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갑옷 노획


저 시대 갑옷은, 특히 강철로 온 몸을 두르는 갑옷들은 비싸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노획만 할 수 있으면 내 생명도 지켜줄 수 있고 돈벌이도 되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었음




중세의 봉급과 각종 물가에 대해서 기록된 자료들을 모아보면


지휘관급인 나이트 배너렛은 하루 4실링의 봉급을 받았고, 평기사들은 하루 2실링, 종자들이나 일반 중보병(맨앳암즈)들은 1실링의 봉급을 받음




그리고 완전한 사슬갑옷 한 벌이 5파운드였음


1파운드=20실링이니까 일반 중보병들이 사슬갑옷 한 벌 장만하고 싶으면 밥 한 끼 안 먹고 100일치 봉급을 모아야 나온다는 것




사슬갑옷 한 벌이 이럴진대 판금갑옷은 당연히 훨씬 비쌌음


밀라노식, 즉 기성품으로 제작된 갑주 한 벌이 8파운드 6실링(중보병 166일치 봉급)이고


중세 중후반기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갑옷들은 13파운드 16실링(중보병 276일치 봉급), 그리고 장식 많이 들어간 것들은 20파운드를 넘기기도 함


괜히 중세 중후반기까지도 사슬갑옷을 입고 다니거나 흉갑과 투구 정도만 판금으로 맞추고 다니는 경우가 흔했던 것이 아님




그리고 중보병들은 그나마 돈 잘 버는 입장이었음


일반 인부들이나 잡병들은 봉급으로 연 최대 2파운드를 받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나도 중보병 해서 돈 좀 벌련다' 하고 기초적인 사슬갑옷 한 벌 장만하려 해도 5파운드 벌어들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음




그렇기에 전투가 벌어진 후 전장에서 전사자들의 갑옷을 노획하고 그걸 자기가 입고 다니거나 팔아치우는 건 은근히 돈이 잘 벌리는 재테크 수단이었음


물론 갑옷에 특정 가문의 문장같은 게 도색이 되어 있거나 특유의 장식품이 달려있는데 그걸 그냥 입고 다니거나 팔거나 하면 '내가 귀족님네 모가지 따서 갑옷 뺏었네' 하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니는 꼴이라 눈에 띄어서 보복당할 수 있었다보니 이렇게 재테크하는 병사들은 노획품에서 꼼꼼하게 도색 지우고 장식을 제거하곤 함


중보병들이 짝이 안 맞는 누더기 갑옷을 입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고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글에는 잘 안 씀

뭔가 갑옷 벗겨다 팔아먹고 막 그러면 좀 비루해보이고 그래서 싫은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