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씨발 용사 아니지? 마왕이 보낸 첩자지?"


"머리 울린다. 닥쳐라."


그러면서 또 칼을 들어올리는 용사놈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에 열 받은 용사놈이 나에게 칼을 휘둘렀지만...칼은, 날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이 미친놈이 죽이려던 불쌍한 불량배는 도망갔다. 떠다니는 유령 신세인 내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능력-나는 용사에게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용사는 날 못 건드린다. 물론 일반인인 내가 아무리 때려봐야 빡치게 만드는 게 한계지만.


"아니 말로 시비 좀 걸렸다고 바로 칼부터 꺼내는 게 말이 되냐 이 또라이야?"


"...언젠가 넌 꼭 죽인다. 이런 건 미리 확실하게 찍어눌러둬야 나중에 후환이 없..."


나는 답답한 나머지 머리를 감싸쥐었다. 사기꾼 여신 같으니라고, 뭐? '가이드 역할만 잘 해주면 된다'? 용사 이 사이코패스가 말을 안 듣는데 나보고 대체 어떡하라는 거지?


"네가 그렇게 멋대로 칼질해대는 일 자체가 후환을 만든다고 몇 번을 말하냐! 너 세상 혼자 살 거야? 아니, 이렇게 말하면 또 못 알아쳐먹을 테니...너 옷 네가 만들었냐? 칼 수리 네가 해? 밥은? 식재료 구하고 손질하고 식기 만들고 그거 네가 다 할 거야? 도대체가 용사라는 게 어떻게 가는 도시마다 동료는 고사하고 원수만 무더기로 만들어대는 거냐? 이러다간 지나가는 꼬맹이가 '부모님의 복수다!' 이러면서 네 등에 칼빵 놓겠다!"


그 말에, 용사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갱생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무조건 칼부터 뽑는 것만이라도 좀 참으려나 싶었는데...


"과연, 네놈도 가끔은 쓸모가 있군. 어린아이가 복수를 노린다라...일리가 있어. 앞으론 확실하게 주변 지인이나 어린 자식들도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지마 이 미친 새끼야! 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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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쿨찐 사이코패스 용사를 옆에서 말과 가끔 사랑의 매로 관리감독하는 주인공 이야기임. 수틀리면 폭력부터 사용하고, 눈앞의 장애물을 막는답시고 원한 사는 일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데다가, 약간만 말을 돌리면 무난히 넘어갈 일을 칼로 해결하려해서 사고를 치는 용사를 어찌어찌 제대로 된 용사노릇 하게 이끄는 주인공...꽤 웃긴 코미디 소재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