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상황을 보면 장비가 기병 20기만 이끌고 다리를 끊은 뒤 배수진을 치고 조조군 호표기 5000기를 틀어막은 비현실적인 상황임


하지만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장비의 호통이 생각보다 큰 위협이 되었음을 알 수 있음




조조는 유비를 추격하기 위해 5000기의 기병대를 선도부대로 내보낸 상황이었고, 이들은 유비군과 피난민 행렬의 후미를 강타하여 와해시킨 뒤 유비를 찾으려 피난민과 패잔병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중이었음


즉, 기병 5000기가 패잔병과 피난민 사이에 뒤엉켜 흩어져 있는 상태였음




그러므로 장비가 기병 20기와 함께 저지한 것은 유비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던 수백 기 정도의 조조군 기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함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장비가 조조군을 향해 자신이 장비라고 외친 것은 적의 사기를 깎는 것 외에도 다른 효과가 있음


바로 조조군 기병에게 공격당해 흩어진 유비군을 재집결시킬 수 있다는 것




유비군은 삼국지를 통틀어 매우 높은 충성도와 응집력을 보이는 편인데, 이들이 장비의 고함을 통해 유비군 야전지휘관인 장비가 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도로 집결해서 최상급 지휘관인 장비와 함께 저항할 것이 뻔했음


아무리 장비라지만 수적으로 훨씬 열세인 적을 조조군이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있음


장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와해되고 있던 유비군이 장비를 중심으로 재집결을 시작한 거




재집결해서 수백 기 정도로는 상대하기 버거워진 적을 제압해야 하는데 아측 기병대는 곳곳에 흩어져서 집결시키는데 한 세월일 게 뻔하고, 아측 본대는 저 뒤에서 느릿느릿하게 기어오고 있음


거기다가 소규모 교전인데 상대 지휘관이 장비임


개쫄려서 더 추격 못하는 게 당연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