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주로 홀로라이브 채널에서 눈팅만 하던 버튜버 덕후인데 오늘 보니까 물리챈이 눈에 띄길래 가입하고 몇 글자 적어봅니다.

제가 학부 시절에 납득이 안되던 것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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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뻔한 이야기인데,

대체 왜 하는지도 모르겠는 것들.. 가령 다중 우주 같은 소리할 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답해보자:

"평범한 우주에서 그냥 이론 전개하면 뭐가 문제냐?"


예를 들면 이런 거임. 양자역학의 스탠다드한 해석은 당연히 코펜하겐 해석이지?

숨은 변수 가설은 벨의 실험으로 부정 가능한데, 다세계 해석은 어차피 반증 안되니까 아득바득 버티는 수가 있어.

근데 자세히 보면 그런게 아냐.

에버렛이나 쥬렉 같은 양반들은 다세계 해석"도" 맞을 수 있다는게 아니라, 다세계 해석"만" 말이 된다는거야.


방금 말한 질문을 천천히 생각해보자.

"단일 우주에서 내가 스핀-1/2 상태의 z 성분을 관측하면 뭐가 문제지?"

관측만 빼고 다 unitary함을(따라서 linear함을) 지키는데 관측 혼자 저걸 원칙을 뿌수는 것이 문제야.

원래 세계가 |world>라고 치자.

니가 up을 관측했으면 up이라고 결론 내렸을거고 down을 관측했으면 down이라고 결론 내렸겠지.

전자의 판정을 내린 |world_up>, 후자의 판정을 내린 |world_down>이라고 하면

(|up>+|down>)/sqrt(2)과 |world>의 텐서 곱이 갈 곳이 어딜까?

그야 당연히 (|up>|world_up> + |down>|world_down>)/sqrt(2) 지.

왜? 같은 측정 장비에 |up>이 들어갔으면 빼박 |world_up>이고 마찬가지로 |down>이 들어갔으면 빼박 |world_down>니까...

즉, |up>|world>는 |up>|world_up>으로 갔을거고, |down>|world>는 |world>|world_down>으로 갔을거라서,

linear한 연산이라면 반드시 답이 저렇게 나와야 해.

그런 linear에 의한 결론을 믿지 않는 건 이해해. 우리가 관측할 때마다 우주가 분기하는건 너무 이상하니까.

애초에 거대한 우주 전체의 state 함수가 양자역학적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그걸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quantum cosmology로 ㄱㄱ)

근데 다세계 해석을 진지한 담론의 일종으로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면,

마찬가지로 linearity로 증명하는 no-copy theorem 같은건 왜 열심히 믿어야 할까?


스핀-1/2 자체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야.

물챈 게이들이라면 아마도 학부 시절에 수소 원자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궤도양자수 l을 얻었을거야.

그런데 굳이 전자 스핀 같은게 나와서 왜 360도 회전하면 부호가 마이너스 되는 이상한 공간에서 노는 놈을 상정해야하는지 나도 참 가슴이 아퍼.

하지만 똑같이 "전자 스핀이 그냥 스칼라 파동함수의 mode이면 안 될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해.

당연히 안 되지... exp(i * m * theta)는 m = 1/2일 때 잘 정의되는 값이 아니잖아?

0에서는 1인데 2pi에서 -1이니까... 그런 해는 없어.

그런데 실험으로 m=1/2짜리 각운동량이 존재함을 알 수 있으니까, 그거는 그냥 스칼라 입자의 mode가 아닌거야...

근데 하필 SO(3)는 또 그런 표현을 허용하니까 스피너는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거지.

만약 R^3라는 공간이 실은 더 큰 "진짜" 공간의 반-접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그런 모델을 잘 만들어보길 바래.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로...)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 복소해석학이 그런 식으로 발전했어.

실수에서는 루트를 항상 양의 값으로 고를 수 있지만, 부호가 없는 복소 평면에서는 루트가 잘 정의되지 않겠지?

그래서 복소평면 두개를 잘라서 이어붙였고... 그게 리만 곡면에 대한 이론의 시작이야.

하지만 물리학의 스핀-1/2은 그냥 리만 곡면 붙이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냐.

현실의 공간은 3차원이니까 말이지.


자기 홀극이니 웜홀이니 하는 소리도 결국 다 그런거야.

길게 얘기하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으니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을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뭐냐면,

현실감 넘치는 우주에서 모순이 잔존하는 이론을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뻘소리 같은 가상의 우주에서라도 설명을 시도할 것인지.

모순이라는게 다 그렇듯이, 몰랐으면 그냥 모른 채로 살면 되지만... 그것이 패러독스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반드시 선택을 해야해.


설령 우주가 무지무지 많아지거나, 위상적으로 꼬이거나, 사이사이에 지름길이 생기더라도,

그러한 이야기에는 아마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거야.

어떤 직관을 내려놓고 갈 것인지 선택하던 간에 그것은 연구자 개인의 선택이고 나는 그 길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