려고 하던 때.



[드디어 저를 호출하셨군요. 위대하신 무신이시여. 93년만에 당신의 천사 아리엘이 위대한 분을 배알하나이다.]



"에...?"


내 정신이 혼미해졌다.




1화 - 나는 신이다 -




순간 듣고서 어이가 없었다. 나보고 신이라고 했다. 분명하게 신이라고 언급했다.

성소에 흐르는 물줄기로 시선을 돌린다.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확인한다.


다른 얼굴이였다. 이전 생의 매체에서도 본적 없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적어도 과거의 나 김하준은 아니었다.


순간 웹툰 같은곳에서 가끔 보이던 빙의인가 싶었다. 이 경우 신인걸 들키면 더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정하고 속인다 해서 되는게 아니다. 어차피 드러나게 돼 있다.



적어도 내가 빙의한 대상이 신 이라면 더는 신을 탓할게 아니다. 신이라 하더라해도 정정해야 할건 정정해야 한다. 어차피 죽었던, 그리고 이룰것도 없던 사람이었다. 미련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저는 신이 아닙니다. 아마 다른 영혼인데 빙의 한 것 같은데 일단 저는 신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했다. 천사가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시던 신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으니 그런가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하하하... 정말 예상 그대로 시군요. 무신님께서 그 정도는 예상 하셨습니다. 아마 과거의 기억을 잃었던 자신은 신을 증오하는 상태 일테니 자신이 신의 몸 인것을 알면 바로 이실직고 하신다고 하셨거든요."


"에?"


"무신님께서는 과거 1000년전 이곳에 환생 하셨습니다. 그것도 인간의 몸으로 말이죠. 그러고 결국 신이 되셨습니다. 순수하게 경지를 돌파해서요. 그러고 모종의 사유로 힘과 기억을 봉인하셨습니다. 그래서 무신님의 기억이 딱 거기까지 밖에 남지 않으신 것 입니다."


그 말을 들었지만 신뢰가 생기진 않았다. 에초에 자신이 신이었는데 기억을 봉인했다는 말을 믿어줄 인간은 없다.


그렇기에 내가 물었다.



"도데체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


그녀가 답했다.



"다른 세상에서의 이름 김하준. 아마도 사인은 암. 향년 24세. 이정도 설명한다면 충분 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녀의 발언에 조금의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아직도 궁금한것 투성이였다.


그런 그녀가 손을 뻗었다. 내가 당황해 뒤로 주춤하자 그녀는 웃으며 빛으로 내 주변을 뒤덮었다.


그 빛 사이에서 무언가 영상이 생성된다. 아까 보았던 얼굴이다. 지금 내 얼굴. 내가 쓰고있는 이 몸의 얼굴이 그 영상에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것을 전달 받았다. 내가 정말로 신인지.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 혼란 스러운지.



나는 신이다. 그렇기에 굶어 죽지 않는다. 목말라 죽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처는 금방 낫는다. 신이니까.

그러나 힘은 없다. 스스로 봉인 했기 때문이다.


신의 몸에 빙의 한 것이 아니다. 환생한 나는 신이 되었다. 그러고 환생 직전부터 마지막까지의 기억을 지웠다.

그 결과 내 기억은 환생하기 직전의 기억 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봉인되어 지구에서의 기억만 남아있다.



모든 내용을 이해했지만 아직도 이해 가지 않는것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신이 되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었다.


어째서 나는 신의 힘을 봉인했고, 기억을 같이 봉인했는가. 왜 기억을 봉인 했다면 바로 지금 까지의 기억만 남아있는가.


그런 의문을 대변하듯 천사의 입이 열렸다. 따뜻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쌌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조금은 진정 되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우실 건 압니다. 하지만 저도 아는 것이 없어서 질문을 해 드릴 순 없습니다. 단지 무신님께서 어째서 힘과 기억을 봉인 하셨는지 찾는게 과거의 무신님이 요구하신 것 입니다.]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하였다. 빛이 다시 한번 일렁이고서 텅 빈 허공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혼자 남았다는 사실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신이였댄다.


1000년전 환생 해 신에 경지에 도달한 뒤 기억과 힘을 봉인 했댄다.


어째서 힘과 기억을 봉인했는지 찾아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