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5ZLkczc2tg?si=Trfbpi84I4n7mEow


https://youtu.be/yXr4UjnXa14?si=scLQyGKGC5jxcyUC



세상이 망하려나, 갑자기 존나 추워진 요즘,

옆구리는 시리고, 가슴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이럴때일수록 찌찌가 따땃해지는 순애물이 땡기는 법이지.

여기에 구원순애물이면 더 좋고, 판타지라는 향신료를 한사바리 치면 더 좋지.

근데, 매번 서양판타지만 쳐먹으니 좀 질리지 않냐?

가끔은 색다른 판타지 구원순애물이 보고싶지 않냐?


그런 네놈을 위한 소설이 바로 여기있다.

'나의 행복한 결혼'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행복한 결혼은 서구의 기술과 문화, 쪽바리의 헬 봉건제가 공존하여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비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이쇼 로망을 적극 반영한 소설로써, 다이쇼 시대의 사회분위기를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진이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다이쇼 시대를 실감나게 표현한 터라, 판타지가 아니라 사극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행복한 결혼은 단 하나의 단어로써 사극의 철로에서 탈선해 판타지의 선로를 따라 달려간다.


'괴력난신'



이 이야기는 이능을 계승한 유서깊은 명가인 사이모리 가문의 장녀인 사이모리 미요가 귀족 가문 중 정점인 쿠도가의 당주이자, 현 세대 최강의 이능력자인 쿠도 키요카에게 시집을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존나 잘생기고 부동산 존나 많아서 놀아도 돈이 굴러들어올 정도로 돈도 존나게 많은데다가 학력도 높은 말 그대로 존나게 잘났지만, 성질도 존나게 더러워 명가의 아가씨들이 2주를 못견뎠다는 악명이 도는 남자.

그런 남자의 신부가 된다는 사실에 미요는 무서웠지만, 그녀에게는 물러설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를 일찍 여읜 미요는 계모와 이복여동생에게 구박을 받았으며, 이능조차 계승받지 못하였기에 아버지에게도 외면받는 버린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혼인이지, 사실상 버려진 상황.

학대를 받으며 자라 소극적이고 겁이 많은 미요였지만, 뒤가 없는 그녀는 이 험난한 삶을 해쳐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황스럽기는 쿠도 카요코도 마찬가지였다.


명가의 아가씨라는 것들은 존나 허영심에 찌들어 있어서, 물욕이 없어 검소한 쿠도 키요카의 생활습관에 불만을 가지고 참피마냥 "데샤아! 와따시는 세레브한 명가의 규수인 데수! 당장 아마아마한 진수성찬과 쎄레브한 성과 기모노를 대령하는 데샤!"라는 식으로 온갖 것들을 요구하기 마련이었고, 키요카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사용인, 유리에를 괴롭히는 족속들이라 그는 아가씨라는 족속을 혐오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허름한 옷차림에 툭하면 벌벌 떨면서 도게자 박고, 삼일한으로 단련된 능숙한 솜씨로 유리에를 도와 집안일을 하면서도 존나 사소한 것이 감격하는 이 아가씨가 나타난 것이다.


흥미가 생긴 것은 키요카 뿐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으로 삼일한 안당하고, 나데나데도 받은 미요 입장에서도 키요카와의 생활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내심 이것저것 챙겨주고, 격려도 해주는 남자.

 

그런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좀 더 함께하고 싶었다.

발걸음을 맞춰주는 이 남자와.

자상하게 보듬어주는 이 남자와.


하지만 아는 것 하나 없는 미요지만, 그런 그녀가 잘 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분수말이다.

잔인할 정도로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았던 미요는 명가의 규수라면 당연히 갖출 교양도, 이능도, 여성으로써의 매력도(일단 본인은 그리 생각함), 제력도 그 무엇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자신이 쿠도 키요카처럼 완벽한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미요 자신이 더 잘 알았다.

그런 남자에게 어울리는 짝은 자신이 갖추지 못한 그 모든 것을 가진 여동생, 사이모리 카야일 것이다.


그러나, 미요는 난생 처음으로 바래버리고 만것이었다.

이 남자와 조금만 더 함께하는 것을.

조금만 더 이 남자의 곁에 머무는 것을.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한 미요는 죄책감에 몸부림치면서도 자신이 쓸모없는 반푼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숨기기로 하였다.

나중에 큰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키요카 또한, 미요에게 반해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켜주고 싶은 연약함.

벗꽃처럼 단아하면서도 잘 관리해주면 찬란하게 피어나는 미모.

상냥한 성격까지.

이 여인이 없으면 더 이상 안 될 정도로 빠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사실 미요가 이능이 없고, 교양도, 돈도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사람 고용해서 이미 뒤를 캤었으니까.

사이모리니 뭐니같은 그딴것보다는 미요라는 인간 자체가 쿠도 키요카에게는 절실히 필요했다.


이렇게 보면 미요만 나데나데 받아서 변해가는 것 같지만, 사실 키요카도 자신도 모르게 미요에게 영향받아 점차 변해가는 것이 백미이다.

그리고 서로가 처음이라 서투르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두 사람과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그 모습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려함 속에 비정함을 숨긴 도쿄에 피어난 한떨기 꽃처럼 서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약하지만, 남편을 믿고 지탱하는 미요.

강인하지만, 여린 속내를 숨기고 미요에게 서툰 사랑을 배푸는 키요카

사무라이와 그 부인이 서로 서툰 사랑을 나누며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작품이 바로 나의 행복한 결혼인 것이다.


 

 

이 소설은 6권까지 연제되었으나, 이 똥찌꺼기같은 출판사가 3권까지만 내놓고 1년 동안 내다버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둘의 사랑이 완성되는 2권까지의 분량은 정발되었고, 코믹스는 꾸준히 정발하고 있으니 다행이랄까.

그런데, 사실 난 소설로 보는 것보다는 코믹스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가 글을 못쓰는건 아니다.

오히려 정석적으로 잘쓰는 편이니까 책도 6권이나 내놓고, 코믹스와 에니메이션, 실사 영화도 나오는 것이다.

복선까는 것 같은 기교는 별로 없지만, 스토리 전개도 엇나가지 않게 깔끔하게 흘러가고, 글도 미요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흔들리는 미요의 심정과 사랑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미요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코믹스 작가가 그림을 존나게 잘그린다.

내가 괜히 삽화를 코믹스 장면으로 넣은게 아니다. 소품 하나하나 고증에 맞게 철저히 조사해서 세밀하게 직접 그려놨고, 특히 선으로 퉁치기 마련인 머리카락을 한가닥 한가닥 생기있게 표현했다.

거기다가 출판사 씹새끼들이 3권까지만 내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애니메이션 존나 흥행하니 이제서야 정발 간보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 입문하고 싶다면 코믹스로 입문하라 권하고 싶다.


https://youtu.be/22snn05aEyQ


애니메이션도 좋다.

코믹스와 원작에서는 그냥 대충 넘긴 견귀의 재능을 시험하는 장면을 공포스럽고 인상깊게 묘사하였으며, 영상미도 화려하다.

근데, 원작에서 이능과 괴이는 사람이 그렇게 믿어서 생기는 눈의 착각이라는 설정이라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다이쇼 시대에는 이능력자들이 쇠퇴하여 작 중 사건들의 당위성을 제공했는데, 그 설정을 잘라버려서 좀 아쉽더라.

그래도 존나 흥행해서 요즘 나오는 애니답지 않게 2기도 나온다니 볼 가치는 충분하다.

넷플릭스에 있으니 보시구라.


서로 지탱하며 나아가는 다이쇼 시대의 사무라이와 그 아내의 달콤하면서도 가슴 졸이게 만드는 사랑이야기가 보고 싶은가?

그 답은 '나의 행복한 결혼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우리 장붕이들도 나의 행복한 결혼 읽으면서 다이쇼 시대로 신나는 모험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