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란 말은 참 희한한 구석이 강한 말이다. 가장 간단하겐 식사를 하고서 음식물 찌거기가 묻어있는 식기를 씻는 행위였고, 설날 거지란 뜻으로 말해도 이상할 건 없다. 띄워쓰기랑 엮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게 남녀 관계에 대한 얘기가 될 경우엔 말이 이상하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테인 그룹 같은 환경에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이상한 노릇이었다. 막말로 성욕 처리를 위해서 오나홀 수준이 아니라 클론을 사다가 하룻밤 거하게 따먹고서 반품하면 그걸 어떻게든 살처분하고 다시 원료로 바꿔놓는 곳에서 설거지를 운운하며 남녀 관계를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진다.


 무슨 깐부도 아니고 깐부끼린 니꺼 내꺼 없단 식으로 구는 것도 아니고, 간혹 가다가 남이 써먹던 걸 재활용하잔 심보로 반품된 물건을 원하는 수요가 있긴 하지만 이런 건 보통 '수요'라고 하지, 설거지라곤 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설거지라고 하는 게 남녀 관계에 빗댈 경우엔 전제되는 요소가 많다. 결혼 제도 같은 게 대표적일 텐데, 이런 결혼에 대해서 설거지를 운운하는 건 아무래도 요상한 노릇이었다. 결혼 당사자들끼리 감정이 격해져서 말을 그따위로 하는 것이면 모를까, 제3자가 말을 그따위로 하는 것이 뭔 말 같잖은 소리인가도 싶고, 애초에 테인 그룹 자체가 성해방주의 성향이 강한 까닭에 설거지론 운운하는 건 그저 과거에 '결혼'이라고 하는 사회제도의 부조리와 비효율적인 교육 제도, 인사 제도 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촌극이라 여기고 있는 판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병신으로 만들기 바쁘던 시대의 산물 정도로 여기고 있는 판이다. 기술 수준이나 사회 수준 모든 면에서 미개했던 시대의 산물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약간은 과거 인간들을 현 세대가 깔보는 풍조라고 하거든 정답이다.


 다만 설거지란 게 아예 이런 식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쓰는 영역이 다른 데로 가버려서 그렇지.


 "설거지 기계들 어떻게 잘 되고 있냐?"

 반품된 클론들은 절대다수가 살처분된 다음에 원료로 환원되는데, 이러한 살처분을 몇몇 행성에선 '설거지'란 은어로 부르는 형편이었다. 예전엔 정말로 사람 손으로 클론에게 주사를 놓거나, 총을 쏘거나, 전기 충격기로 지지거나 해서 살처분을 했지만, 설거지도 식기세척기에 밀려난 것처럼 이 업계도 식기세척기가 도입되고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식기세척기라 부르기엔 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물건이다보니, '설거지 기계'란 식으로 더 많이 불렀다.

 "이번에 나온 놈들은 사람 손을 아예 안 거쳐도 되는 놈들인데요."

 "그래? 우리들도 조만간에 짤리겠구만. 여기서 퇴직하면 뭐할 거냐?"

 "글쎄요. 고향에서 농삿일 좀 돕지 않을까 싶은데."

 "젊으니깐 그래도 부모 품도 생각하는구만. 나는 어디 한적한 섬에서 유유자적 시간이나 떼우련다. 결혼 생각은 없고?"

 "요즘 시민권자끼리 엮이는 게 어디 쉽나요. 한창 개척하고 있는 곳 아니면 고향에서 정치하겠다고 설치는 놈들 때문에 근처에 있는 또래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눈 맞는 경우에나 그렇게 되잖아요. 그것도 100년 정도 하고 치울 텐데요. 그러느니 클론이랑 하는 게 수지타산이 맞죠."

 "수지타산이야 맞아도, 나중에 생각하면 그것도 머리 아프다. 자식 새끼들을 전부 데리고 살 순 없으니 개척 행성에 입주시키거나, 한창 개발 중인 곳에 입주시켜야 될 텐데, 그거 생각하면 아직도 골이 땡기네."

 이런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광경은 반품된 클론들이 토막나고 으깨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이었다. 일단 반품된 걸 스턴건 같은 걸로 제압한 다음에 분쇄기에 그대로 갈아버리거나, 그대로 안 갈릴 놈들은 피부를 연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어디 기계에 묶고 고문에 가깝다시피 전기로 지져서 표피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정도로 끝날 것 같으면 그래도 설거지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하는 것이다.


 "으, 저건 상태가 좀 많이 심각한데요."

 "쯧쯧, 귀쟁이 형태로 클론 사거든 꼭 저렇게 되더라.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

 대체 뭐길래 저렇게 질색을 하는 것이냐면, 다른 게 아니었다. 깐부끼린 네 것, 내 것이 없는 것처럼 깐프가 언데드에게 항문을 공격당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철 지난 개그를 시전하고 있는 광경 같을 수 있는데, 설거지 하는 입장에선 이게 상당히 골치 아픈 물건이었다.


 그냥 외형만 엘프마냥 귀 좀 길게 해놓은 것 정도거든 그래도 설거지가 쉬운 편이었다. 적어도 스턴건에 맞고 오줌을 지리며 쓰러지면서 앞서 언급한 과정에 '소독 과정' 정도를 거치는 걸로 설거지가 되니까.


 문제는 정말로 깐프 사양으로다가 온갖 유전자 강화 조치를 때려박아넣고서 '언데드' 증상을 유발된 클론들과 붙혀놓고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게 한 경우가 문제였다. 깐프 사양이라고 해서 전투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보니, 전투를 겪은 게 아니거든 그래도 군용 클론을 투입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언데드라 붙여놓거든 당연히 깐프 사양 클론이 곱게 항문을 내주고 언데드가 되는 게 아니었다. 언데드를 물리치더라도 감염되어서 반쯤은 좀비처럼 구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좀비랑 아예 결합이 되어서 몬스터가 된 경우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런 걸 설거지하라고 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 작업이다. 설거지를 해야되는데 무슨 냉동고 청소를 시키는 판이라고 해야되나.


 "출격시킵니다?"

 "그래, 출격시켜."

 그럼에도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저런 깐프 좀비인지 깐프 언데드 여왕인지 모를 것도 군용 클론 투입 없이 깔끔하게 해결을 하는 방법이 있었다.


 '쿠워어어어엉!'

 "……!"

 오자마자 깽판을 치는데, 달리 생각하면 이 언데드 깐프도 결국 보낸 쪽에서 제압이 되어서 이 곳에 온 것이었다. 다만, 예전엔 보낸 쪽에선 미리 준비를 다 해놓았기에 별 다른 탈 없이 설거지하는 곳에 이런 괴물을 보냈고, 예전에도 이런 괴물은 설거지장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전문 청소 업체가 맡아서 제압하고 소각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실수로 이런 괴물을 설거지하는 곳에 보내서 여러 사람 잡은 경우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요즘 시대엔 군용 클론은 멋이 없다고 해서 다들 저런 공룡처럼 생긴 장갑병을 작업장마다 하나씩 비치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막말로 군용 클론들이 전장에서 갈려나간단 인식이지만, 저런 공룡 형상의 장갑병은 자기가 끝내 견딜 수 없을 때에도 포성이 울리는 전장에서도 들릴 정도의 괴성은 지르면서 폭발하니깐 군용 클론보단 멋진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공룡 형상까지 겹치니 이게 뽕이란 게 어마어마하긴 했다.

 그 옛적 환국의 양대 군사력 중 하나가 공룡 기사단이었고, 여고생 닌자 사무라이였는데, 여고생 닌자 사무라이 개개인이 전차 3대를 잡는다고 했는데, 그런 여고생 닌자 사무라이가 공룡오적 앞에선 요즘 군용 클론마냥 갈려나갔다고 하니 이게 뽕이 안 찰래야 안 찰 수가 없는 노릇이다.


 '콰직!'

 하물며 언데드에게 항문을 공격당한 깐프따위가 킹룡에게 비빌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깐프 좀비가 짜부가 된 다음에 일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저게 전부 살균 소독을 위한 작업이었다.



 "역시 공룡이 최고구만."

 "섬에도 공룡 하나 들여놓으실 겁니까?"

 "아니지, 공룡은 섬에다 들여놓을 건 못 되지. 그리고 기왕 들일 거면 저런 기계말고 생물로다가 하나 기를 생각이야."

 "그럴려면 섬 하나 갖곤 안 될 텐데요."
 "안 그래도 요즘 저가 테라포밍 업체들 늘어났으니, 어디 자그마한 위성 하나 테라포밍할까도 고민 중이다."

 "돈 많으신갑네요."

 "영혼까지 끌어모으면 어떻게 가능하단 거지."

 "그럴 거면 좀 더 기다려서 아예 가격 대 내려갈 때 하면 되겠네요?"

 "그래서 고민 중이다. 그 때까지 섬에서 존버할지, 아니면 통 크게 지르고 장렬하게 세상 뜰지."

 방금 전까지 그들의 관심을 받던 깐프 좀비는 더 이상 대화 주제도 못 됐다.


 그저 작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치르고 있는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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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문학 탭에 넣자니 꼴릿하지 않아서 망상놀이 탭에 넣었다.


 설거지란 게 대체 뭐가 그리도 문제인가 싶지만, 달리 보니깐 어차피 별 신경 안 쓸 테니 배나 만지면서 히히덕대기나 하잔 심보도 들었다. 근데 그럴려니깐 뭔가 이 모든 게 우스꽝스럽단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쓴 것 같다.


 어딘가 나사 빠진 글이지만, 읽어줘서 고맙다.



 P.S.하루 지나고 다시 읽어보고 추신을 달아본다.

 구차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하루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왜 이리도 사람을 비웃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글 썼다던 필자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독자들도 이런 느낌을 심하게 받았을 것 같아서 변명이나마 써본다.


 마냥 사람 좋은 얘기를 해봐야 의미 없고, 작중에 있는 이들이야 설거지네 어쩌네 하는 걸 비웃을 거라고 한다지만 결국 '설거지'란 개념에 대해서 진지하게 덤비고 있는 이들에겐 상당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내용일 것이다. 진지하게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데, 비웃음이나 하면서 딴 소리나 늘어놓는 게 불쾌하지 않다면 아무래도 보통은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에 대해서 상당히 무례하게 굴었단 걸 인정한다.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이겠다.


 '설거지'라고 하는 개념은 결국 2가지 개념과 밀접하게 엮일 것이다. '결혼 제도'와 '성해방주의'가 설거지 운운하는 것과 밀접하게 엮여있을 텐데, 설거지론에서 공격하려는 것이 결혼 제도나 성해방주의를 둘 다 공격하려거든 그건 그리 생산적인 논의는 못 될 것이다. 그렇기에 보통 설거지론을 통해 전개되는 내용의 결말은 결혼 제도를 공격하거나, 성해방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성적 판타지는 허용해도 실제론 성적 순결을 숭상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필자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건 이율배반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필자는 설거지론을 통해선 결혼 제도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란 건 감안했으면 한다. 이렇다 보니 글의 내용도 저런 식으로 흐른 게 아닌가 싶다. 결국 결혼에 대해선 잔뜩 비웃고 있으니 말이다.


 달리 말하면 현대 사회에서 '신뢰'라고 하는 가치가 퇴색된 까닭도 클 테다. 신뢰할 수 없으니 그만큼 공격할 여지도 많고, 공격하는 게 이득인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결혼'이라고 하는 것이나 '성관계'라고 하는 것을 '신뢰'와 엮을 수 있는가 하면 그건 그것대로 애매할 것이다. 물론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성병이라거나, 유전의 문제라거나 하는 걸 생각하면 설거지론 같은 건 진지하게 논의될 만한 주제인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게 아무래도 요상하단 느낌이 들기에 글이 이렇게 된 것 같다.


 문란한 여자가 성병을 옮기는 매개라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란한 여자를 때려죽인다는 건 꽤나 전통적인 해법이었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고, 기존에 하던대로 하겠단 소리다. 그런데 그걸 해법이랍시고 꽤나 최근까지 주구장창 해왔지만 결국 해결이 안 되니깐 기어코 설거지론 같은 게 운운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건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란 소리다.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무래도 지나지게 가볍게 다룬 것만 같다. 그런데 그런 싸구려 글을 300회나 넘게 조회가 됐다니, 이 글을 쓴 필자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이렇게 변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