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컴터 사면 아저씨들이 깔아주던
복돌 1세대 시절부터 입문했다가
언어의 장벽으로 한 번 주저앉고
2세대 골드 복돌이로 시작한 라이트 유저야

어린 시절(2세대)에는 그저 스타팅 원툴로 사천왕에 챔피언까지 꼬라박는 무지성 플레이만 했었고
그 후로도 ORAS, PT, 블화 정도 했던 것 같아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유튜브를 접하면서
조금은 상성에 대해 알게 됐고
나름 파티를 꾸려가며 스토리를 밀었지만
약간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딸리는건지
골드 말고는 스토리가 확 와닿지는 않더라고 ㅋㅋ

그래서 그냥 전당런만 하고 처박아두다가
해외취업을 하게 되어 한국을 뜨고
컴터가 없어서 게임을 못 하던 나는
결국 스위치를 사서 8세대인 소드를 하게 돼
그것도 1회차만 겨우 밀고 DLC는 손도 못 댔지만...

하여튼 이번에 SV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스토리는 밀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사놓고
몇 달을 처박아두다가
최근에 친구가 레이드 배틀을 같이 하자 한 김에
부랴부랴 스토리를 밀면서 느낀 점들의 일기장이야

잡설이 길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게

본작은 일단 '엄마가 예뻐'
여태까지 봐온 주인공 엄마들 중에
단연 최고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ㅋㅋㅋㅋ
약간 세련미?도 있는 것 같고... 고우시다 히히

암튼 내 스타팅은 뜨아거야
나오하도 귀엽고 꾸왁스도 개성 있었지만
역대 포켓몬을 하면서 난 불포켓몬 외의 스타팅을 건드려본적이 없어서
이번에도 변함없이 불 스타팅을 골랐어

역대 시리즈들에서 '트레이너 스쿨'이란
모험을 시작하고 거쳐가는 수많은 시설들 중에서
잠깐 들러서 배틀 몇 번 하고 경험치랑 토막상식 정도 얻어가는 이미지였는데
이번작은 아예 학교에서 시작을 해버리니
다른 포붕이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좀 새로웠어

그리고 운향눈나가 예뻤어
활짝 웃을때가 특히 예쁘더라고... 고우시당222

아무튼 1회차 스토리는

1. 챔피언 로드
흔히 알고 있는 체육관 - 사천왕 및 챔피언 트리

2. 레전드 루트
'페퍼'라는 싸가지 없는 남자아이의
산송장 파트너 포켓몬 '마피티프'를 구하고자
전설의 식재료 '비전 스파이스' 5종 모으기

3. 스타더스트 스트리트
전학을 오자마자 돌연 나의 폰을 해킹한 해커,
모종의 인물 '카시오페아'에게 사주를 받아
교내 불량서클 '스타단'의 해체를 위해 움직이는 이야기

이상 세 갈래로 나뉘어지다가

모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한데 아울러 진상을 보여주는
'더 홈 웨이' 라는 최종장으로 넘어가게 되더라고

오픈월드를 표방하는 본작에
메인스트림이 3(+1)개나 있어서 약간 복잡하진 않을까 했지만
막상 해보니 맵을 잘 보면서 낮은 순서부터 돌파해가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던 것 같아

'도대체 어디가 바뀐거야?'

근데 이번 작에는 왜케 강한 여성들이 많이 나옴?
이것도 PC의 영향인가봐
저런 우락부락한 몸을 하고 귀엽지 않냐고 물어보면...
반협박 아니냐 ㅋㅋㅋ 나는 글쎄...

그리고 모험하는 중간중간 수업참여에
중간기말고사까지 있는건 너무한거 아니냐
자율학습이라며 ㅋㅋㅋㅋㅋ

담임 지니어쌤... 대학원생 출신인듯 하던데
약간 반쯤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음 ㅋㅋㅋ

체육관 도전과제 때문에 운향눈나를 학교 밖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어
쌓여오는 젖... ㅗㅜㅑ



본작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가 거의 180도 바뀌게 되는 케이스가 많은데
좋은 쪽에서 나쁜 쪽으로 바뀌는게 아니라
반대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전환되는게 많았어

등교거부, 학폭 및 강제 입단권유를 일삼는
교내의 문제아 집단, '스타단'은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를 학폭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자경단'이었다는 점.

그리고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첫 인상이 상당히 안 좋았던 '페퍼'는

유능하고 저명한 박사이지만
자신을 돌봐주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방치해버린 부모탓에
방어기제적으로 까칠한 성격이 되었지만

그런 무심한 부모 대신
언제나 자신 곁에 있어주었던 동반자 '마피티프'를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속정이 많은 인물이었단거야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에게도,
둘 사이의 사연이 있어보이는 미라이돈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듯한 연출이 좋았어

특히 레전드 루트를 할 때는 스토리에 몰입하는 바람에
다른 쪽들에 비해 스샷을 얼마 못 찍었기도 했어

(+ 이 루트를 하면서 해금되는 미라이돈의 라이딩 스킬은 곧 이 게임의 인권이기도 해)

1회차 스토리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챔피언의 왕좌고 스타단 진 보스고 나발이고 다 조까고

일단 마지막 인권 조각부터 먼저 얻고 싶었던 나는
가장 강하다는 '위룡의 주인'에게서
마지막 비전 스파이스를 넘겨받기 위해
오야호수의 작은 섬에 다다르게 되는데
여기서 조금 당황했어 왜냐면...

내 캐릭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겜프릭이 이렇게까지 고도의 기술을 도입했다고???
라며 좀 감탄했는데 그건 아니었더라고 ㅋㅋ

4번째 스파이스까지 먹고
눈도 뜨이고 목소리도 내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차도가 보이지 않던 마피티프는

마지막 스파이스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소득이 없는듯한 모습을 보여줘

이 때는 나도 '이러다 얘 죽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오히려 너와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어!'

마피티프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어!!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이 때 모든걸 체념한듯 쓸쓸한 뒷모습만 보이던 페퍼가
화색을 띄며 마피티프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단순한 주종관계를 떠나 애정이 있는 상대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기폭제 역할을 해줘

그리고 미라이돈도 비전 : 절벽오르기(락클라임)를
배우게 되는데 이 때, 투로박사에게 연락이 와서
뜬금없이 '나를 만나러 에리어 대공으로 와줘'라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끊어져

하지만 '에리어 대공'에는 그 마피티프를 상처입힌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포켓몬이 서식하고 있으며,
혼자 내지 둘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는듯한 스탠스를 취하며 동료를 모을 것을 제안해

그러면서 자신 스스로에 대한 검증을 겸해서
주인공과 함께 주인 몬스터에 대항한 멤버들로
구성된 파티로 배틀을 하는데,
마지막 에이스 포켓몬으로
우리가 되살려낸 마피티프가 등장하게 돼

병석을 털고 일어난지 얼마 안 됐는데 괜찮아?
라고 물어보면
원래부터 호전적이었고 당장이라도 배틀을 하고자한다며 얘기하는데
진짜 조금전까지 산송장이었던게 이렇게까지 강하리라고는...

그 배틀을 하다보면 전우애랄까?
내 포켓몬은 아니지만 라인업을 보면서
나도 감회가 새로워지더라 ㅋㅋ
(마지막 주인전에 요씽리스는 좀 선 넘었지만)

배틀을 이기면 각자 동료를 구해보자며 일단 해산하고

급한 불도 껐겠다,
나는 이번에는 스타단의 완전한 해산을 위해
스타더스트 대작전의 조력자였으면서도
사실 스타단의 진 보스이자
정체불명의 해커 '카시오페아'
의 말에 따라
밤의 학교 운동장을 가기 위해 오랜만에 교정으로 돌아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문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제 3의 조력자 네르...케...?
분명 진 보스와의 결전은 '밤 시간의 운동장에서'였을 터인데
녀석은 뜬금없이 본인이 진 보스라고 밝히며
계급장 떼고 한 판 뜨자고 싸움을 걸어와

쓰러뜨린 후에야(?) 알게 되지만
도중에 난입해온 제 3의 조력자 '네르케'는 사실
교내에서의 소란에 대해 직접 진상을 알고자하는
이 시대의 참 교육자인 교장선생님 '클라벨'이었어

스타단 스토리를 풀어나갈수록
스타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결정적으로 '전대 교장'을 만남으로써
스타단에 대한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 클라벨 교장선생님은
비록 지금은 인식이 나쁜 문제아들이긴 하지만
자신의 교육관 아래 보듬고 용서하고자,
그리고 모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주인공에게 정체를 드러내고 진짜 진 보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줄 것을 부탁해와

조금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해가 떨어진 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기다리다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스타단 아지트를 박살낼때마다
어떻게 알고 보상을 건네주러 찾아와준
고마운 보급반 친구가 서있는게 아니겠어?

사실 스타단의 창설자이자 진 보스,
그리고 카시오페아는 사실 한 사람.
이 작은 '모란'이라는 아이였던거지

이 친구는 본작의 무대인 '팔데아 지방'이 아닌
전작의 '가라르 지방' 출신인데
타 지역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지만
그로 인한 따돌림 등으로 인해 등교거부를 하게 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녀석들을 모아
학폭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자경단
그러니까 '스타단'을 창설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어

핍박받던 작은 개개인들이 집단이 되어놓으니
가해자들은 존재 자체에 압도되어 뿔뿔이 흩어져버렸고
본의 아니게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소정의 목적을 이루게 된 스타단이었지만

해체를 하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 변질되어버린 모습과
자신을 믿고 따라준 단원들이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던 때에
주인공이 눈에 띄게 되어서 그를 이용해
자신이 만든 스타단을 자기 손으로 부수고자 했던거야

그렇게 모란은 스타단 진 보스로서
자신이 등에 메고 다니는 이브이 가방에 걸맞게
이브이즈 6종으로 주인공과 해체빵을 하게 되고

마지막 에이스 포켓몬인 님피아에게
테라스탈을 시킬 때 외치는 저 대사는 어쩌면
타지로 넘어와 학폭에 시달리며 빛을 잃어버린
본인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까?

싸움이 끝나고보니
사실 모란은 다른 스타단 멤버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비춘적이 없었다고 해

하지만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팀장급 창설멤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고

모란의 '보물'은 자신의 실물을 본 적 조차 없으면서도
자신의 괴로움을 함께 짊어져준 ''친구들'이었음을 보여줘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체빵도 진 데다가
학교 규정에 반하는 악행들을 너무 많이했고
심지어는 리그 중앙 서버에까지 손을 대 리그포인트를
복사버그 해버린 상황에서 중징계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시대의 참 교육자 교장선생님은 다 계획이 있었어
멤버들을 위해 학교기관 내 특수 시설을 창설해
그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조치해두었던거야

그래서 스타단의 끈끈한 우정은
결코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남을 수 있었어

자 그럼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해결했겠다
체육관 배지 8개 모으고 짬도 찼겠다

이제 우리 주인공이 할 일은
전학온 첫 날부터 나를 뉴들박하려고 혈안이 된 친구
'네모'와 같은 '챔피언 랭크'가 되기 위한 시험을 보는 일 뿐이었지

챔피언 랭크 시험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있어서
1. 면접
2. 실기
3. 치프 챔피언과의 대결

의 순서를 따르는데 이 때 만나게 되는
미술쌤이자 사천왕의 최후 관문인 팔자크의 느슨한 눈물주머니와
오히려 그를 달래는 유치원생 뽀삐의 조합이 골 때려

체육관전 중간중간 빼꼼충이던 치프 챔피언 테사
몬가 텅비드 같기도하고 구작의 코스모그 같기도한 헤어와
이집트 벽화에서나 볼 법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지만
치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이상한 라인업을 보여줘

덕분에 생각보다 손쉽게 챔피언 랭크를 따낸 주인공은
치프의 에스코트를 받아 타워 밖으로 나오는데
어느새 소식을 듣고 마중나온 네모를 만나고

자기가 박아대던 뉴비가 어느덧 고여버린 장면에
감격을 주체 못하며 질질 싸면서
다시금 배틀을 하자고 불러내게 돼

치프와의 싸움에서도 한 수 접어줄 정도로 불감이었지만
주인공이 농익어버린 스킬로 약점을 구석구석 알차게 찔러주자
생애 처음 커다란 자극을 맛 본 네모는 뿅 가버리는데
사실 이 친구도 약간은 외로웠던 모양이야

부모님이 초엘리트인데다가
네모 자신도 최연소 챔피언 랭크인 탓인지
다들 이상한 경외심을 갖는 바람에
포켓몬 배틀을 하려하면 어울려주는 상대가 없었다나

이런 네모가 찾던 '보물'은 주인공과 같은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라이벌'이라며
한 층 더 사이좋은 친구가 되지


이 모험들을 통해 주인공은
3명의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를 얻게 되고
드디어 미뤄두었던 출입금지구역
'팔데아의 대공'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돼

미라이돈을 타고 커다랗고 깊은 구멍 아래로 내려갔더니
어찌된 일인지 미라이돈은 불안한 기색으로
안절부절 못하더니 급기야는 스스로 몬스터볼 안에 틀어박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때문에 주인공과 네모, 페퍼, 모란은

완숙깻잎 4장을 활성화시키고자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티격태격하는데
이 때 페퍼의 아픈 가정사를 듣게 돼

어릴 때 자신을 방치하며 연구에만 매달렸던,
혹은 떠나가버린 부모에 대한 이야기...
그 때 홀로 남아 곁을 끝까지 지켜줘왔던 마피티프 이야기...


주인공과의 친밀함을 과시하며
서로 티격태격하던 3명이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숙연해지고
페퍼에 대한 연민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어

그렇게 완숙깻잎 4장째인가?
여태까지 교신해오던 투로 박사와의 교신상태가
상당히 불안정해지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이게 약간 공포게임 연출 같아서
텍스트로만 보는 나도 약간 섬뜩했는데
당사자들은 어땠을까 하는 기분이 들더라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뒤로 하고
서로 의지하며 대공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시설
'제로랩'에 도착한 4명은 그곳에서

또다른 미라이돈과 마주치게 돼
혹시 가족일까? 라고 생각해서 몬스터볼에서 꺼내봤지만
지금 이 느낌으로써는 도저히 가족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

학폭을 겪어본 모란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데
또다른 녀석은 우리의 미라이돈을 뒤로 한 채
유유히 제로랩 안쪽으로 들어가버려

뒤따라가보고 싶지만 안쪽에서 쏟아져나온
정체불명의 기계들? 때문에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주인공과
겁을 먹어버린 미라이돈에게 페퍼는

마법의 단어 '쫄?'로 둘을 먼저 안쪽으로 보내버려

그래서 드디어 제로랩 안쪽으로 들어가봤더니
페퍼의 아버지라는 투로 박사는 사실 진작에 죽어버렸고
자신은 잘 만들어진 AI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전해듣게 돼

그렇다면 아까전의 교신불안정도...?

하지만 그럴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
가짜 투로박사, 즉 박사의 AI는 진짜 박사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타임머신으로 미래의 포켓몬을 현 시대에 데려오는데에 성공했지만
이들이 지금의 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데도
투로 박사는 이 또한 자연의 일부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려하지 않았다는거야

오히려 사람인 진짜 투로박사가 만든
인공지능인 가짜 투로박사 쪽이 더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지경이었지

무엇이 그를 그 지경까지 몰고 갔는진 모르겠지만
AI의 부탁은 타임머신을 멈추어 달라는 내용이었어

하지만 본인은 박사의 AI임과 동시에
타임머신에 대한 보안요원이기도 해서
기계를 멈추고자하면 내부의 프로그램이 작동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할 것이라 하는게 걱정이었지

심지어 역대 챔피언들의 배틀타입을 철저히 분석해
그를 집대성한 녀석이라고하니

이건 알파고를 상대한 이세돌 프로기사의 입장을
아주 약간이나마 맛볼 수 있게 되는 씬이었어

아무튼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최종결전은 시작돼

미래에서 넘어온 포켓몬의 모습을 한 기계들에게
기존의 상식은 통하지 않아서 약점파훼가 힘든 탓에
주인공과 포켓몬은 고전을 하지만
얻어맞고 깨지며 어떻게든 상처뿐인 승리를 쟁취하고
타임머신을 멈추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연출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부분
전율이 돋아서 몇 초간 아무것도 못 누르고 있었어


투로 박사는 생각보다 제대로 미쳐있었어
만에 하나, 보안 AI가 뚫릴 상황까지 생각하며
이중삼중으로 장치를 해둔 것이었던거야
AI조차도 이건 전혀 몰랐던 것 같고...

그 와중에 몬스터볼 이용을 봉인한다는 아나운스가 뜨면서
타이밍이 참 안 좋게
아까 먼저 들어간 또다른 미라이돈이
주인공 일행의 앞을 가로막고
항전하려 하지만 아까의 아나운스대로
투로박사의 ID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볼엔
락이 걸려서 포켓몬을 꺼낼 수 없게돼

진짜 투로 박사는 인간의 몸으로
저 미라이돈의 공격을 직접 받아내고 죽었다는데...
우리도 그런 꼴을 당하는걸까...?

절체절명의 순간,
지금까지 웅크려있던 미라이돈이
자신을 꺼내달라고 어필을 해

사실 과거에 저 녀석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탓에
쫓겨나듯 에리어 제로에서 도망쳤던건데
그 기억 때문에 주눅이 들었었지만
이제서야 정면으로 다시 맞설 생각이 들었던거야

미쳤다고 생각하는 연출2

'니 까짓게 얼마를 덤벼도 좆밥이다'라는 듯한 도발
일부러 공격패턴을 강제로 꺼내기 위한 장치면서도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
해주는 이 부분이 좋았어

아무리 용기를 냈다고는 하지만 담당 일찐을 만나버린
우리의 찐따 미라이돈은 어김없이 개처맞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주인공과의 유대로 테라스탈에 성공
기세를 몰아 역습으로 상대를 털어버리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돼

싸움에는 이겼지만 몇 번이고 자가수복하려는
낙원 방어 프로그램과의 연을 끊기 위해
투로박사의 AI는 본인이 직접 저 편으로 넘어가서
프로그램의 링크를 끊고자 하지

이별을 준비하면서 페퍼를 보고
투로 박사의 유지를 전달해주고 '사랑한다'라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그리고는 다시는 하지 못 할 말을 전하며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고는

어딘가 쓸쓸하지만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강단있게
작별인사를 하고 미래로 떠나버려

타임머신은 멈추었고 생태계를 위기에서 구했지만
이미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데다가
눈앞에서 또다시 그 분신까지도 잃어버리고 만
페퍼의 참담한 심정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슬픔의 늪에서
허우적거릴수도 없는 노릇이니
억텐이라도 끌어올려 페퍼의 웃음을 되찾아주고자하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 길었던 이야기는 끝을 맺어



마치며

마지막 루트였던 대단원 '더 홈 웨이'는
페퍼와 그의 가족인 투로/올림박사에게
한 발 다가가 들여다보는 내용
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친구'라는 이름의 또 하나의 가족을
형성하게 된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을 했어

난 안 해봤지만 울썬문에서 욕을 뒤지게 처먹고
소드실드에서 포켓몬 타노스 시키고
브다샤펄에서도 굳건이 에디션을 선보이며
갈수록 폼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겜프릭이지만
이번작은 스토리 정말 잘 짰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세계정복이니 신세계의 신이 되니하는
허무맹랑한 빌런들과의 결전이 아니라
학폭이나 가정불화 등 현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스토리에 조금 더 공감하고 녹아들 수 있게 한 것 같아

그리고 최종전투때의 연출

투로AI가 승부를 걸어왔다!
낙원 방어 프로그램 가동
투로AI는 더 싸울 생각이 없다!
낙원 방어 프로그램이 승부를 걸어왔다!

로 넘어가는 연출은 정말 소름이 돋아서
몇 초 동안 멍하니 화면만 보게 했고

제 2의 미라이돈의 도발 또한 정말 잘 만든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2회차 스토리도 밀고
친구들이랑 레이드도 해보고
첫 도전이지만 기회가 되면 실전도 몇 번 해볼텐데
일단 지금은 스토리에서 느낀 이 뽕맛을 조금 더 간직하고 싶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준 챈럼들 있으면 고맙고
혹시 내가 잘못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진성 포덕이 아니기도 하고
짬나는 시간에 몰아서 한거라
얘가 기억력이 좀 안 좋구나 하고 그냥 봐줘
반박시 니들 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