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발점으로 삼는 전제는 자의도 아니며 독단도 아니다. 그것은 실제의 전제다. 이런 실제의 전제를 제거하는 것은 단지 공상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것은 실제의 개인, 실제 개인의 행위와 그가 처한 물질적 삶의 조건 즉 그가 눈앞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발견하는 삶의 조건이며 또한 그가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 낸 삶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제는 순전히 경험적인 방법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 역사의 첫 번째 전제는 당연히 살아있는 인간 개인의 현존이다. 개인을 동물에서 구별해 주는 첫 번째 역사적 행위는 인간이 사유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의 생존수단을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독일 이데올로기』, 1846, K. 마르크스-F. 엥겔스.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독일철학과는 정반대로" 사적 유물론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갑니다. 사적 유물론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며 본질적인 개념으로 실천, 구체적으로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노동을 앞세웁니다. 노동은 인간 의식이 물질을 대상으로 행하는 창조적 개변 활동입니다.

본래 식물에게는 양분, 동물에게는 먹이 정도의 고정된 의미를 가졌던 여러 물질들은 인간 노동에 의해서 비로소 그 이상의 창조적인 효용성을 가집니다. 예컨데 다른 포유류에게는 그저 디딤대에 불과했던 토양이 인간에 의해서 밭으로서 개변되고, 나무와 돌은 엮고 갈아 도구로 만듬으로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주체화합니다.

사적 유물론에서 사유가 아닌 노동을 인간의 핵심으로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실천만이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실체를 가지며 의식과 매개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유의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어떤 표상을 떠올리기 위해 물질과 자신의 행동 양식을 반영해야합니다. 현존하지 않는 개념은 상상될 수 없고, 그 속의 존재조차 실제 존재와 관계를 인용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성은 우선적으로 노동과 생활, 물질적 실천의 노예입니다.


이러한 전제로 인해 자연을 개변하는 노동은 단지 그 뿐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노동자 자신까지도 정신적으로 개변합니다. 예를 들어 불을 발견한 원시인은 불을 조리, 조명, 사냥 등에 이용하고 나서야 그것의 유용함을 알았을 것입니다. 석유의 효용성은 산업 시대에 들어서고 기계 공업이 발전하고 나서야 비로소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연과학의 분야 뿐만 아니라, 농업과 수공업의 발전이 봉건제라는 특수한 생산 양식을 만들고, 복잡한 종교 철학을 만들었듯이, 대공업의 발전이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생산 양식을 만들고, 보편 권리와 민주주의를 만들었듯이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여러 사회적, 정치적 관계를 맺게 합니다.

인간 활동의 수준은 우선적으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물질적 재산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고, 노동을 통해 발견된 과학적 지식을 통해 인간의 사유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개인이 지배하는 생산력의 수준은 그의 자유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이외의 모든 것을 포함하여 모든 개인의 실제적 관계와 의식적 관계는 노동 형태의 표현적 발현물입니다.


노동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인간 사유들은 생산수단으로서 다시 노동에 재투자되고 더 많은 노동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며, 모든 노동과 그 수단들이 생산, 지양, 변화, 발전을 반복하며 끝없이 나선형으로 운동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적 유물론에서 말하는 사회의 역사적 발전입니다. 따라서 역사의 발전 수준은 생산력의 수준, 사회적 생산 양식의 수준, 사회적 관계의 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노동 실천은 물질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창조적인, 살아있는 현존재적 활동입니다. 반면 모든 의식은 비자립적이고,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죽은 사실의 더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