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뭐 결국엔 이런 식으로 됐네요.
이번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거의 접속을 못해 상황이 정리되가던 시점에 왔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사람간의 갈등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격이기에 뭔가 한 일은 없지만, 자신을 비추어보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제목을 '하고싶은 일'이라 적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 채널에 오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채널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말하던 바는, "모두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지 자신의 고찰을 풀어낼 수 있는 곳을 만들자"라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고학력자도 아니고, 뭔가 전문적 지식을 배우거나 어떤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알게 된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그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한 것을 나누고 고쳐나갈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찾은 이 채널은 제게 마치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 자신만의 고찰을 나누고, 또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함께 놓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적어도 제 상황에서 찾을 수 있던 가장 이상에 가까운 모습이였습니다.

제가 새로 만드려는 채널은 이곳의 정체설이라는 '학술 토론 채널'보다는,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딱히 말할 곳이 없어서 담아만 두었던 생각을 부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스팀 차단 이슈때 중갤에서 본 한 사람은 "왜 자신의 세계에 갇혀 비난과 욕지거리만 하는 사람들을 깨우치려 노력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특정한 주제에 대한 논쟁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임.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을 막 하다보면 누구라도 말이 헛나갈 수 있잖아. 그 '헛나간 말'에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과 오만함이 그대로 들어있다고 생각함. 그때 '내가 전부 맞고 너는 전부 틀렸다'와 같은 외부의 적과의 싸움 대신,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과 내가 계속 가지고 가야할 생각을 정리하는 '성찰'로써 이전보다 더 나은 사유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별 볼일 없는 내가 벌집을 들쑤시면서 찾는 개인적 의미야."

제 생각에, 아카라이브는 베스트 라이브와 멘션 시스템 등으로 인해  디시인사이드보다 그 특유의 갤(챈)간의 선이 희미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흥미를 가지고 온 사람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관점을 볼 수 있는 장소의 형성에 의미가 있다 느꼈고, 저 또한 생각을 풀어낼 곳이 절실하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채널 규정과 소개 작성 문제, 평소 접속할 시간이 거의 없기에 관리와 홍보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이러한 소망이 있음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해서 적어봅니다.

어쩌면 다시 볼 때까지 다들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