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절이였다. 그야말로 인류의 황금기였지, 


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원리를 해석하고, 우주의 근간을 탐닉하는 이성과 합리, 호기심의 시대


그 시절의 인류에게 한계따위는 존재 하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과 자원만 있으면 모든것이 가능했고 모든것을 알 수 있었단 말이다.


그래, 저 천계라 불리는 이차원에 거주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12마리의 인격체들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을 얘기하는거다. 꼬맹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네가 지금 짓고 있을 표정이 선히 보이는군, 너는 소위 '신'들이 태초부터 존재하는 줄 알았나 보지? 하! 어림없는 소리!


너는 왜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우주의 지배자들이 왜 하필이면 인간과 똑같이 생겼는지, 


왜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지 한번이라도 고민해본적 있느냐?  


저 '신'들은 우주의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다. 영광스러웠던 고대인류의 최고이자 최악의 창조물, 

'인간형 경이 실험체  I~XII'가 놈들의 본질이다.


지금 저 놈들이 독점하고있는 권능은 원래 저놈들 것이 아니었어, 


그것들은 본래 인류의 탐구와 해석의 결정체인 '경이'라 불린 개념체였다.


그리고 그 개념체를 인간의 형태를 한 실험 모듈에 설치한 결과물이 저 버러지들의 시초였다고.


당시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던 실험은 저 치들이 점차 자의식을 가지면서 망가졌다. 


과학자들의 명령하에서만 움직여야 했던 실험모듈들이 점차 자기 마음대로 권능을 행사하기 시작한거야.


우리의 대응보다 저놈들의 발달속도가 훨씬 더 빨랐고, 그 놈들은 자신들이 신이 되기위해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경이'를 잃어버린 인류는 놈들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류가 패배한 그 순간, 인류에게는 끊을 수 없는 족쇄가 채워졌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것을 이룩했던, 진정으로 자유로웠던 인류가 그놈들이 던져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연명하는 노예로 전락해버린거다.


상상이 가느냐? 저 역겨운 인격체들이 쥐고있는 모든 권능, 모든 지식이 전 인류의 손에 있었던 시절이?


그 시절의 인류가 얼마나 위대한 것들을 창조해왔을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해왔을지 상상이 가느냔 말이다!


물론 그 시절의 인류도 사슬을 순순히 받아들인것은 아니다.


전쟁의 패배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까지, 인류는 경이를 놈들에게서 되찾아오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고, 그 결과물로써 모든 경이를 흡수하는 13번째 경이, 이 큐브를 만들었지.


놈들에게서 12가지 경이를 모두 되찾고, 마지막으로 이 큐브를 파괴하면 되는거야. 


그렇게 되면 인류는 다시한번 자유로워져 새롭게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거다.


 '마나'도, '신성력'도, '오러'도 없고 저 괴상망측한 '엘프'니 '요정'이니 '마족'이니하는 것들도 없는! 그 순수하고 자유로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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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야 이거?"


우리 집안 선산에 있는 동굴에서 찾은 상자에는 대략 6 입방인치정도 되어보이는 정육면체 하나, 발광하는 글자가 쓰여있는 푸르고 반질반질한 판떼기 하나가 있었다. 읽을수는 없지만 아마 설명서나 그런거겠지.


큐브는 만지자 마자 몸안의 마나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나를 저장하는 스크롤은 숟하게 봐왔지만 이건.. 뭔가 다르다.. 

일단 빨려나간 마나를 다시 끌어올 수 없었다. 또 스크롤은 마나를 저장하면 회로가 밝게 빛나면서 마나가 저장되었음을 알리는데 이 큐브에는 그런것도 없었다. 마나를 빨아가기 전과 후가 똑같다. 이게 이 큐브의 용도인가? 무슨 마법을 방어하는 장치인가?


선천적으로 마나가 적어서 다행이다. 제국의 대마법사 같은 마나 돼지들이 이 큐브를 만졌으면 피눈물을 흘렸겠지.


판떼기는 읽을수도 없으니 상자에 도로 넣고, 큐브는 일단 주머니에 넣었다. 큐브를 주머니에 넣으니 더이상 마나를 빨아가지 않았는데, 아마 맨살에 닿아야만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제국이나 교회에 바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 그곳에 있는 학자와 사제들이라면 아마 판떼기에있는 설명서도 해석할 수 있을거다. 교회에 바치면 천계의 대리인을 알현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귀한 물건을 손에 넣은 공이면 나를 마법도 못쓰는 백수새끼라며 멸시하는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도 한방 먹여줄 수 있을거다. 어쩌면 큰형을 제치고 내가 작위를 물려받을지도 모른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동굴밖을 나오는데...


「죄인을 압송한다.」


동굴밖을 나오자마자 천계의 대리인들이 내 목에 창을 들이대며 나를 묶었다.


이 정도의 보상을 받을줄은 몰랐는데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