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콜록!"

한밤중의 호숫가.

호수에서 겨우 기어올라온 캬루는 입에서 상당한 양의 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끄르륵....으으으으...."

그리고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화창한 점심.

호숫가로 산책을 나온 []는 모래사장에 있는 검은색 무언가를 발견했다.

낮선 물체에 가까이 가 보니, 그것은 기절한 어린 소녀였다.

그녀의 몸은 차갑고, 숨도 얕은데다가 덜덜 떨고 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재빨리 소녀를 들쳐매고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의 집.

호숫가에서 주운 소녀를 간호해 주는 [].

간호라고 해봤자 따뜻한 물로 씻겨 준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침대에 눕혀 이불로 감싸 주는 것이 고작이다.

일단 생명이 위독해 보이니 데려와 눕히긴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소녀가 미약하게나마 정신을 차렸다.

"아파....아파....아파요....."

신음을 내며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측은히 바라보는 [].

이 아이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 전에, 꿈에서도 고통받는 그녀를 위해 우유죽을 끓인다.

진통효과가 있는 약초 몇에, 말린 고기 조금도 넣고...


조금 식힌 뒤, 한숟가락씩 떠서 입에 넣어준다.

약초의 효과인지, 그녀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피부가 짓무르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건으로 몸을 닦아준다.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해 주려면 필수적인 작업이다.

"휴우..."

땀을 닦으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작은 몸에 새겨진 끔찍한 흉터들.
종류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화상부터 칼날에 난 상처, 찢긴 상처 등등...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다행히 이제는 완전히 편안해졌는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걱정 마렴. 여기선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잣말이지만, 뭐 상관없지.



창밖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슬슬 밖에 달 랜턴을 켜 두어야겠군.


그는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했다.

평소에도 늘 그랬듯이.





다음날 아침.

하나밖에 없는 침대를 소녀에게 내준 그는 소파에서 잤지만, 그것도 나름 푹신한 터라 별 불만은 없었다.


그녀는 어제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고, 숨도 고르게 쉬고 있었으며,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지난밤에 들었던 목소리를 생각했다.

소녀의 잠꼬대.

대부분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애원하는 소리.

무의식 속에서도 목숨을 구걸하다니.

얼마나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걸까.



그는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어제 남긴 죽을 덥히고, 마당의 닭장에서 계란을 꺼내 프라이한다. 찬장에 남아있는 훈제 고기도 조금 썰어서 굽는다.

고기가 구워지는 좋은 냄새가 작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으으..."

그녀의 신음소리.

깨어난 건가?!

"얘야, 괜찮니?"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그녀는 입술 틈새로 겨우 희미한 말을 내뱉는다.

"물...물 좀 주세요..."



물 몇 바가지를 마시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가는 소녀.

하지만 아직 움직일 기운도 없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래, 어쩌다 거기 쓰러져 있게 되었니? 이름은 뭐고?"

내 물음에, 그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그....으그윽!"

"미안하구나.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아니에요...죄송합니다....."

머뭇머뭇거리며 결국 말을 꺼내지 못하는 그녀.


그동안 음식이 다 되었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한 입씩 떠먹여준다.

다 먹고 나자, 피로했는지 다시 잠들어 버리는 소녀.


지금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 아이가 여기서라도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