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컬☆나카요시-3


잠도 그녀만의 공간에서 혼자, 아니 로제타랑 자는 유니.
규칙적인 생활을 중시하는 평소의 그녀는 1시면 잠에 들지만 오늘 유니는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방금 내가 썼던 괴력과 이상한 주문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렇게 몸에 바로 스며드는 힘을 감각하는 건 처음이었단 말이지.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지하지는 못했다만 입고 있던 옷도 잠시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거 같았단 말이야. 흐음... 이 힘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많은 곳에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계속 잠에 들지 못하는 유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지. 생각만 반복하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

이대로는 날밤을 새겠다는 생각에 살며시 침상에서 일어나 우연히 머릿속에 새겨진 주문을 조용히 외친다.

"마법학자 브레이니☆유니!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네!"

크림색 동물, 모라가 없는 곳에서도 유니는 그가 준 열쇠로 마력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항상 책 앞에 파묻히느라 웅크리던 몸이 곧게 펴지며 길어지고
연주황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드레스를 그녀의 탐스럽던 주황빛 머리카락과 똑닮은 색의 망토가 가려준다.
활달하지 않은 그녀의 성격이 마력으로 지어내는 드레스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런 옷으로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였었다니? 도대체 이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거울을 본 유니는 몸도 의상도 달라진 자신을 보며 더더욱 혼란에 빠져버렸다.




아침이 밝았다.
계단을 내려오던 유니를 마주친 치에루.

"유니 선배! 오늘은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요? 혹시 어제도 공부?"

유니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다가 대충 둘러댄다.
마법소녀는 둘째치더라도 학교에 괴물이 나타났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아니.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다가 취침이 늦어졌었네. 치에루군은 오늘도 쾌활하구나."

"헤헤. 오늘도 체룽한 하루! 이 전드솔 최고의 미소녀 치에루는 절대 지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선배도 기운내서 체룽!"


"체... 체룽."

"그러면 저는 수업 들으러 바이바이!"

"바이바이."

꽤 큰 소리가 났었는데 구교사랑 기숙사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어제 상황은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았다.

'다행인 걸까... 그런데 그 안티 어쩌고 하는 낯선 마물이 다시 출현할 때도 나만 잡을 수 있는 것인가? 만약에 나보다 강한 마물이 등장한다면? 공중을 떠다니는 것만큼이나 궁금하네.'

하품을 하며 간단한 식사를 하러 내려가는 유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어. 그래 클로에. 오늘도 고생했어."

자정 근처까지 맥주집 아르바이트를 한 클로에.
점호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급하게 뛰어간다.
지친 몸에 달리기까지 더해지니 클로에는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간신히 세수랑 양치를 하고 잠드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일상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긴 날이다.



크와아아앙
이 모퉁이만 돌면 개구멍으로 가는 길인데 뜬금없이 마물이 길을 막고 있다.

"1초만에 닥치게 해주지. 한밤의 여명"

귀찮음이 푹푹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녀의 유니온 버스트를 써보지만

크와아아앙
마물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클로에에게 다가온다.

"저리 꺼... 꺼져!"

그녀답지 않은 목소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마물은 그녀 인생에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점호시간 다 됐는데. 학교 밖에 나갔다 오는 거 자체가 교칙 위반이라서 이상한 마물을 만났다는 것도 핑계가 되지 못하잖아. 망했네.'

어쩔 수 없이 조금 돌아가는 걸 선택한 클로에.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달려보지만 마물은 덩치에 맞지 않는 속도로 그녀를 쫓고 있다.

"하... 지목당한 건가. 번거롭네."

그녀의 필살기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클로에는 그저 방향을 이리저리 꺾으며 마물의 시선을 따돌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통금시간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
지금은 그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렇지만

크르르르...
아무리 따돌려도 그녀를 놓치지 않는 마물.
클로에도 그만 지쳐버렸다.

"그래... 좋은 인생이었네."

풀밭에 주저앉아 마물이 다가오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는 클로에.

"다음 생에는 이런 거 안 하고도 살 수 있으면 좋겠어."

마물이 마침내 그녀에게 손을 뻗는 순간



"지금이야! 나랑 계약을!"

구원의 외침이 들려온다.

"계... 계약?"

"그래. 저 마물은 안티 비스트. 나랑 계약하면 물리칠 수 있어!"

이제껏 없다가 죽을 때 다 되어서야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노란 짐승.
조금 괘씸하지만 지금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다.

"계약? 조건은? 알바 계약도 조건이 있다고."

"조건? 안티 비스트를 잡아주는 거! 나머지는 일단 저걸 잡고 생각해보면 안 될까?"

생각해보니까 어제 유니 선배한테도 나타났던 애다.
유니 선배도 멀쩡했으니까...

"그래. 일단 잡고 생각해봐야지. 살아야 다음이 있지 않겠어?"

"그러면 내 힘을 받아!"

처음 느끼는 힘이 온몸에 스며들고 주변이 밝아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문장.

"마법고학생 시니컬☆클로에. 귀찮게 굴면 죽여버린다."



"이거 뭐야. 뭐 주문이라도 되는 건가?"

자기가 내뱉고도 낯설어하는 클로에.

"맞아. 이제 클로에도 마법소녀야!"

"마법소녀?"

"설명은 나중에 하고! 저기!"

변신하면서 뿜어진 광채에 눈이 멀어 후퇴했던 괴수가 다시 그녀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클로에는 마법소녀.
이제 그녀는 안티 비스트에게 무방비하게 당하지 않는다.

"보이네. 약점이. 받아라. 만월의 난무."

그녀와 함께 달라진 단검을 익숙하게 난사하는 시니컬☆클로에.

끼엑?
갑자기 달라진 클로에를 보고 놀라기도 잠시.
안티 비스트는 시니컬☆클로에의 칼날에 수십 등분으로 쪼개진다.

"잡았네. 쉽구만."



"수고했어 시니컬☆클로에! 클로에가 이 시간에 밖에 없었다면 안티 비스트가 더 많은 피해를 줬을 거야!"

"야. 솔직히 말해."

"뭐... 뭘?"

위협어린 시니컬☆클로에의 목소리에 모라는 귀가 축 내려간다.


"너가 데려온 거지. 저 안티 비스트."

"아... 아니야! 기척을 느끼고 급하게 뛰어온 거라고!"

"그래. 일부러 학교 근처로 마물을 데리고 올 미친놈은 없겠지."

"그래서 시니컬☆클로에. 앞으로도 마법소녀로 싸워줄 거야?"


새로운 마법소녀를 바라보며 기대에 찬 눈빛을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모라.
하지만 클로에는 그런 눈빛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수당 있어? 난 돈 안 주는 일은 별로."


"안티 비스트를 잡는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


"자부심? 웃기지 마. 어차피 통금시간도 지났을 거니까 여기서 수당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나 해보자고."


노벨피아 동시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