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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지리학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 본 학식채널 완장임.

오늘은 지리학사 시험이 끝난 관계로 지리학사 서술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William David Pattison의 The Four Traditions of Geography에 대해 글을 써보겠음.

지난번에 이야기했듯 보닌은 일개 학부생에 불과하니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아낌없이 쓴소리를 해주기 바람.


우선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알아보겠음.

당시에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이 출판되었는데 이 책에서 나온 패러다임 개념은 지리학계에 적잖은 충격을 몰고 왔음.


그간 지리학은 지역의 특성이나 공간의 특성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서술하는 기술식 서술방식이 대세였음. 특히나, 문화지리학 부분에서는 칼 사우어를 필두로 한 버클리 학파가 주류를 차지했는데 이들은 연역적 연구방식보다는 답사를 통해 지역별 다양한 물질문화에 연구하는 것을 선호하였음. 

이들의 대표적인 연구성과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지역별로 다양한 가옥문화를 발견한 것인데 이는 사회교과서에도 간략하게 나올정도로 유명함. 또한, 동일한 환경적 특성 하에서도 문화에 따라 다양한 경관이 발생하는 것을 토대로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주요 담론이었던 환경결정론을 반박한 것 역시 이들의 공이라고 볼 수 있음. 


이들의 업적 중 하나인 가옥형태 구분-출처: 기상청 블로그


이러한 이들의 공에도 불구하고 지리학은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지리학이 과학적이지 않은, 그저 다양한 지역적 속성을 미주알고주알 서술하는 백과사전적 학문에 그친다는 것임.

실제로 이 덕분에 이미 Fred Schaefer가 지리학적 예외주의라는 책을 통해 지역별 특성에 집중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이론을 만들어내고 논리실증주의에 기반한 연구 방법론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으며 이에 D. Harvey나 William Bunge가 옹호하는 등 지역지리 중심의 지리학은 이래저래 비판을 받는 상태였음. 실제로 얼마 안가 Peter Hagget를 필두로 지리학에 통계학적 방법론을 도입한 계량혁명이 일어나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토마스 쿤의 페러다임 개념은 환영받았음. 페러다임이란,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있는 가치, 사상, 도구 내지의 것들을 의미하며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을 통해 기존 페러다임이 해결하지 못하는 예외사항을 다른 해결책이 해결해준다면 그 해결책이 기존의 페러다임을 대체한다고 주장했음. 기존의 지리학에 비판적이었던 D. Harvey, P. Hagget 등의 지리학자들은 이러한 페러다임 개념을 적극 옹호하고 지지했음.


물론 이들에 대해서 모순이 없진 않았음. 토마스 쿤에 의하면 지리학에 있어서 특정 페러다임이 해결하지 못하는 예외사항이 있으며 다른 페러다임으로 그 예외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면 기존 페러다임은 버려짐. 하지만, 실제 지리학에서 보면 GIS 등 새로운 방법론들의 출현에도 여전히 답사나 문헌조사와 같은 기존에 존재하던 방법론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지리사상의 경우에도 포스트 모더니즘, 인본주의 등 다양한 사상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는 토마스 쿤의 페러다임 개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줌.


이에 지리학사의 접근 방법으로서 다원론적 접근 방식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William David Pattison 의 The Four Traditions of Geography임. 다원론적 접근 방식에서의 지리학은 매우 넓은 범위의 학문이며 다양한 범주를 지니고 있음. 이 범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존하는데 The Four Traditions of Geography에서의 범주는 바로 Traditions라고 볼 수 있음.


 이 Traditions 중 첫번째로 소개할 Tradition은 바로 Spatial Tradition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전통은 넓이, 고도, 거리 등 공간과 위치가 가지는 기하학적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전통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발전했으며 칸트가 역사는 시간에 대한 학문이고 지리학은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오랜 명맥을 유지해왔음. 

 

 특히, 대항해시대 때 이러한 전통은 크게 발전했는데 앞서 이야기한 공간이 가지는 기하학적 특성을 정확하고 간략하게 시각화하는것이 바로 지도 제작의 핵심이었기에 각 국가들은 최선을 다해 지도학 전문가들을 육성해왔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리에 관심없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메르카토르임. 메르카토르 이후에도 Spatial Tradition은 상당히 발전해왔는데 인공위성의 발달로 원격에서 공간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remote sensing, 지리 정보들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GIS 등 다양한 공간 분석 기술이 등장했고 앞서 이야기했듯 통계적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공간의 속성을 양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또한,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임.


GIS와 통계 기법을 활용한 보닌의 보고서 중 일부


 두번째로 소개할 전통은 바로 Regional Tradition임. 지역이라고 하니 막연하게 들어는 봤어도 정확히 정의되지는 않을텐데 지역이란, 특정 특성으로 구분지어지는 공간을 의미함. 즉, 지역을 연구한다는 것은 이러한 지역들의 구분과 지역의 속성인 지역성에 대해 연구한다는 의미인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나오는 수도 퀴즈나 각종 여행정보들 모두 큰 틀에서 바라보면 Regional Traditio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 


 여기서 상당히 큰 족적을 남기신 양반으로는 경복궁만 가도 딱 보이는데 바로 삼장법사의 모델인 헌장법사임. 그는 불경을 얻기 위해 히말라야 산맥을 건너 불경을 얻어온 뒤 대당서역기라는 책을 펴내는데 여기에는 티벳, 인도 등지의 지역지리학 지식들과 그곳에서의 고행이 듬뿍 들어있음. 이러한 그의 열정어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모험담을 소설로 펴낸 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서유기이며 한국에서 이들은 액운을 막아주는 잡상으로서 궁전의 기와 끝에 붙어있어 국왕에 대한 온갖 액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했음.


경복궁 강녕전 기와 말단의 잡상들. 여기서 맨 끝이 헌장법사임.


세번쩨로 이야기할 Tradition은 바로 Human - Enviornment Interaction Tradition임. 이 Tradition은 인간과 환경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Tradition으로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때 시작되었음. 그 시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으로 인해 인간은 신의 의도대로 구동하는 자연의 질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자연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했음.


 이후 이는 Social Darwinnism과 맞물려 환경결정론에 이르게 되며 Huntington이 기후에 따라 인간의 속성이 결정된다는 기후결정론을 주장하면서 정점을 찍음. 이때 당시 지리학은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데 쓰였는데 이러한 지리학을 비판한 이들 역시 칼 사우어나 Vidal de la blache같은 지리학자였음을 생각하면 묘하다는 생각이 듬. 제국주의 시대 이후 Human-Enviornment Relationship Tradition은 환경지리학으로 발전해서 인간의 활동이 그들이 점유하는 공간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이 인간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고 있음.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Tradition은 Earth Science Tradition임. 이 전통은 인간이 거주하는 행성인 지구에 대해 깊게 알아보는 전통으로 이쪽 분야 전공자들은 좀 위험천만하다는 특징이 있음. 보닌 학교 지형학 교수님께서도 선상지를 찾겠다고 길 옆의 절벽으로 내려간다거나 한계령에 드론을 박아 두시는등 전적이 화려하시며 지형학 연구실 출신이신 모교의 지리센세도 편마암 풍화토를 보여주겠다고 도로공사장에 들어가시는 등 내력이 아주 화려함.

놀랍게도 이길따라 내려감 ㄷㄷ


이처럼 지리학에는 다양한 범주의 지리학이 존재함. 특정 지리학이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지리학을 전공하고 그쪽으로 연구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다양한 범주의 지리학을 먼저 접하고 자신이 어떤 형태의 연구가 알맞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함. 유레카 챈에서 예비 지리학도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만약 지리학도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치도록 하겠음. 비판이나 질문은 언제든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