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의 조정 장치를 점검하던 알파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케이의 얼굴은 이미 사과처럼 변한 지 오래다.


"그러니까..."


케이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표정엔 '젠장'이라는 단어가 쓰여져 있는듯했다.

그동안 작업을 끝낸 알파가 케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드레이칸과 싸웠을 때 보았던 그 모습으로 해달라는 거지?"


케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어? 어.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잖아. 굳이 머리카락 길이니 엉덩이, 가슴 크기니 그런 건 왜 언급한 거야?"


알파 특유의 무심한 말투가 케이의 속을 헤집어 놓는다.

케이에겐 알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섭게 단련된 검술처럼 느껴졌다. 주인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나?


"...미처 생각이 안 났다."


"미안하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안티매터가 문제야."


"모자른가?"


"그것도 문제지만 아직 기체가 불안정한 게 크지. 잠깐이었지만 드레이칸에게 코어를 탈취당했었잖아?"


케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이칸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기억이 떠오른다.


"...알겠어. 그럼 본래 예정대로 진행해줘."


"잠깐. 그래도 머리카락 정도는 늘려줄게. 기체의 전체적인 크기도 조금씩 확장시키고. 가슴이랑 엉덩이는 조금 어렵겠지만."


알파의 입에서 가슴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알파는 케이의 어깨가 약간이나마 들썩이는 것을 발견했다. 

케이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부위들 좀 그만 강조해."


"먼저 시작한 건 케이야. 그럼 난 먼저 주인에게 가볼게."


후훗, 알파가 가볍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 혹시 시간 나면 세이크리드에 한 번 가보는 게 어때? 꼭 외교적으로만 볼 건 없고, 개인적으로 가도 나쁠 건 없다고 판단되니까."


"...알겠어."




***


시험 공부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떠올라서 썼음


반응 좋으면...더...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