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붕대를 풀어내자, 신의 무성의처럼 놓인 금ㅡ,


얇은 붕대 두어겹으로 감출 수 없어 보일 만큼이나 순결한 백색의 피부ㅡ속에는


검은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진 채 죽은 눈을 감싼 눈꺼풀은 거룩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그저 고요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른 손을 들어 얼굴에 올리자 미묘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그 객체의 맹인은 미소한 신음소리를 입으로 흘렸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한 치 옆으로, 다시 옆으로.


조금씩, 또 조금씩 그 바른 온기가 눈가에 다가갈 수록 그녀의 몸은 더더욱 심하게 떨려왔다.


이미 죽은 눈에 대한 마지막 경의일지, 혹 그저 한낱 인간으로서 눈 먼 상실에 두려워하는 것인지.


왼 눈마저 질끈 감은 그 모습은 이윽고 눈에 들어왔고, 공포를 그저 경의로서 받아들이는 편이 편할 것이라는 것 또한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묘한 떨림과 고민이 뒤섞여 이 추운 방이 달아오르는 동안 이미 손가락은 그 눈꺼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오래도록 차가웠던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미친듯이 커져오던 그녀의 떨림은 일순 멈춘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기능을 잃었다곤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ㅡ 너무나도 검어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곧 검은 눈동자 위로 더욱 검은 그림자가 커져간다.


상냥한 발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손가락은 잠시 멈추어 이 공허의 코앞에서 잠시 묵념한다.


그러나 묵념 사이로 흘러들어온 나와 그녀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 이 거사를 재촉해온다.



곧,


차가운 동공ㅡ



손가락은 지체없이 움직여 안와를 후빈다.


엄지에 무참히 짓눌린 오른 눈동자는 피, 눈물, 그리고 알 수 없는 오만과 불안에 섞여 뜨거운 것이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왼쪽 눈으로는 그 검붉은 곤죽만큼 뜨겁고, 다만 깊이없이 투명한 눈물이 굵게 맺혀온다.



무정,


그럼에도 오른 손은 멈추지 않고 눈을 휘젓는다.


눈이었던 질은 액체들은 모두 하나하나 썩어가는 소망이 되어 대리석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다.


눈 안을 완전히 비울 듯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가락은, 마침내 빈 채로 공명하는 그 구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곧 피가 되어 섞여나온 맹인의 날들이 차갑게 식어내려가자 다섯 손가락은 다시 그 떨리는 뺨을 쓰다듬는다.



뇌와 가장 가까운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들자 작은 몸은 발작적인 신음을 내뱉었고, 곧 여남은 진통제를 털어넣었다.


이내 지체없이ㅡ이 죄악의 손을 잡아 음부로 가져다었다.



손으론 다시금 그 안와만큼이나 뜨거운 온기가 전해져온다.


이윽고 제 빈 구멍을 가리키는 손가락은ㅡ 그 온기를 버리지 말아달라며 허공을 몇번이고 젓고는


무릎을 꿇고 곱게 앉아 자신의 눈구멍을 치부에 대었다.


크게 벌린, 떨리는 양 팔로는 다리를 안으면서,


한 편으로는 재촉하듯이.




이런거

맹인의 눈은 이런곳에밖에는 쓸데가 없어요옷 하는 그런

소설을 써달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