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n, 

they lose.



우리가 이기고,

그들은 졌다.

6년의 참극과 고통은 

참으로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이긴 자들은 즐거운 현기증에 취하고

패배한 자들은 수치심과 처참한 죄상에

땅을 기고 부정하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어쨌든 전쟁은 끝났다.

총알 1개와 폭탄 2방에.

간만의 평화가 찾아온 세상에

게으른 번영이 꿈틀댈 뿐이었다.


 달콤하고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면

무엇이 세계를 덮쳐오는 것일까?


공산주의가 / 자본주의가.


나토가 / 바르샤바가.


자본가 돼지들이 / 빨갱이 놈들이.



그리고 인류 유년기의 미숙함을 간직할 멸망이.



-대립




 필연적인 대립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파시즘이 이룩한 것들은 모두 소멸했다.

폐허가 된 유럽과, 그들의 옛 식민지였던 곳에는 거대한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유럽의 모습은 처참했다.


 한편 전쟁의 결과와 그 자신의 역할로 바다 건너 미국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보았다.

자본주의의 왕좌와 왕관이 대서양 건너편의 미국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 같은 양상은 나치가 남긴 상처를 딛고 승리한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1917년 혁명을 통해 구축된 공산주의 소련의 권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인류 역사상 절정의 힘을 자랑하던 두 나라에게 답은 명확했다.

그들은 돈으로, 협박으로, 어떤 수단이든 상관 없이 그들의 이념을 전파했다.



이제부터 이러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두 거인이 서로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는 광경을.

무기는 있지만, 결코 쓰지 않으려 애쓰는 그 광경을.

서로를 조롱하려 인류 역사상 누구도 닿은 적 없는 곳으로 질주하는 그 광경을.




-시대와 철학


 나와 여러분은 지난 시간,

기존 가치관의 붕괴와 

철학이 맞이한 전혀 다른 원점으로의 회귀에 대해 다루었다.


 질서와 이성의 시대가 총격과 함께 쓰러졌고

혼돈과 추상의 디오니소스가 해체의 혼란 그 중심에 도래했다.

고전의 오역은 뒤틀린 이성적 이상을 낳았고 

마침내 대륙 전역의 이른바 '청년 의사'가 고전의 해체를 집도했다.


 역사적인 해체의 현장을 관조할 뿐 아니라, 직접 추동했던 이들은

이후 전개될 철학사를 위해 아주 기본적인 물음들을 던질 수 밖에는 없었다.


'존재가 먼저인가, 본질이 먼저인가?'

'중심은 머리에 있는가, 몸에 있는 것인가?'

'분리된 서구의 맑시즘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인간과 그 관계 위에 보편적인 구조를 설정할 수 있는가?'


 비극의 사나이 후설은 죽었지만, 

그가 처음으로 던진 물음은 점차 커져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를 위한 끝도 없는 순환과 복종의 구조를

약간의 저항을 품은 채 별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과학적 일원화의 움직임은 한 풀 꺾였지만

이념과 맹목적 증오에 의한 강제적 치환의 물결은 

해를 거듭할 수록 커져만 갔다.


 인간은 삶마다 셀 수 없는 물음을 던지며 살고

때로 물음은 실의에 빠진 인간을 이끈다.

절대적인 교본이 찢겨 사라진 빈 자리를

당돌하기 짝이 없는 의문들이 채워가고 있었다.




-경고




 발트해의 슈테틴에서,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까지,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드리워졌습니다.


바르샤바, 베를린,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부쿠레슈티, 소피아.


 이 유명한 도시들과,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소련의 세력권 안에 있으며


이제 그들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커져가는 모스크바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