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반짝이는 보석처럼 아름다우신 코델리아 아가씨."


"집사, 아무리 그래도 그 호칭은 좀 고쳐주면 안될까? 우리 알고 지낸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잖아...."


"보석을 보석이라 부르는 게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나도 속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정도로 오글거리는 대사, 손으로 입을 막아도 흘러오는 주둥이가 야속할 지경이었다.


"아니면, 작은 아기고양이라고 불러드릴까요? 코델리아 아가씨?"


"야! 너 진짜! 내가 하지 말랬지!"


"하지만 마스터께서 아신다면 분명히 이런 식으로 존칭을 하시라고 하실겁니다. 아가씨가 싫다고 하신들, 다른 늑대들의 눈에는 가로채기 쉬운 보석처럼 보일테니까요."


"왜 아버님을 마스터라고 부르는건데!"


"제 고향에선 그렇게 부릅니다. 결국 절 임명하신 건 이 가문의 가주님이신 네로 가넷 님이시니까요. 그리고, 소드마스터시지 않습니까." 


단 안경을 올리는 나를 보면서 코델리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볼은 작게 붉어져 있었다.


"그럼 정말로 내, 내가 고양이처럼 귀엽다는 소, 소리야?"


"매번 제가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드리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시는 부분은, 고양이가 아니라 외로움을 잘타는 토끼같긴 합니다."


혀까지 깨물고 말한 그녀를 향해서, 나는 또다시 오글 거리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처음엔 분명 심심풀이로 읽던 소설이었다.

남자가 무슨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냐고 뭐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한 등장인물 때문에 그 소설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2회차의 여주인공은 특별합니다.> 라는 이름의 소설.

나는 그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보다 악역으로 나오는 악영영애를 더 좋아했으니까.


코델리아 가넷.

석류처럼 붉은 머리색이 특징인 그녀는, 아카데미의 황자에게 사랑을 갈구했지만,
결말부엔 여주인공에게 밀려 변방의 수도원으로 보내지게 되는 인물로.


극이 진행될 수록 왜 자기는 사랑해 줄 수 없냐면서 점점 악영영애로 변모하는 코델리아의 모습과,
사랑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는 절규와 외침은 글을 읽는 나까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실에서도 남에게 차여본 경험이 있던 나는, 회귀를 하여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여주인공보단 악영영애인 코델리아의 마음에 더더욱 이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와 달리 여주인공은 회귀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역하렘을 만들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싫었다.

아무런 장점도 없이, 단지 시간을 거슬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주인공에게 남자주인공들이 마음을 주는 것이 말이다.

만약에 코델리아를 좋아해 줄 사람이 곁에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녀의 인생도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완결 후기에 달린 QnA에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Q: 만약에 코델리아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극이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A:글쎄요. 아무래도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코델리아의 집사가 그녀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었다면 그녀가 악영영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죠. 따라서 if외전을 준비중이긴 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날 그 댓글을 달았으면 안되었는데.


그날 밤, 꾼 꿈은 무언가 현실감이 느껴졌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가 되어, 누군가가 메스로 내 몸을 잘게 잘게 해부하는 감각.


[<2회차의 여주인공은 특별합니다.>에 빙의합니다!]


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중압감에 꿈에서 깨어나려 노력하니, 내 눈앞엔 이런 내용의 텍스트창이 보였다. 


[코델리아 가넷에게 가장 영향을 줄 수 있는 등장인물을 탐색합니다....]


빙의? 2회차의 여주인공은 특별합니다에? 내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이라서 손을 텍스창에 뻗어보았지만, 허무하게도 통과했다.


[당신은 코델리아 가넷의 집사로 선택되었습니다!]


마치 환하게 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빛이 나는 텍스트창.


[빙의체에 걸맞게 특성을 조정합니다....]


[S급 특성- '완벽한 집사의 표본'을 획득합니다!]

[그에 대한 패널티 - '손발이 오징어가 될 정도로 오글거림'이 추가됩니다!]


완벽한 집사인데 오글거린다고?

나는 그 순간 천천히 암전되는 의식에 정신을 잃어버렸고, 눈을 떠보니.

"너가 오늘 임명된 내 집사구나? 난 코델리아야, 반가워!"


나의 앞에, 소설 속에서만 보던 코델리아가 있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보석처럼 아름다우신 코델리아 아가씨."


나는 의식할 새도 없이 흘러나온 말에 크나큰 당혹감을 느꼈다.






https://youtube.com/shorts/gzZ6jBLkmmo?si=S_92F_tb7N9JWOve


https://youtube.com/shorts/bfY1CT4t-Y8?si=o3ylR21FzF_I4gg3





이거 보고 떠올린 소재읾..


ㅈㄴ 오글거리는 집사와 츤데레 악영영애의 순애물 누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