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런 부류의 클리셰가 다 그렇고 그렇듯이, 1938년의 어느날 갑자기 지구와 이세계를 오가는 게이트가 열려버렸다.


이 다음에 이어질 상황은 꽤나 다양하겠지.


중세시대 정도의 이세계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려서 이쪽에서 경제적, 군사적 침략을 할 수도 있고,


오히려 더욱 발전된 과학력을 가진 외계인이 침략을 시도하려는 걸 수도 있고,


아예 지성이 통하지 않는 괴수들이 쳐들어 오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게이트의 이쪽도 저쪽도 똑같은 현대국가라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심지어 게이트의 양편이 모두 '지구'라는 행성이면 더더욱.


그렇다고 뭐 평행세계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린 건 아니었고, 대충 지구와 비슷한 부분은 비슷하고, 다른 부분은 다른...


일명 '스트레인지리얼'이라는 세계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려버린 것이다.


이쪽 지구에서는 1938년, 저쪽 지구에서는 1994년.


독일 제3제국과 벨카 연방에는 게이트가 열렸다.


* * *


게이트가 열렸다고 지구인들이 '오오, 이것은 '제트기'라는 것인가!'하는 일 까지는 벌어지지 않는다.


이세계물 마냥 문명 수준의 차이가 심하면 모르겠으나, 전간기의 지구와 스트레인지리얼의 기술격차는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장 독일인들의 눈에 보이던 벨카 연방의 모습이란, 이쪽에서 상상만 하던 많은 기술들이 상용화된 국가 정도인 것이다.


아예 '상상도 못한' 수준의 기술격차를 당장 겪지는 않았다.


벨카 연방 입장에서도 독일 제3제국은 대놓고 식민지로 삼을 만큼 만만하지는 않았다.


독일 제3제국 정도면 그래도 스트레인지리얼의 약소국 보다는 강한 국력이 있었으니까.


물론 군대를 전멸 시키는 것이야 가능하겠지만, 통치는 또 별개의 문제이므로 벨카 연방은 이세계 침공을 단념해야 했다.


다만, 운이 좋다고나 할까, 독일과 벨카는 문화적으로 굉장히 유사하였다.


당장 언어부터가 동일하기에 첫 접촉부터 대화가 통한 것 부터가 그렇다.


각국의 사절단이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독일과 벨카 양국이 역사적,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벨카 연방은 한 가지 좋은 방안을 떠올렸다.


바로, 독일 제3제국을 지원하여 이세계의 패권국으로 만든 다음, 그들로부터 전쟁에 필요한물자를 수입해오는 것이다.


두 세계의 기술 격차는 최소한으로 잡는다 해도 60년은 되기 때문에, 벨카 입장에서는 진작에 박물관에 보내버려야 할 '구식 무기' 정도만 지원해도 이세계인들을 몰아내기에는 차고도 넘치겠지.


뿐만 아니라, 벨카는 공국 시절부터 뛰어난 항공전술로 유명한 국가였다.


따라서 군사 고문단을 파견해, 독일의 항공전력을 교육시킨 다음, 그들이 벨카제 무기를 사용한다면...


세계 정복까지는 몰라도, 유럽의 패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새로운 후방보급창을 손에 넣는다면, 가증스러운 오시아 놈들과 맞설 군수물자는 충분하겠지.


양측이 모두 윈 윈 하는 거래였다.


그렇게 사악한 동맹이 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