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nyanko/68456952?category=창작&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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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팟!]


"...음."


"...조금 어지럽네. 원래 이래?"


"처음 타보나?"


"처음인데. 넌 여러번 타봤어, 헤븐?"


"...내가 차원 항법 장치와 좌표 측정기를 안정화시키고 발전시켰는데, 처음일리가 없지. 난 경험 많거든. 그리고... 처음 타는 거라면, 그렇게 좀 어지러운게 맞아."


"...익숙해져야겠네. 그래서, 여긴 어디지?"


"...글쎄."


"음? 손님... 아, 설마 냥붕씨가 보내준다고 하신 분들이..."


무게가 느껴지는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 왠지 모르게 의지가 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둘은, 단정한 제복을 입고, 묵직하고 거대한 츠바이핸더를 등에 맨 은빛 털이 아름다운 회색늑대를 보았다.


"...늑대다!"


호들갑을 떠는 모모코와 달리, 차분하게 앞으로 나서는 헤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반갑습니다. 뉘신지?"


"전 마들렌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안해주시던가요?"


"...우리 단장님이 일 날로먹는게 하루이틀입니까. 뭐... 네. 전 냥코 군단의 수석 과학자, 아비스 본 헤븐이라고 합니다. 헤븐 박사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흠... 잠시 앉으시죠. 뒤의 분은... 동료분이시죠?"


"동료 겸, 제 감시자입니다. ...제가 사고를 좀 쳤죠."


"...흠?"


"이 허당 박사 말은 무시하라구. 에헴! 이 몸은 밀키웨이-안드로메다 우주 연방경찰국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형사, 모모코라고 해. 잘 부탁해!"


광선총을 재정비하며 자세를 잡아보이는 모모코. 헤븐 박사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정확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음, 간단히 조사를 의뢰드릴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조사라...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종교단체라던가... 그런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만..."


"그렇습니다. 후..."


한숨을 푹 내쉬며, 부하들이 올려보낸 보고서를 정리하여 건네는 마들렌. 보고서를 받아드는 헤븐, 투구를 수트 안에 수납하고,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는 그였다.




(탁-)


"...흠. 이단 문제인가..."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그렇죠. 후우... 왕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제법 심각해보이는데요. 사실상 카르텔처럼 그 지역에서 군림하는 모양인데. ...왕실에서 군대를 파견해서 진압할 수는?"


"두 가지 이유로... 불가합니다. 첫째는..."


"내가 맞춰봐도 되겠나요? 아마... 지형적 위치겠군요."


"...어떻게...?"


"양피지와 글자의 상태를 보아하니 추운 지역에서 쓰였고, 보고서 곳곳에서 보이는 험지의 묘사를 보고 대강 짐작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병사들이 낯선 기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도 보이던데... 그렇다면 이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겠죠? 아마도."


"...얼추 다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이게 진짜 문제는 아니고요."


"응? 또 뭐가 있어?"


"...모코코. 아까 마들렌 씨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 안했었나?"


"...모모코라고!"


"...그래. 모코... 아니, 모모코. 흠, 그런데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험지라고는 해도, 해당 지역을 수비하는 보안관들이나... 그런 세력과 힘을 합친다면..."


"너무나 비협조적입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으며, 가방 속에서 몇 가지 서류를 더 꺼내는 마들렌.


"이건... 이건 원래 비밀로 부치라고 한 문서지만, 여러분들이니 특별히 보여드리는 겁니다. 읽어보시죠."


다시 종이를 받아드는 헤븐. 보고서의 내용은, 한 줄, 한 줄이 모두 믿기 힘든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흠... 흐음? 흐으음..."


"왜? 무슨 내용인데?"


"...흠, 조금 믿기 힘든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모코코. 너도 봐봐."


"...한번만 더 틀리면 진짜 뒤진다 너?"


"모...모...모모코. 그래. 모모코. 한번 봐봐."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던 모모코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헤븐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말이 돼?"


"그러게 말입니다. 마들렌 씨, 이게..."


"...파견을 갔던 모든 부대가 동일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허... 무슨 단체로 약물중독도 아니고 무슨?"


극도로 비협조적이고, 외부인, 심지어 같은 국가의 군대마저 극심히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며, 마을로 진입하려는 경우, 때에 따라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하는 격렬한 모습을 보이는 주민들. 심지어, 진압하려는 훈련된, 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을 상대로, 농기구로, 심지어 맨손으로 덤벼들어 역으로 병사들을 쫓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단체로 스테로이드라도 쳐먹은건가? 그것도 아니면 무슨 마약이라도 하고 싸우나?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이제 여기서부터 조사를 해야 합니다."


"...흐음."




"근데... 저기, 마들렌 씨? 아까 무슨 이단? 종교? 어쨌던 것 같은데..."


가만히 있던 모모코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답을 하는 대신 가방을 뒤적이는 마들렌.


"...잠시만요? 어디... 그 내용과 관련된 보고서가... 어라... 어? 어디갔지? ...이런. 없어지면 안 되는데..."


곰곰히 생각하며, 보고서를 어디에 놓아두었나 생각하는 마들렌.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야! 마들렌! 이거 놓고가면 어떡해!"


"...에클레어? 오! 그거 어딨었어?"


"어딨긴! 니 침대 위에 있었지! ...너도 참 허당이네? 푸훗..."


"...손님들 앞에서 그런... 아니다. 내 잘못이니까. ...아, 죄송합니다. 여기..."


"응? 마들렌, 그거 막 줘도 돼? ...근데 이분들은?"


"아, 냥붕 씨가 말씀하신 분들이 이분이야."


"헤에에..."


"반갑습니다. ...성함이?"


"에클레어라고 해. 반가워!"


"...어머...! 귀엽다!"


"...헤? 후훗! 이몸이 좀 귀엽지!"


찬란한 푸른 빛의 깃털이 매력적인 하피 여인. 에클레어가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는 모모코와 친분을 쌓을 겸, 마들렌과 함께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분하게 보고서를 읽어보는 헤븐.


"...흐음."


보고서 속에는, 중세에서 근세 시대에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마녀 사냥과 유사한, 인신 공양 의식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녀 사냥이라..."


"...응? 헤븐? 뭐라고 했어?"


"마녀 사냥. ...마녀사냥이라고 들어봤지?"


"...아, 그 영화나 게임처럼... 사람 막 묶어놓고... 무슨 이상한 고문같은거... 중세가 배경인..."


"...뭐, 별로 좋은 내용은 아니지. 그리고, 한 가지 정정하자면... 중세보다는, 근세지. 1500년대 유럽 등지에서 이루어졌으니."


"...으응... 그런가?"


"...그렇지. 이 내용도 비슷하네."


"에휴... 마들렌, 마녀사냥... 사람들은 왜 그런걸 하는 걸까?"


"그러게. 그런다고 해서 신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짓이잖아."


"...음? 마녀사냥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진 않나보네요?"


"당연히 아니지! 여기는 그런거 아예 없다고! 그런 폭력적이고 엉터리같은 의식을 우리가 그냥 둘까봐?!"


"...놀래라..."


"...에클레어, 너무 흥분했는데... 조금 앉을래? 진정하고... 옳지..."


소리를 빽 지르는 에클레어. 모모코와 마들렌은 깜짝 놀랐고, 특히 모모코가 더욱 놀랐다. 마들렌은 익숙한 듯 다시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시작했으나, 보고서에 집중하는 헤븐은 주위 상황이 어떻게 되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내용을 읽어보고 있었다.


"...무시당한 기분인데."


"...헤븐 녀석. 원래 저러면 진짜... 막 몇 시간도 저러고 있어. 있지, 저번엔... 냄비 앞에서 처량하게 주저앉아 있길래 뭔 일인가 하고 물어봤거든? 글쎄, 연구에 정신이 팔려서 품 속에 넣고다니는 전자식 회중시계랑 간식으로 먹을 닭가슴살 요리를 헷갈렸다지 뭐야? 품 속에서 닭고기 한 팩이 나오길래 설마 싶어 냄비 안을 봤더니, 아주 잘 삶아진 시계가 있었다던데? 푸흡..."


헤븐에게 들리지 않게, 그의 이야기를 몰래 하는 모모코. 마들렌과 에클레어는, 저렇게 진중하고 냉철해보이는 천재 과학자가 잘 삶아진 시계를 앞에 두고 침울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생각하자,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한다.




(탁-!)


보고서를 내려놓는 헤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대충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응? 헤븐, 벌써 다 읽었어?"


"완벽하게 숙지했지. ...그럼, 길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에클레어, 너도 같이 갈 생각이지? 나도 가야 하거든."


"뭐, 우리 부대장이 고생 좀 하겠네?"


"에에... 대장님이랑 교관님 또 데이트나가요?"


마침 타이밍 좋게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피로에 찌든 표정을 보아서는, 아무래도 그가 부대장의 지위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하하... 미안하네. 코르보. 그래도 자네도 얼추 부대장직 맡은지 어언... 7년 아닌가?"


"8년... 인...것? 같은데요?"


"...그런가?"


"...저도 잘..."


"...푸훗... 코르보, 니 형 크로크랑 똑같네 아주. 볼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그런가요? 크큭... 형도 절 자랑스럽게 여기려나 모르겠네요?"


"...물론,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지. 까마귀 수인 특유의 낮은 시력이라는 디메리트를 안고 있었음에도, 다른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극복하고, 부대장 자리까지 올라왔는걸? ...정말 자랑스러워 할 거야. 코르보."


"...괜히 힘이 나네요. 교관님. 그럼... 뭐, 다녀오세요. 늘 말씀드리는 거지만 조심하시고, 뭐 이상한 짓 하다가 들키지 마시고요. 하하!"


"...너도 참... 그래, 알았어. 조금 먼 곳으로 가야 하니까."


"설마... 거기 가시나요? 그... 이상한 괴물... 이단자들의 마을로... 샤르갈라 산맥 너머로..."


"...뭐, 그렇다고 봐야지.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충 짐작이라도 해야, 상부에 보고해서 적법한 조치를 취하게 둘 수 있거든."


"...교관님까지 가시는 게 이해가 되네요. ...아, 이 분들은?"


"우릴 도와주실 분들이지. 인사드려. 이 분은 헤븐 박사님, 이 분은... 어... 모모코 님, 직위가 뭐라고 하셨죠?"


"흠흠! 다시 말해주지, 밀키웨이-안드로메다 우주 연방경찰국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형사! 원더 모모코! 이제 까먹지들 마라구?"


"...그냥 경찰이라고 불러. 모모코 형사."


"...너무 축약시켰잖아!"


"...이 분들도... 왠지 묘하게 대장님하고 교관님 사이하고 닮은 것 같단 말이죠? 뭐, 부대는 저랑 애들이랑 잘 보고 있을테니... 다녀오세요!"


"늘 고생이 많네. 코르보. ...그럼, 어디... 마차를 준비해야..."


"...마차? 마들렌, 마차로 거기 가면 한세월 아닌가?"


"그건 그렇긴 한데... 이걸 말씀 안드렸네요.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넉넉잡아서 한... 일주일..."


"...일주일? 일주일동안 마차만 타야 한다고?"


"그마저도 말을 바꿔가면서 가야 하니까... 더 오래 걸릴 수도..."


"...이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감싸쥐는 모모코. 곰곰히 생각하던 헤븐 박사는, 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저번에 단장이... 그 뭐더라? 아, 알바트로스-누아르... 그거 빌려갔던데, 여기서 그 비행기같은거 써도 문제 없는거 맞죠?"


"...네...그라? 뭐요? ...아! 저번에 탔던 그... 검은색 비행선 같은...?"


"예 그렇죠. 그거 제가 주도적으로 만든 거라... 흠, 그걸 다시 한번 더? ...모코코, 너는 뭐 이동수단 없어?"


"...흐음, 잠깐 이리 와볼래?"


"여기? 왜?"


(따악-!)


"...으극! 아프잖아! 난데없이 뭔데!"


"...내 이름... 그게 그렇게 어렵냐!"


"...내가 모코코라고 했어? 미안, 모모...코. 아무튼, 너는 무슨 탈 것 없어?"


"...없지. 그거 경찰서 재산이라고, 함부로 쓰면 안된단 말이야."


"그런가. ...그럼, 뭐, 별 수 없네요. 알바트로스-누아르는 지금 정비 중이니... 다른 것 좀 쓸게요?"


장치 몇 가지를 조작하며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헤븐 박사. 오랜만에 보이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퍽 의외라고 생각하는 모모코였다.




"...흠, 통신 연결... 좋아. ...들리나?"


[들린다냥! 우리 사고뭉치 박사님!]


"...사고뭉치... 뭐, 맞다고 하고, 그 초음속 비행체, 사용 가능한거 있어?"


[기다려보라냥... 으응... 아! 있다냥! 알바트로스-블랑이 있고, 프레가타도 사용 가능하다냥.]


"흐음... 더 빠른게 좋겠네. 프레가타로 준비해줘. 내 위치 파악했지?"


[당연하다냥. 흑타냥이랑 단장님이랑 다들 같이 거기 갔을 때 파악해둔 좌표가 있다냥. 여기로...]


[삐비빅-!]


(쿠구궁-! 우우웅...)


"...흠, 좋아. 정상적으로 왔군."


"...저번보다... 더 날렵한 뭔가가 왔어..."


"...흰색 새다!"


"...나도 이런 기체는 처음 타 보는데... 헤븐, 믿어도 되는거지?"


"이것만큼은 믿어도 좋아. 알바트로스 시리즈의 누아르, 블랑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체거든."


날렵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항공기에 먼저 올라타는 헤븐, 일행을 돌아보며, 어서 탈 것을 종용한다.


"...뭐해? 다들 타라고. 단숨에 거기까지 갈 수 있으니."


"...정말...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 엄청 나오려나봐. 마들렌."


"...기대되지만... 뭐, 우린 지금을 즐기며 살아야지? 어서 가자. 에클레어."


"응!"


"...귀여운 커플이네? ...하아, 나는 언제쯤..."


"에이~ 모모코 정도면 귀엽지! 금방 사귈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여전히 노가리를 까는 셋. 그런 일행을 돌아보며, 헤븐이 소리를 쳤다.


"거기 셋, 안 오면 놓고 가버립니다?"


"길은 알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도 참... 아니다. 그러니까 니가 남친이 없지."


괜히 사족을 붙이며, 피식 웃는 헤븐. 안으로 재빨리 도망치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울분을 담은 소리를 지르는 모모코.


"...그 소리가 지금 왜 나오는데 이 씨발놈아!!!"


"...우아..."


"...놀래라... 에클레어. 어서 타자."


모두 탑승한 것을 확인한 헤븐, 비행기의 문을 닫자, 비공정이 서서히 공중으로 부유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가보실까? 마들렌 씨, 어디로 가야 한다고 하셨죠?"


"샤르갈라 산맥이죠. 여기서... 이쪽 방향으로 가시면 됩니다."


"후우... 좋습니다. 그럼 단숨에 날아가죠."


[드륵-! 우웅... 드드드드... 피슝-!]


의혹으로 가득 찬, 산맥 너머 험준한 마을로, 힘차게 날아가는 일행이었다.




[...드드드드드... 피슈우... 드쿵-!]


"...흠, 도착했나."


"좋습니다. 이제 내려도 좋겠네요."


[경고, 극심한 한파가 감지되었습니다. 저체온증에 유의하십시오.]


"...잠깐, 모모코. 그리고 모두들. 이걸 받아보시죠."


"...이건?"


"가운데 버튼을 눌러보시죠. 다들?"


헤븐 박사가 건넨 작은 버튼같은 장신구. 모두가 버튼을 누르자, 버튼이 순식간에 그들의 명치 부근에 달라붙더니, 따뜻한 열을 발산하며 그 열을 온몸으로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오... 따뜻하고 좋은데?"


"바깥이 많이 춥군. 이게 있으면 한동안 체온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못 해도 일주일은 되죠."


"일주일이나 간다고요? 이게 뭡니까?"


"...핵융합... 이라고 하면 잘 모르시려나요. 그냥 미래의 기술력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이런 기상천외한... 아, 그럼... 나갈까요?"


"후우... 출발이군요. ...에비에이션 시스템. 클로킹 모드로 전환."


[기체가 은신 모드로 변환됩니다.]


"...이제 진짜 준비 끝. ...자, 나가죠."


"...방금... 어디로 사라진...?"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을 굴절시켜서 은신을 시킨겁니다. 별 것 없어요."


"...별 거 없?다고요?"


"...아무튼요. 나가죠."


마들렌과 함께 첫 걸음을 딛은 헤븐. 그리고 그들의 뒤로, 모모코와 에클레어가 자신들의 무장을 챙겨 나왔다.


"...온통 눈밭이로군요. ...흠."


주위를 둘러보고 짧은 감상을 남긴 헤븐, 팔목 부분의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고, 조사할 준비를 시작했다.


"P.I.H 시스템, 온라인."


[...음성 확인, 사용자. 아비스 본 헤븐. ...환영합니다. 주인님.]


"이 주위 환경을 조사해주겠나? 기온, 해발고도, 생물군, 주위의 생명 반응 등, 모든 것을."


[...명령 인식. 확인했습니다. ...현재 기온, -18.5ºC 로 저체온증 및 동상에 유의해야 하는 온도입니다. 현재, 해발고도는 약 2km입니다. 극지 툰드라 생물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북서쪽 부근으로 약 600미터 앞, 다수의 생명 반응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부근에 마을이 있긴 하죠. 박사님. ...잘 찾아왔습니다."


"...그래. 고마워. ...시스템, 오프라인."


[안녕히 계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흠, 그럼... 천천히 가보죠."


"좋습니다. 에클레어, 춥진 않지?"


"그럼! 이게 따뜻해서. 그리고 난 여차하면 너한테 안기면 되는걸?"


"...너도 참... 이제 대놓고 하시겠다 이거지?"


"싫어?"


"...좋아."


"그럼 문제없네! 가자!"


"...에휴."


묘하게 부러운 눈으로 둘을 바라보는 모모코였다.




(뽀득... 뽀득...)


"...여긴가요?"


"어디... 네. 여기로군요. 여기가... 레시페라 마을입니다."


"레시페라...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곳이..."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군요. 박사님."


"...그렇죠. 후우... 괜히 긴장되는군. 삭막한 분위기 하며...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다니."


"...가장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죠. 한 달에 한 번, 근처 대도시에서 오는 인도적 지원물품을 실은 마차가 드나드는 것을 제외하면,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죠."


"고립된 지역이라... 인구 수는 얼마나 되죠?"


"흐응... 고립된 마을 치고는 꽤 크거든? 워낙 추운 곳이라 그렇지. 얼추... 한... 으응... 미안, 모르겠어."


"..."


어이가 없다는 듯 에클레어를 바라보는 헤븐. 괜히 그 시선을 의식한 듯, 시선을 회피하며 투덜거리는 에클레어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모르는게 당연하잖아! 나 태어나서 여기 처음 와본다고!"


"...에클레어가 모를 법도 합니다. ...실은 저도 여긴... 처음..."


"외부와의 교류가 극도로 적다더니. 맞군. 흠... 일단 들어가봅시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일행이었다.




"...진짜 적막하네요. 마을 맞나요?"


"...다들 어디 놀러갔나? 인기척도 뭣도 없는데..."


"...다들 조심하시죠.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릅니다. ...군인도 농기구랑 맨손으로 제압했다는... 이상한 주민들이."


"그건... 그건 그러네..."


경계하며 걷는 헤븐 박사. 그리고 일행들 역시, 주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향했다.


"..."


"...왜? 헤븐."


"뭐가 앞에 있는데."


그의 말대로, 조금 앞의 골목길에서, 이쪽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한 노파가 나타났다.


"...경계...해야하나?"


"혹시 모르니. 난 테이저건만 장전해둘게."


"난 보툴리늄 캡슐좀..."


"그거 살인무기잖아!"


"테이저건도 출력 올리면 살인무기인데?"


"어이구 이 미친놈이 진짜!"


"...다들, 앞을 보세요. ...적의가 없어보입니다."


역정을 내는 모모코를 진정시키며, 검을 다시 등에 메는 마들렌. 그의 말대로, 전혀 적의가 없어보이는 노파. 다만, 그 늙은이는, 어딘지 모를 기묘하고 뒤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부패해가는 망자의 근육이 뒤틀려서 만들어진, 생기없는 웃는 얼굴이라고 해도 믿을 모습이었다.


"낄낄낄... 젊은 친구들이 왔군. 그것도 이방인들이. 켈켈켈..."


"...나 무서운데... 헤븐..."


"...걱정마. 내가 봐도 적의는... 일단은 없어보이니까. ...흠흠...! 저, 실례합니다만. ...지금 다들 추워서 자나요? 마을에 아무도 없어서..."


"켈켈... 케헬켈켈켈! 크케케케케켁! 재밌는 질문이로군. 젊은이? 잠을 잔다고? 켈켈... 오오... 그럴 리가, 죽음의 모조품인 잠을 청하기엔, 녀석들은 너무 늦어버렸지. 케헬헬헬..."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흘리는 노파. 그 덕에, 헤븐 박사를 제외한 모두가 잔뜩 경계심을 높이고 있었다.


"그렇군요. ...뭐가 재밌는진 모르겠는데... 왜 마을에 아무도 없나요 그래서?"


"...켈...케헬헬... 살아있는 녀석들은... 이제 없다. 없단 말이야! 낄낄... 죄다 무지개 빛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케헬헬... 그 찬란한 빛 속으로... 홀린 듯이 들어가버린거야. 머저리들... 케헬헬... 빛이 구원이라고 믿는 머저리들... 켈켈켈..."


"...무지개... 빛...? 무슨 인신공양... 마녀사냥과 연관이 있나요?"


"멍청한 놈! 마녀사냥이라니... 켈켈... 그런 머저리같은 헛짓거리가 아냐. 켈켈... 이미 죽은 놈들이, 또 죽기 싫어서 발악을 하는게지. 케헬헬..."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더러운 침을 닦아내는 노파. 괜히 그 모습에, 이제 두려움까지 느껴지기 시작한 일행이었다.


"그렇군요. ...두 번 죽는다... 흐음...? 흐음... 으흐음... 그렇군요."


헤븐 박사만 빼고 말이다.


"...너는 특이한 놈이로군. 간땡이가 배 밖으로 소풍을 나왔나? 이렇게 겁대가리 없는 녀석은 처음이로군. 케헬헬..."


"그야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하러 왔으니까요."


"정말... 정말 겁도 없는 놈이로군. 낄낄... 그래, 맘에 들었다. ...한 가지만 말해주지. 이 곳에 있는 녀석들을, 아무도 믿어선 안된다는 걸 말야. ...낄낄낄... 그래, 아무도 믿지 마라고."


"...아무도요? 흐음... 왜죠?"


"죽은 놈들이 하는 말은 듣는 게 아냐. 켈켈... 나도 조만간 그 무리에 끼어들겠지. 마지막으로 보는 것들이 살아있는 어린 놈들이라 다행이로군. 케헬헬... 아, 조금 더 말해주지. 딱 두 가지만 더 말해줄거야."


"오오? 정보를 좀 많이 얻어가네요?"


"켈켈... 이 늙은 할미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래, 그 두 가지 정보는, 별거 없어. 우선, 무지개 빛을 믿지 마. 빛은 구원이 아니고, 신도 뭣도 아냐. 켈켈... 돌덩이가 되기 싫으면, 일렁이는 무지개빛을 피하라고. 케헬헬... 그리고 하나 더. 잭ㅇ...이이...끼이이익-!"


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하는 노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일행은 모두 물러섰고, 특히 모모코가, 무슨 일인가 보려고 다가가는 헤븐을 잡아끌며 뒤로 급히 피했다.


"...으윽! 무슨 일이야? 목이 아파보이는데... 고쳐주면 정보를 마저 들을 수 있겠는걸."


"지금 그러다 다 죽겠다고! 저게 어딜 봐서 정상이야!"


"...음, 그러네? ...갑자기 왜..."


그때, 노파가 목을 부여잡던 손을 잡아뗐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칼날보다도 더 서슬퍼런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났고,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온몸을 난도질하는 노파. 온 몸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흰 눈바닥을 검붉은 피로 적시기 시작했으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으윽...! 크허어헉! 꺼어억! 끄끄으으그그그극!"


끔찍한 고통이 해일처럼 밀어붙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노파. 처참한 몰골에 모두가 외면했지만, 헤븐 박사만은 그 모습마저 눈에 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노파는, 간신히 고개를 꺾고 돌려 그들을 바라보며, 이 한 마디를, 유언으로 남겼다.


"저주의...! 잭이...! 돌아왔...다...! 강령...술...사...! 잭이...! 돌...! 아아아윽! 끄으윽!"


(뚜득-! 우드드득-!)


"...!"


"...이런..."


"...죽은... 이럴수가..."


"...이... 이게 다..."


이번엔 헤븐 박사마저 어이가 없어하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도저히 짐작조차 가지 않는 그였다. 그렇지만, 노파가 남긴 말 만큼은 머릿속에 남았다.


"...저주의... 잭?"


"분명 그렇게 말했죠... 저주의 잭? ...그 자의 이름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은... 으음..."


"...마들렌 씨? 아는게 좀 있으신지?"


"...후우... 저주의 잭... 그 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달타냥 대장과 우리가 혁명을 일으킨 시점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아니... 하인리히라는 반역자가 왕위를 찬탈하는 날로부터 며칠 전, 그때 처형되었었습니다."


"...처형당한 사람인가요? 근데... 저주의 잭? 강령술사 잭? ...이게 무슨 말이죠?"


아리송하다는 표정의 헤븐. 궁금증이 가시질 않은 헤븐 박사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만, 하인리히가 길길이 날뛰며 저 추잡한 마법사를 잡아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마... 금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그런 뜻이겠죠. 그리고..."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얼굴을 찌푸리는 마들렌.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하인리히를 항해 피눈물을 흘리는 눈을 부라리고 광소를 터트리며, '이것이, 네놈의 몰락의 서곡이 될 것이니, 지옥 밑바닥의 타오르는 유황불 속에서 네놈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라는 유언을 남기고 만족스럽다는 듯 참수당해 죽은... 그런 자였죠."


"...살벌하군요. 무슨..."


"...근데...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부라서... 아, 대장님은 또 뭘 더 아시려나..."


"...대장이라면... 흑타냥? 젠장, 여기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네..."




그렇게 다들 가만히 생각만 하던 순간, 에클레어가 모두의 주의를 끌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흠! 그래도, 다들 여기서 머리만 맞대고 있어봐야 답이 안보이는걸? 더 들어가야지!"


다시 쾌활함과 자신감을 되찾은 에클레어의 힘찬 목소리. 그 의견을 받아들인 마들렌이, 모모코와 헤븐에게 제안을 했다.


"...그래. 그렇다고 해야겠네. 에클레어. ...별 도리가 없으니, 일단 계속... 마을 깊은 곳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앞장서는 마들렌.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일행.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 헤븐 박사였다.


"...으음..."


"...응? 왜 그러시죠? 박사님."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묘한 기분이 들어서..."


"...너도?"


"모모코?"


"...나도 좀 그래. ...에클레어랑 마들렌은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글쎄? 나는 잘..."


"저도 무슨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는군요."


"...그런가요...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조심하면서 가지요."


(부스럭... 부스럭... 땡그랑-! 땡그랑-!)


요란스레 울려퍼지는 소리. 에클레어는 즉시 머스킷을 장전하고 레이피어를 꺼내들었고, 마들렌도 주위를 경계하며 거대한 장검을 빼들었다. 모모코도 잔뜩 긴장한 채로, 허리춤에 찬 광선총에 손을 올려두었다.


"...?!"


"모모코? 무슨 소리야 이게?"


"...자... 잠깐! 헤븐! 발 아래를 봐!"


"...줄? ...양철 통?"


줄을 집어들며 어리둥절해하는 헤븐. 그때, 그를 향해, 무언가 날붙이 하나가 재빠르게 날아들었다.


(쐐액-!)


"...이크!"


(퉁-!)


"...뭐지? 호미인가?"


"방금 죽을 뻔 했던 사람 치곤 너무 태평한 거 아냐?!"


"살았으니까. ...그런데 이건... 침입자가 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설치한 것 같은데?"


"...알았으면 당장 꺼져라! 이방인!"


날카로운, 그리고 갈라지는 비명소리와도 같은 소리. 그 앞엔, 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헤진 옷을 입고, 이쪽을 노려보는 농부같은 주민이 있었다.


"...응? 아까 그 노파랑 비슷한 놈들인가."


헤븐 박사는 발 아래 박힌 호미를 멀리 내던지며, 자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인물을 살펴보았다.


"...그냥 농부처럼 보이는데...요?"


"흐응... 그냥 적개심 강한 시골 촌뜨기인가?"


"방심은 금물이다. 에클레어. 천천히 다가가야..."


그때, 농부처럼 보이는 주민이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왜 도망을 치지?"


"...쫓을 이유가 없긴 하지만... 따라가야 하려나?"


"글쎄...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는 건 아니긴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는 게 너무 부족해. 잡아서 심문하자. 모모코."


"...저기요 박사님?! 잘못들었나요?! 심문?!"


"...네. 무슨 문제라도?"


"저... 심문은 조금... 그래도 왕국 시민인데..."


"...심문은 좀 그렇죠? 확실히 고문으로 넘어가야 정보를 좀 불어주려나요? 모모코, 테이저 건 어디까지 올릴 수 있어?"


"...하아... 진짜 과학자라는 놈들은 다 미친년놈들밖에 없나?"


모모코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마치 맑은 눈의 광인으로 비춰질 정도로,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헤븐.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말려야 소용없겠다 싶은 마들렌은, 이판사판으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나도 모르겠다. 그래요! 까짓거 저거 잡아서 뭐 정보라도 캐 봅시다! 에클레어! 쫓아가자!"


"...응? 어... 응!"


"...에라이 썅! 그래! 나도 모르겠다! 같이 가!"


황급히 뒤를 쫓아가는 일행이었다.




"...헉... 헉... 어디까지 온 거지...? 좀만 쉬자... 마들렌..."


"...꽤나 마을 깊은 곳 까지... 들어왔군요..."


"다른 병사들은... 이런 깊은 곳 까지 오려고 하면 주민들이 다 내쫓았다지. ...그런데 우린 왜? 모모코, 짐작가는거 있어?"


"...병사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뭐지?"


"...다수와 소...수..."


"..."


침묵이 감돌았다. 수십명 단위로 몰려다니며 마을에 진입을 시도한 병사들의 무리도 막아낼 수 있었던 주민들이다. 더욱 철저한 침입 방지를 위해 바닥에 소리가 나는 함정까지 깔아둔 주민들이다. ...그런 주민들이, 지금까지 주민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음에도 굳이 막지 않았다는 것은...


"...다 함정이었던 건가...?!"


"...젠장!"


(쉬익-!)


"...흠!"


(깡-!)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쇠꼬챙이를 쳐내는 마들렌.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네 명은 각자 등을 맞대고, 저마다의 무장을 꺼냈다.


"...이런... 이렇게 될 줄은..."


"참... 꼬여도 단단히 꼬였네... 마들렌..."


"...저길 봐...!"


사방에서 천천히 나타나는, 마을의 주민들. 수인, 인간, 그리고 가축들까지.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섞여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죄다 눈이 시뻘건... 핏빛이로군요. ...여기 사람들은 다 그런가요?"


"...그럴 리가 없죠... 긴장... 해야겠습니다?"


"...저... 일단은 저들도 왕국의 백성들 맞죠? ...쏘면... 안되겠죠?"


광선총의 출력을 조절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모모코. 그때, 방금 무언가를 생으로 잡아먹고 왔는지, 손과 입에 피칠갑을 한 덩치 큰 노인이 고함을 지르며, 일행을 쇠스랑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죽여라! 돌무더기에 저새끼들의 목을 바쳐라!"


"크아아아악-! 뒈져라아아악-!!!"


덤벼드는 주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마들렌이 검을 고쳐쥐고 외쳤다.


"...정당방위라고 합시다!"


"으으... 이렇게 나오면 여기도 난폭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갈고닦은 사격장 실력이 여기서 빛을 발휘하겠군...! 헤븐, 넌..."


레이피어를 꺼내들고, 허공을 자유롭게 활개치며 


"...흠."


(삑-! 철컥... 우웅... 드드드드-!)


"...헤븐?"


"...이거 한번 써보고 싶었거든."


"...그건? 저번에 보여줬던 무기 아냐? ...근데 그걸로 뭘 하게!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보이는데!"


"...보면 알아. 버튼을 누르면..."


(기이잉-! 드득... 철컹! 철컹! 고오오...)


"아주 좋아. 이정도면 날아가진 않겠지. P.I.H 시스템, 온라인."


[...음성 확인, 사용자. 아비스 본 헤븐. ...환영합니다. 주인님.]


"지금 시스템과 연동한 무기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줘."


[...명령 확인, 이터널 크리스탈 블래스터의 출력... 324%... 과부하에 주의하십시오.]


"크아아아아악! 죽어라!"


"헤븐! 이러다가 너 죽어!"


"이게 발사였지? 참. ...어디."


(꾹-)


[드드드드... 우웅...]


"어이! 다들! 특히 에클레어! 사선에서 비켜서십시오! ...그래! 그쯤이요! 마들렌 씨도 비키시고요!"


"헤븐! 진짜 뭘 하려고 그래!"


"기다려봐? 자... 준비 끝! 그럼..."


[삑... 우웅...! 쿠광-!!!!!]


"...?! 이거 너무 강한ㄷ...!"


[쿠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무슨... 박사님! 이게 뭐에요!"


"우아아아아아아아...? 집까지 무너지고 있다아아?!?!"


참으로 헤븐 박사의 발명품다운 어마어마한 출력의 무기. 절륜하다 못해 일반인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화력을 뽐내는 헤븐 박사의 신무기는, 그대로 자신의 앞에서 덤벼오던 주민들은 물론, 그 뒤의 건물마저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손쉽게 무너트릴 정도의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덕에, 에클레어와 마들렌은 왠지 모르게 든든한 감정이 생겼지만, 모모코는 상당히 머리가 아파왔다고.


"미친놈아! 저번에 무슨 기관총이라면서! 씨발! 이게 기관총이냐?! 무슨 열화우라늄탄을 미니건으로 발사한다고 해도 믿겠다!"


"...그 정도야? 하하! 대성공이네! ...실은, 우리 힘의 근원인 크리스탈로 이것저것 만들다가 만들어봤지. 이차원 크리스탈의 힘을 빌린 휴대용 에어프라이어 겸 전자렌지 겸 오븐 겸 토스트를 만들어보려다가 결과물이 좀 잘못 나왔지만... 뭐 어때, 멋있지? 비슷한거 하나 만들어줄까?"


"아이고! 이 미친 개씹썅또라이새끼가 진짜!"


"왜? 경찰서의 최고 인싸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인싸고 지랄이고 그런걸 들고다녔다간 내가 먼저 유치장에 쳐박히겠다! 이 미친새끼야!"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아, 남은 녀석들이나 정리하자고. 모코코."


"...하아..."




헤븐 박사 덕에,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선 에클레어의 은빛 레이피어가 파공음을 내며 적들을 꿰뚫었고, 마들렌의 츠바이핸더가 얼음보다도 더 차갑고 잔혹한 검무를 펼치며 적들을 정리해냈다. 광선총의 크리스탈 에너지가 바닥이 날 정도로 격한 전투를 벌인 모모코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하아... 뭐, 그래도 얼추 정리되었네. ...근데 어쩌지? 이제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음?"


"...왜? 헤븐?"


"...이건 또 뭔..."


"...야, 니가 왜 놀라는지 좀 궁금하다? 무슨 일이길래..."


그 괴짜인 박사가 대체 무엇을 보고 놀라나 싶어 그의 시선을 따라간 모모코는, 마치 온 몸이 굳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이게...?!"


(철퍽... 주르륵... 주륵... 철퍽... 철퍽-!)


"...헤븐... 나 속이...! 우...우웨엑...! 역겨워..."


헛구역질까지 하며 질색을 하는 모모코. 둘이 본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총알을 맞고 갈갈이 찢어진 채로, 곳곳에 흩어진 육편 조각과 내장 덩어리, 뼛조각들이 아무렇게나 꿈틀거리며 서로 다가가서 뭉치기 시작하더니, 저들끼리 모여 군체를 만들고, 다시 하나의 사람을 닮은 생명체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 다 뭉개진 얼굴의 형상을 갖춘 고깃덩어리 속에서, 반쯤 썩은 핏빛 눈알이 꿀럭거리며 튀어나오는 것을 본 헤븐은,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감상평을 남겼다.


"...이런 씨발... 역시, 멀쩡한 생물들은 아니었군...!"


"...어...어쩌지 이제...?! 어떡해!"


패닉에 빠진 모모코, 그리고, 마들렌과 에클레어 역시, 죽음의 경계선에 맞닿은, 불사의 적들을 처음 보고, 당황과 공포에 몸이 굳은 듯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던 헤븐 박사가, 크게 소리를 질러 일행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마들렌! 에클레어! 둘 다 여기로! 모모코! 너도 뛰어!"


"우와아아!"


"...어! 그래! 가자 마들렌!"


"...젠장! 뭐 저런놈들이...!"




"하아... 하아... 헤븐... 이쯤 오면... 된 것 같아..."


"허억... 허억... 허억...!"


"...진이... 다 빠지...네... 허억... 후우..."


"...뭐야... 대체 뭐야...?! 저 괴물들은...!"


"...일단 돌아가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은 없으니까... 다행이네... 여기까진 아무도 온 흔적이 없어..."


"...잠깐, 이 표지판은..."


"어느새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왔군."


"...차라리 잘 된 일이야. ...돌아가자. 할 수 있는 게 없는걸."


"...그리고 자료 조사를 좀 더 해야 하는걸. ...저주의 잭. 그 자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노파가 죽어가면서까지 남긴 말, 강령술사... 강령술사! 그래!"


"...놀래라! 헤븐?"


"...지금 바로 돌아가야 합니다. 모두들. ...흠, P.I.H 시스템, 온라인."


[온라인 상태입니다.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까 연결했던 프레가타의 클로킹을 해제해줘. ...그리고 목적지를 우리가 출발했던 장소로 다시 잡아주고."


[...설정 변경 중. ...완료했습니다. 클로킹을 해제합니다.]


그리고, 빛이 일렁이더니, 그들이 타고 온 비공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이 꺼림칙하고 두려운 마을에서 도망치려 서둘러 비공정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을 쫓아오는 괴물의 무리가, 에클레어의 눈에 포착되었다.


"...응? 서...설마...?!"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갈라지고 찢어지는 끔찍한 비명소리. 사람의 온 몸의 소름을 쫙 돋게 하는, 역겹고도 두려운 소리가 귓가에 서서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끄그가가아아아아아아악! 다 죽여라! 죽여라! 저놈들 다 죽여라!"


"...ㅇ...으아아아아악! 뭐 저런 괴물놈들이 다있냐구! 흐아아아앙!"


패닉에 빠진 에클레어, 마들렌의 품 속으로 미친듯이 파고들며, 거의 우는 목소리로 헤븐 박사에게 재촉하기 시작했다.


"박사님! 박사님! 출발! 지금 바로 출발! 빨리! 저거 이상한거 온다고! 흐으으으하아아앙!"


"...마들렌...씨? ...이 친구좀 진정시켜주세요. 시스템, 목적지 설정 끝났어?"


[설정 완료되었습니다.]


"...최고 속력으로 날아! 뒤도 돌아보지 말고!"


[크리스탈 엔진 가동, 최고 속력으로 비행합니다.]


(두쿵-! 우웅... 우우웅...! 우우웅-! 투콰앙-!)


"...으...으아아아아아아! 이렇게 빠를 줄은!"


"...너네가 고른 최고속력! 악으로! 깡으로! 버텨ㄹ...!"


"씨발! 여기서 그따위 영양가 없는 개드립을 치고 싶냐아아아아아아?!"


"드립 아냐! 크아아아악!"


떠날 때 까지도, 요란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우웅... 우웅...]


"...허억... 허어억... 허윽! ...하아... 도착... 했네..."


"...나... 나 좀... 앉아서... (훌쩍...)


"...다 울었어...? 에클...레어..."


"...몰라... 바보야... (훌쩍...) 그냥... 넘어가 주라고... 나만 운 것도 아닌데..."


"...응?"


마들렌이 흘긋 옆을 보자, 거의 실성한 표정으로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는 모모코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하하... 흐아하하... 나... 엄마... 유언장도 못썼는데에... 흐윽... 엄마아..."


"...하아... 나도 미치겠군. ...저게 대체 뭐였지? 생물... 이라고 볼 수 있나? ...박사님, 미래엔 저런 게 없나요?"


"...저건 존재한 적도 없었고,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될 것들입니다... 저런 것들은... 생물이 아닙니다... 절대로요... 후우... 어떻게 만들어졌는진 모르겠지만, 모조리 제거를 해야 합니다. 저놈들에게 세상이 먹히는 걸 보기 싫다면 말이죠..."


"...후우... 묘수가... 떠오르질 않으니."


"...강령술사 잭... 그 자에 대한 정보도 더 알아야겠습니다."


"...헌데... 그건 왜죠?"


"...강령술사... 그 이명이 붙은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강령술... 사령술이라고도 하죠. 아시나요?"


"...그건... 글쎄요, 마녀들의 학문 아닌가요?"


"네크로맨시... 죽은 자의 영을 불러내는 행위죠. 경우에 따라 부패한 육신을 되살려, 그들의 마음 속에 사악한 씨앗을 품게 하고, 미쳐 날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명계와 지옥에 떨어진 귀신과 영혼, 망자들을 강제로 현세로 소환하여, 수족처럼 부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죠... 즉, 죽음을 강제로 거스르는, 이승과 저승의 질서를 동시에 망가트리는... 아주 무섭고도 끔찍한, 금단의 학문이죠. ...라고 제가 잘 아는 사신 친구가 알려줬답니다."


실은 사신 따위가 아니라, 명계를 관장하는 신인 '데스 하데스' 가 알려줬었지만, 어떻든 그렇다고 말해두는 헤븐.


"...후우... 더 막막해집니다만. 자료 구하는것도 일처럼 느껴집니다."


"...일단, 강령술사 잭에 대해 아는 자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쎄요, 그때의 사형집행인들도 전부 뿔뿔이 흩어졌고... 그나마 건너건너 전해들은 이야기는... 저는 이게 전부입니다. ...에클레어, 아는 거 있어?"


"...(도리도리... ...훌쩍...)"


대답 대신, 눈물을 찔끔 흘리고 콧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젓는 에클레어. 별 수 없다고 생각한 헤븐은, 넌지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까, 대장이 알 수 있다고 했지. 아마... 흑타냥? ...후... 일단 도게자부터 박고, 뭐라도 물어봐야겠군. ...이쪽 세계에 한번 와보겠나?"


"...후우... 분위기 환기 삼아서 방문을 해도 괜찮겠군요. ...에클레어, 그만 울고. ...뚝. 착하지?"


"...누굴 진짜 애로 보는거야?!"


"울먹이면서 그런 말 해봐야 딱히 설득력 없는데. ...농담이야. 눈물 닦고. ...그래, 안심해. ...내가 있으니까."


"...그럼...(훌쩍...) 어디로 가는거야?"


"...다른 차원으로... 대장에게 직접 정보를 전해들으러 가야지."


"...참, 모모코는?"


"...(훌쩍...) 나 여깄어... 헤븐..."


"...너도 울었어? ...조금 진정하고, 괜찮아지면 갈까?"


눈이 충혈될 정도로 펑펑 운 모모코. 괜히 그녀가 걱정된 헤븐은, 그녀에게 심심한 걱정과 위로를 건네며 상태를 살폈다.


"...아냐... 괜찮아..."


"무리할 필요 없으니까. ...정말?"


"...그럼... 나 손이라도 잡아줘... 지금 너무 무서워서..."


"...ㅅ...손? 그... 알았...어. ...여기. ...그럼, 이대로 이동할게? ...포탈 가동..."


조금 당황하면서도, 한 손으로 능숙하게 장치를 가동하며, 포탈을 조작하는 헤븐. 아직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문점들을 남긴 채로, 다시 돌아가는 헤븐 박사와 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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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우우웅-! 팟-!]


"...휘유... 일단 어떻게 오긴 왔군. TSL-02... 잘 도착했군."


"헤븐? 모모코? 벌써 돌아온거야?"


의아한 듯 그들을 바라보는 냥붕이. 그리고, 지친 듯 벽에 기대며, 단장의 질문에 답을 하는 헤븐이었다.


"...만날 사람이 있어서."


"여기서? ...잠깐, 마들렌? 에클레어? 둘 다 여긴..."


"...오랜만에 대장님도 뵐 겸 왔죠. ...저희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달타냥 님이니까요."


"...뭐냐? 누가 나를 부르는... 마들렌! 에클레어!"


"대장!"


"대장님! 오랜만에 보네요!"


"하하... 그래, 다들 잘 지냈어? ...별로 잘 못지낸거같네. 에클레어, 울었어? 설마 마들렌이 울렸어?"


"으응... 그건 아니구... 그냥..."


"...실은 저도 좀... 울 뻔 했는데..."


"...너까지? ...어라? 모모코? 그리고... 헤븐? 대체 너네 뭔 조합이야?"


"...설명하자면 좀 긴데... 그... 내가 사고를 좀 많이 쳤긴 하지만, 염치 불구하고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일단 테이블로 좀 가자. 서서 이야기하면 다리아프니까. 커피라도 내오지."


"아, 흑타냥. 내것도 좀 부탁할 수 있을까? ...나도 그 질문이라는 것 좀 들어봐야겠어."


"그러던가. ...밀크커피?"


"응. 고마워."




잠시 후, 흑타냥이 연구실의 한 켠에 놓인 책상에 앉은 이들에게, 커피를 내오며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끼익... 탁...)


"...자. 헤븐, 블랙커피 좋아하냐?"


"없어서 못 마시지. ...고마워."


커피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쳐다보는 헤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에, 괜히 불안함이 엄습하는 흑타냥.


"...너 또 뭔 개짓거리 생각하냐?"


"...어? ...아냐. 그냥... 후우..."


"...너 왜그래? 영 너답지 않게."


"...미안,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을 봐서."


한숨을 쉬는 헤븐. 한편, 커피를 받아들고 홀짝이며 마음을 진정시키던 모모코가, 흑타냥에게 질문을 던졌다.


"...흑타냥, 근데 너 여기서 눌러살거야?"


"일단은 그렇지. 어떤 개새끼가 집을 홀랑 날려먹어서 말이야."


"푸훕! ...콜록! 콜록..."


"얼씨구? 양심은 있나보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죄송하셔야지. ...그래. 근데 다들, 질문이 뭐라고? ...너네까지 온 거라면 뭐... 큰 질문같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흑타냥."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놓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는 헤븐.


"...강령술사 잭. ...이 사람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어?"


"..."


흑타냥 역시, 커피잔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은, 묘한 동요를 보이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이름을 주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뭐, 알긴 알지. ...근데, 내가 묻지. ...왜 알고 싶은거지?"


"...흑타냥, 네가 온 차원에 문제가 생겨서, 거길 해결하러 간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어. ...그리고..."


헤븐 박사는, 흑타냥과 냥붕이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샤르갈라 산맥의 험지를 넘고 넘어, 레시페라 마을에서 한 노파를 만나고, 그 노파의 죽음도 보고, 피에 미친 광신도같은 주민들 사이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이야기, 그리고 죽었던 시체들이 다시 뭉쳐 살아나 움직이던 모습들까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믿기 힘들군. ...하지만..."


"하지만?"


"...정말... 정말 그때 죽었던 강령술사 잭의 소행이라면..."


"...그래서, 그게 대체 누군데? 흑타냥."


"...그래. 알려주지. ...그 분노와 증오로 세상을 삼키던 잭이라는 작자가, 누구였는지 말이지."


커피잔을 비우고, 조용히 빈 잔을 바라보던 흑타냥.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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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성욕 드리프트 해버리려고 했는데 일정이 나와서 오늘은 참는다...

다음거는 있을수도있고 없을수도있고 자세한건나도잘몰루


앨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