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것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었습니다.
주말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갑자기 박물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음. 국립박물관 갈까 아시아문명 박물관 갈까 고민하다가 국립이 더 스케일이 크단 글 보고 바로 국립박물관으로 출발. 


정면 사진은 찍은 게 없어서 구글링으로 대체. 건물이 꽤나 이쁘다. 내부도 잘 되어있음.

주말이고 날씨도 좋아선지 사람이 꽤 많아서 놀랬음. 어떤 부부가 이 앞에서 웨딩촬영 하고 있더라 ㅋㅋㅋㅋ



입장권 구매하고 들어가면 보이는 곳. 건물 느낌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음.



 

편-안



입장료는 15 싱달라. 한국 돈으로 15000원 정도 됨. 학생증 내면 5불 할인해주니까 학생이면 참고. 표 검사는 따로 없고 이런 분홍색 스티커를 가슴에 붙여준다.



포네그리프. 전시관 들어가자 마자 만날 수 있음. '싱가포르의 돌'이라고 영국이 지배하기 전에 만들어진 글자 새겨진 돌덩어린데 문자 체계를 아직 해석 못했음. 산스크리트어와 유사한 듯 하다고는 하는데 아마 앞으로도 해석은 계속 못할 듯 함. 

안 그래도 침식 때문에 상태도 별로 안 좋았었는데 공사하다가 실수로 터트려먹어서 조각이 나버렸대. 웃긴 건 저게 그냥 한 조각.
찾아보니까 원래는 3미터 x 3미터 사이즈였다네.

(그나저나 얼굴만 안나오게 찍으려고 애쓰다 보니까 목이 겁나 길게 나오네.)



대충 과거의 유물들. 1층 초반부에는 영국 지배 전의 원주민 생활사와 유물들, 그리고 영국령이 된 이후의 보존품들이 있음.

설명글 읽는데 다 영어라 머리 아프더라. 




원래 싱가포르는 큰 특이점 없는 동남아시아 섬이었지만, 동인도회사의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 경이 이곳에 들어와 위-대한 대영 제국의 식민지로 만들었고, 발전시켰음.

이 래플스란 사람이 싱가포르를 개척하고 도시로 만든 사람이라 싱가포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중 하나로 꼽힘. (다른 한명은 초대 총리인 리콴유.) 그래서 지금 싱가포르에는 래플스 이름을 딴 호텔, 센터 등등 그 영향이 많이 남아 있음.

여담으로, 세상에서 제일 큰 꽃인 라플레시아의 이름도 레플스 경한테서 따왔다고 함.



이거 말고 그 옛날 머스킷도 있어서 뽕차서 찍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까 유리 반사광 때문에 하나도 안보이네 ㅅㅂ???





상가포르 옷. 설명을 안 읽고 대충 지나쳐서 군복인지 경찰복인지는 기억이 안남 ㅋㅋㅋㅋ 아마 군복 같음.




일본의 포스터들.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은 싱가포르도 공격했고, 결국 영국이 패배하면서 일본 손에 넘어갔음.
점령 당시 수탈은 빈번했고 학살도 있었다고 함. 사는 집 할머니 말씀으론 사람도 엄청 많이 죽었고, 집도 불태워서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당시 사진이 거의 없으시대. 다른 곳에 사는 친척들한테 보냈던 사진들만 다시 돌려받아 남아있고 나머진 다 타버렸다는 얘기 하시면서 사진이랑 같이 옛날 썰 푸시는데 할머니 인생이 그냥 싱가포르 역사 그 자체여 ㅋㅋㅋ



일본의 95식 하고. 

보자마자 95식을 여기서 실제로 보네라는 생각에 허겁지겁 설명문 읽는데 레플리카라 적혀있드라 ㅅㅂ



 



인력거. 전문용어로 릭샤.






종전 이후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이때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의 한 주로 같이 독립하게 됨.

(영국령이어서 여긴 기본적으로 영국 영어를 쓰며, 전시물들을 보면 영국 느낌이 남아있음. 여담으로, 전시실 어느 방엔 아편에 관한 방도 있었음. 아편 피우는 도구들이랑 아편 중독자 사진, 아편 침대까지 전시물을 얼마 없지만 알차더라.)



하지만 애초에 싱가포르는 여러 문화가 같이 존재하는 상태였고, 중국계와 말레이계 등등 민족 문제로 인해 갈등이 점점 심해지게 됨.
뭐 이건 복잡한 얘기인데다 나도 잘 모르니까 넘어가서, 인종적, 정치적 갈등이 너무 커지다 결국 극에 달하며 폭팔하자 말레이시아 연방은 싱가포르를 축출하기로 결정함.
결국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써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고 과거 싱가포르 주의 총리였던 리콴유가 그대로 초대 총리가 되었음.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


앞에서 말했다시피 싱가포르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리콴유임. 싱가포르의 국부로까지 불리는 사람인데, 이제 이 사람을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를 알아보자.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섬에 있는 도시 하나가 국가로써 살아남기는 아주 힘든 일이었음. 이런 싱가포르를 지금처럼 눈부시게 성장시킨 장본인이 리콴유인데, 불안정한 국제적 위치 때문에 서구권과 이스라엘 등에서 적극적으로 무기를 들여왔고 군사 교육도 받았음.(싱가포르도 군대가 의무임. 물론 남자만)


도시국가다보니 혼자서는 너무나 무력했기에 주변국들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맺으려 했으며, 민족 갈등때문에 이 사달이 났기 때문에 인종 갈등 문제를 없애는 데 아주 적극적이었음. 일례로, 싱가포르 학교에서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를 전부 가르치며, 인종 간 화합을 위해 사회적 장치가 굉장히 많이 이루어져 있음. (물론 영어가 표준어, 중국어는 한자는 잘 못 읽고 회화 정도만, 말레이시아어는 기본적으로만, 보통은 이 정도로만 할 줄 알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 소득이 높을수록 영어를 많이 쓰고 아래쪽으로 갈 수록 중국어를 많이 씀.)


또 경제 성장을 위해 산업화 테크를 타서 공업 발전을 이루었으며 생산업, 무역업, 관광업 등으로 싱가포르를 급속도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 놓았음.

그리고 싱가포르는 엘리트주의가 강력하게 반영해서 교육열을 엄청나게 높였음. 지금도 싱가포르 대학은 굉장히 높게 쳐줌. 과거에는 전국 고등학생 성적 순위를 실명으로 공개까지 했었다고 함.



근대 이후의 전시물들이 있는 방의 사진. 거의 현대적인 것들로 가득하더라.

이렇듯 싱가포르의 국부라는 이름이 당연한 업적들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까지 읽으면서 어렴풋이 느꼈을 것 같은데 꽤나 독재자스러운 면모를 보여줬음.
리콴유의 의지대로 나라가 운영될 수 있었던 것도 실제로 반쯤 독재에 가까운 국가 운영 덕분이었음. 정치판은 사실상 인민행동당 일당독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재계 대부분은 리콴유 일가가 꽉 쥐고 있음.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이었고, 리콴유의 집권 시기엔 탄압도 심했음. 언론의 자유? 그런 건 개소리에 불과했고 정부 비판은 당연히 금지. 모든 매체가 감시됨.

사형집행도 이루어지며, 태형도 존재함. 옛날엔 장발도 금지였다고 함. 참고로 보수적인 분위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임. 극단적으론 '잘사는 북한' 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싱가포르에 공연하러 왔었던 평양예술단 포스터)




일단 싱가포르를 성장시킨 건 팩트고,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독재자냐 아니냐, 그리고 이렇게 눈부시게 성장시켰으면 된 거 아니냐 그래도 탄압이 너무 심하다
이렇게 의견이 갈린다고 보면 됨.

참고로 이런 리콴유도 추진하다 결국 포기한 정책이 있었으니, 바로 마작이었음.
중국인들 다른 건 다 금지시켜도 마작만큼은 못 막겠더라고 함.





국립 박물관 자체가 싱가포르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보니, 싱가포르 역사를 미리 알고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음.
난 싱가폴 오면서 찾아본 게 있어서 그걸로 어찌저찌 이해했네.

관심 있으면 한번 와 볼만도 한데, 관광하러 와서 시간 빼가면서까지 올 필요가 있는가는 잘 모르겠네. 일단 난 좋았는데 이건 박물관 좋아하냐 안 하냐 취향 차이에 달린 듯함.

왜냐고? 나는 관광하러 온 게 아니어서 시간이 넘치거든 ㅋㅋㅋㅋㅋ 물론 박물관도 좋아하긴 함.



퇴장하는 길에 마주친 도라에몽 특별부스(?)



박물관 나가다가 어떤 분께 잡혀서 설문조사도 한번 했음 ㅎㅎ

이상,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