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어느 평범한 웹소설과도 같았다.


어느날 갑자기 한반도가 과거로 트립했다.


이 얼마나 간단한 설명인가?


당연히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앞으로는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 뻔하다.


혼란의 이유?


국가의 트립이라는 자체가 큰일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는 별 게 아니었다.


문제는, 한반도가 트립한 연도였다.


1984년.


어딘가 익숙해 보이지 않은가?



그래, 우리가 떨어진 세상은 그곳이 맞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3대 초강대국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쟁을 반복하던 곳.


오세아니아는 드넓은 태평양과 대서양에 의해, 


유라시아는 광활한 국토에 의해, 


그리고 동아시아는 국민의 다산성과 근면성에 의해 보호받으면서... 세 국가 간의 균형이 유지된다.


그런 세상에 우리는, 동아시아의 한복판인 한반도를 떡하니 차지해버린 것이다.


동아시아의 죽음 숭배 내지는 자기말살 사상은 북한의 주체사상이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 선진사상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그런데 그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던 주체사상 국가가 멸망하기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은 듯 싶다.


선진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커녕, 북한의 주체사상조차도 그들에게는 체제를 붕괴시킬 위협이 있는 '자유로운' 사상이었으니.


하물며 남한이야 말해 무엇인가?


이제 남한은 역사상 유래가 없던 대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다.


3차 세계대전으로 한바탕 멸망해버린 문명과 격감한 인구를 고려해도, 이 세상은 대충 1960년 수준의 군사기술은 가지고 있다.


오세아니아의 인구만 약 3억인데, '다산성'을 언급한 동아시아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14억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리고 중국 공산당을 자유주의 선진국으로 느끼게 할 막장 군국주의를 감안하면... 못해도 천만명은 몰려오겠지.


심지어 그조차도 끝이 아니다.


설령 기적적으로 동아시아의 침공을 막아낸들, 그 뒤에는 유럽 전역에 시베리아를 차지한 유라시아의 침공이 대기하고 있다.


그마저 물리치면?


아메리카 전역을 차지한 오세아니아가 몰려온다.


...아무리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려 노력한들, 이미 한국의 멸망은 확정된 사실이다.


해가 떠오르고 달이 지듯이, 시기를 미래로 설정했을 뿐 이미 예정된 결말.


그렇다면, 우리는 예정된 멸망에서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이런 세상에 한반도를 떨어뜨린 신이 우리의 편일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제는 정말 기도하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멸망이 확정된 한국의 미래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신이시여, 부디 인간의 자유를 보우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