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일상, 평소의 복장, 평소의 생활 ..그리고 여느 때처럼 향하는 신기한 것을 보는 호기심의 시선과 자신과 다른 것을 배제하고 싶어하는 혐오의 시선. 왜 그렇게 남들이 궁금해하는걸까. 내가 이 모습으로 있는게 그렇게 이상해? 기분나빠?

 

“재미없네...”

 

학점이 부족해 학교에 남아 보충수업을 듣고 있다. 솔찍히 교과서만 보면 대충 파악할수 있는 내용이니까 수업을 듣는게 지루해 어쩔 수 없다. 귀에 들리지도 않는 수업내용은 흘려보낸채 창밖에 보이는 낙엽의 흔들림을 보고 ‘아, 이 다음 MV에 써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나왔다. 복도는 창문으로 쏟아지는 석양을 반사해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다. 삐걱삐걱 복도에 실내화 긁히는 소리가 난다. 이미 평범한 학생은 귀가했고 남은 건 청춘의 추억을 새기기 위해 동아리 활동에 힘쓰는 학생들뿐일 것이다. 청춘의 추억이라..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뭐, 난 그런 부류는 아니지만”

 

그것은 허세도 질투도 아닌 진심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면서 승패와 관계없이 즐기자! 하며 서로 웃는 광경은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아픔이나 괴로움,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에 대해서는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난 이제 혼자가 아니야.

진실을 받아들여 주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똑바로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기쁘고 기뻐서 눈물이 나올 때 ‘울지 마’가 아니라 ‘울어도 돼’라고 말해주며 내 눈물도, 괴로움도, 나약함도 다 안아준 사람이 있었다. ‘힘내왔네, 혼자서 계속 싸워는데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나의 과거를 인정하고 안아줬다. 그런 사람과 지금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너무 행복해서 망가질 거 같다고 말하니 이 정도로 만족하면 어떡하냐고 웃으면서 핀잔을 들었다.

 

‘넌 좀 더 욕심쟁이나 막무가내인 게 딱 좋아, 남에게 쏟아지는 악의나 혐오 탓에 자신의 행복을 포기해서는 안 돼’

 

에나낭은 나에게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그렇게 전해줬다. 그래서 나는 에나낭이라면 뭐든지..

 

“어이, 거기 너 소문의 아키야마지”

 

뒤에서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남학생이 3명 서 있었다.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선배인듯한 그들은 물건에 값을 매기는 구경꾼 같은... 눈앞의 것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그런 눈들을 하고 있었다.

 

“그럼요, 무슨일이세요, 선배?”

“너 진짜 남자냐? 가까이서 봐도 모르겠네”

 

‘또 이건가, 성별같은건 아무래도 좋잖아’

 

상대하는게 귀찮아서 가볍게 응대한다.

 

“그렇습니까”

“이봐, 너 여자같이 생겼으니까 좀 어울려줘야겠어”

“..하?”

 

팔을 잡힌 순간 소름이 끼쳐 뿌리쳤다. 두려움과 함께 나는 직감했다. 이놈들의 얼굴에 흐르는 것은 흥미나 혐오 같은 익숙한 감정이 아니다. 도망치려고 움직인 순간 교복 리본이 잡혀 가볍게 목이 졸라졌다. 그리고는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나의 의식은 암전했다.

 

 

 

...

 

 

 

징징거리는 두통과 저림이 다음 감각이었다. 눈이 뜨이지 않은 상태에서 냄새와 소리만이 내 머리에 들어온다. 땀이 배어 이상한 냄새가 나는 매트리스, 먼지와 모래의 매캐한 감각, 자유롭게 움직일수 없는 무언가에 조여져 압박된 손목.

 

“아? 일어났어?”

 

흠짓하고 반응한다. 아까 그 녀석들의 목소리다. 눈이 떠지지않아서 목소리뿐이지만 고막을 떨게하는 그 목소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이, 일어났냐고 묻잖아”

“윽-!!”

 

확 앞머리가 잡아당겨져서 얼굴이 무리하게 들어올려진다. 눈을 깜빡거리다 뜬 눈에 일그러진 얼굴이 보인다. 뿌옇게 보여서 잘 보이진 않지만, 뒤에도 사람이 있으니 아까의 3명이 있을 것이다. 코로 들이마신 모래먼지탓에 콜록거리며 기침하고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아무래도 나는 상반신만 매트릭스에 눕혀져 손목이 밧줄같은걸로 구속된 상태인 것 같다. 

 

“..싫어..”

“응?”

“싫어.. 풀어줘..”

기세 좋게 행동할 여유는 이미 잃어버렸다. 구속된 몸과 인적 없는 장소, 체격적으로도 인원수로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상황이 두려워 어쩌질 못했다. 그저 도망치라며 본능이 외치는 소리가 몸 안에 맴돌 뿐이었다.

 

“이야 진짜 좋은 얼굴 하고있네”

“대충 굴러다니는 여자들보다 헐씬 귀엽잖아!”

“남자라고 의식하지 않으면 빠져들거 같아”

 

미즈키의 간청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들은 떠들었다. 앞으로 있을 것은 그저 일방적인 유린일 뿐이라고 선언하는것처럼.

 

“그럼 힘내서 즐겁게 해줘, 미즈키짱?”

 

몸을 맡기고 있는 매트리스 옆으로 선배가 다가왔다. 그리고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와 천이 스치는 소리가 나고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미즈의 빰에 뜨거운 살덩어리와 비린내가 문질러진다.

 

“야, 물어라”

“싫어.. 싫어어어!..!”

 

입을 다물고 저항을 해본다. ‘싫어싫어싫어무서워무서워무서워’ 공포가 뇌를 지배해 도망칠 수단도 없고 저항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칫”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고 뺨에서 그것이 떨어졌다. 안심한것도 잠시 코가 막힌다. 코로 마시던 공기가 차단돼 폐로 산소가 닿지 않는다.

 

“윽....!”

“힘드냐?”

“!...읍..으..”

“숨 쉬고 싶지?”

 

참는 한계가 와서 헉! 하고 숨을 들이쉰다. 그 빈 입을 고정하듯 턱이 잡혀 위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입안에 억지로 들어오는 고기 덩어리. 그것이 목구멍을 뚫고 코에서 손가락이 떨어졌다. 기분이 나빠서 구토가 올라온다. 코에서 빠져나가는 공기에 싫은 냄새가 가득해 어떻게든 입에서 빼려고 하지만 머리를 한껏 붙잡혀 밀어붙여진다.

 

“위.. 위험해 이거 쩔어.. 남자랑 상관없이 존나 기분좋아”

“흐극! 학! ㅍ.,ㅎ!”

“물면 패버릴 줄 알아라. 빨리 기분 좋게 해주면 빨리 풀어줄 테니 열심히 해봐”

미즈키는 울면서 그것을 문다. 미지근한 날고기가 억지로 밀어넣어진 느낌이다. 시키는대로 혀를 이용해 뒷면을 햝거나 뿌리를 꾹꾹 빨거나 고환을 혀끝으로 찌르거나 했다. 조금이라도 빼려고 하면 머리가 마음껏 짓눌려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배에게 펠라를 계속한다.

 

“어이 나도 하고 싶어”

“기다려봐 한번 내면 바꿔줄게”

“아, 근데 이쪽도 괜찮겠다”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겨진다. 매일 마음에든 샴푸로 씻고 꽃향기가 나는 린스를 바르고 목욕 후 케어를 하는 오늘 아침에도 세팅을 한 그 푹신푹신하고 보송보송한 그 머리가 그곳에 감긴다.

 

“아 쩐다 부드럽고 조임조절도 가능하고.. 이거 물건인데”

“읍—흡!? 으윽!!ㅂ!!!”

“야, 좀 더 안쪽으로 물어”

“응훕ㅇ!!!!!”

 

탁하고 안쪽을 찔려 의식이 몽롱해져 울먹이며 그놈을 노려본다. 그러자 입안에서 그것이 날뛰었다.

 

“아--.. 그 얼굴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마음껏 찌르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고 그 움직임에 맞춰서 미즈키의 머리를 밀어붙인다. 숨은 쉴수 없고 기분 나쁘지만 저항할수 없다.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좋네 그 너덜너덜한 얼굴 점점더 망가트리고 싶어져 이거 진짜 여자보다 나을지도”

“야 이따 나도 써야하니까 부수지마라”

“안다니까.. 아~ 기분좋다.. 슬슬 싼다”

“ㄱ붙! 그! 어! 걱! ㅎ! 갓! ㅇ!”

 

나온다는말에 싫다고 온몸을 뒤틀지만 아무 효과도 없다. 힘을 주어도 팔이 구속되어있기에 밧줄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묵여있는 손목과 밧줄에 피가 배일뿐이었다. 계속 억지로 입을 범해지고 있으니 정신이 나갈것같다. 깨물려는 생각도 해봤지만 감히 턱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윽, 나온다 하 전부 마셔라!”

“윽극---!!”

 

브룻하고 입에 하얀액이 흐른다. 마시고 싶지 않은데 목에 직접 밀려 들어와 반사적으로 꿀꺽 마셔버린다. 너무한 비릿내와 수컷냄새에 토하고 싶어진다.

“어이 다 마실때까지 평생 입에서 안땔거다”

“으읍..”

 

꾸역꾸역 간신히 마시고나서야 입을 해방시켜주었다. 몸이.. 마음이 더럽혀져가는 감각이 괴롭다. 뱃속에 쏟아내려진 백탁이 자신의 존엄을 갉아먹는다.

 

“자 이쁘게 햝아”

 

뽑아낸 물건을 다시 자신의 뺨에 문지른다. 물건에서 자신의 침과 남자의 정액냄새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입을 닫힌다. ‘이제 냈으니 만족하라고.. 그만해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또 다시 앞머리가 당겨졌다.

 

“이해를 못하나본데 지금 너에게 거부권은 없다고 빨리 우리를 기분좋게 안하면..”

 

노려보고 저항하니 귀찮은 듯이 내 가방에서 쭈뼛쭈뼛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리고 그걸 내게로 돌리자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움찔하고 등골에 오한이 서렸다. 적당히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나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그곳에는 에나의 DM이 적혀있었다.

 

“말 안들으면 여기에 아까 찍은 사진 보내버린다?”

“윽! 싫어! 그만해!”

“그럼 말 잘 들으라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런 모습 그런 제목으로 에나한테 보내진다면 견딜수 없다.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알고도 옆에 있는 것을 골라준 에나에게마저 버림받는다면,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할지 모른다. 사라지고 싶다 따위 에나를 떠올리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토할것같은 기분이지만 어떻게든 기력만으로 그것의 얼룩을 핥는다. 그러자 머리카락을 문지르던 남자가 행위를 빠르게 했다.

 

“아 그 햝고있는 얼굴 진짜... 좋다. 나도 낼게”

“!?싫어! 기다려 켁! 그각!!”

 

머리를 잡아 당겨져 그것과 엉켰다. 스르륵하는 소리가 나고 얼굴에 머리에 미지근한 점도가 높은 액체가 감겨붙는다. 마음에 들던 리본도 그 액체를 빨아들여 젖어든다.

 

“아..아..아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유리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머리카락도 생각보다 괜찮던데 그래도 부족하니까 입 써도 될까?”

“오 사양 말고 써. 난 한번 냈으니까 쉴게.”

“뭐, 슬슬 이쪽도 써도 될까?”

잡스럽게 물건을 입에 들이박자 적당히 구경하던 다른 한 사람이 치마 밑을 쓰다듬는다. 미즈키는 저항할 기운도 없어 후들후들 떨고 있을 뿐이다.

 

“오, 좋은데 돌리진 마, 달린 거 보면 시들해지니까”

“알아 안다고 그럼 이걸”

 

치마 안에서 손이 난폭하게 움직여 팬티를 벗긴다. 그리고 치마를 걷어내 엉덩이가 공기에 닿았다. 그리고 그 엉덩이에 뭔가 걸쭉하고 차가운 액체가 흘러내린다. 그 차가움에 허리가 후들후들 뛰지만 그런 건 무시하고 엉덩이에 발라지고 만다. 징그러운 손놀림으로 엉덩이의 갈라진 틈을 쓰다듬어 흡수되게 한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지만, 그저 덜덜 떠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공포에 떨고 있으니 구멍에 손가락이 닿았다.

 

“아 역시 뒷구멍은 빡세네 로션해도 잘 들어갈지 의심스럽다”

“으응! 응! 각! 응!”

“얌마 그쪽 구멍만 신경쓰지말고 이쪽도 제대로 햝아라”

“오고옥!? 가악!”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듯 입구를 눌러 자극받는다. 엄지손가락이 안으로 삽입되 자극받아 괴롭다. 안에 로션을 스며들게 하려는 듯 점점 더 격렬해졌다.

 

“음.. 더 이상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이제 해버려도 될까 하면 구멍도 넓어지잖아”

 

그 말을 다 하기 전에 손이 허리를 잡아 고정된다. 그리고 로션으로 걸쭉해진 뒷구멍에 그것을 끼웠다. 그리고 물건을 문질렀다.

 

“아.. 확실히 엉덩이랑 허벅지는 살이 안붙었는데 피부는 촉촉하고 부드러워 기분좋다.. 진짜 관리를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잘했나봐”

 

구멍에 긁고있는 물건은 너머에서도 알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커져간다. 로션의 영향도 있어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만족스럽게 구멍에서 그것을 때더니..

 

“그럼 제대로 해볼까”

 

구멍에 팍하고 끝이 욱신욱신 삽입되어 왔다.

 

“응핫!!!옥앗!꺄아어ㅏㅇᄋᆞᆼ아ㅇㅇ아아앙아아!!!!!!!!!!!!!!!”

“야! 소리 내지마! 잘 물고있어!”

“어흑! 헙?!”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입이 막힌다. 통증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부서진다. 하체가 엉망진창이 되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아픔따위는 알바 아니라는 듯이 즈푸즈푸하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안으로 밀려간다.

 

“훗, 하아.. 겨우 전부 들어갔다 너무 쪼이는데 하핫 미즈키짱 처녀상실 축하해?”

“아하하, 첫 경험이 이런 무드없는곳에서 막 만난 남자한테라니 불쌍하네~”

 

통증에 기절할 거 같아 그런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차라리 의식이 날아가 버리면 편안해질 수 있을 텐데. 그것은 안에서 난폭하게 율동 하는 움직임 탓에 이뤄질 수 없었다. 질퍽질퍽 더러운 물소리와 연동하여 몸이 심한 통증이 온다.

 

“이랴! 핫! 꽤 좋다. 남자라도 갈 수 있구먼 질퍽질퍽하고 옥죄어서 기분 좋아!”

“허 그럼 나도 나중에 그쪽 구멍 써봐야겠네”

“아아 좋지. 큰일났다 존나…. 기분…. 좋아”

“오 거기 파고드니까 이쪽도 조임 좋아졌네 나도 싼다”

“흐익??!!!!!”

 

입과 뒷구멍에 콸콸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점점 더러워지고…. 의식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질질 나가는 감각조차도 아프다…. 그것이 몸의 통증인지 마음의 통증인지조차 모르겠다.

 

(누군가…. 에나…. 에나…. 살려줘….)

 

목이 아파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난폭하게 찔린 목은 이미 의미 있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손목이 묶여 있어서 그 손을 뻗을 수도 없다. 통증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을 텐데 뺨에 흐르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좋을 대로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식을 놓기 직전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에 찬물이 부어졌다.

 

“후 흑!? 컥! 컥! 캑”

 

의식이 강제로 돌아왔다. 차가움과 목에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숨이 차서 잠이 깬다. 놀란 얼굴로 남자의 얼굴을 보니 웃고 있었다.

 

“맘대로 자려고 하지 마,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반응 없는 인형으로 놀아도 재미없으니까 더 재밌는 반응 보여줘 봐”

 

‘아아. 도망갈 권리조차 없나…. 그들에게 나는 흥분되고 즐거운 성욕처리 장난감에 불과한 거야…. 이게 ‘귀여움’을 관철해 온 결과라니…. 아하하, 이제 어찌 돼도 좋아….‘

 

“그럼 뒤쪽 교대한다.”

“오, 나 2번은 더 박을 수 있어.”

“어이 이쪽 핥아”

 

’이제는 포기할 수밖에 없잖아….‘

삐걱삐걱 금이 가는 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아!! 기분 좋았다. 남자랑 한건 처음인데 느낌이 좋네. 아핫, 엉덩이 구멍 많이 써서 너덜너덜해졌어 피도 나고 있잖아? 많이 더려줘졌으니 청소해 두라고~?”

“그럼, 우리 이제 돌아갈게. 가방 거기 있으니까 너도 쉬면 돌아가~”

 

그런 제멋대로의 뒤처리를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몇 분인가, 몇 시간인가, 며칠이 지난건가.. 영원히 느꼈던 굴욕과 고통 속에선 시간 감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분노나 슬픔, 고통이 먼저 나와야하는데 미즈키가 처음에 느꼇던 것은 안도였다. 이젠.. 돌아올수 없을정도로 더러워져 버렸다. 그래도 끝난게 너무 기뻣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전에 돌아가야 해..)

 

제멋대로인 남자들 말대로 따르긴 싫지만 한시라도 빨리 ’없던 일‘로 하고 돌아가고 싶다. 만약 이런일이 있었다는게 에나에게 알려지면 걱정을 끼쳐버린다. 그러나 아직 밧줄에 꽁꽁 묶인 채였다. 밧줄을 풀려고 몸을 비틀면 하체에서 뇌를 관통하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윽!!!”

 

거세게 숨을 내쉰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도와줘.. 고통에 뇌가 기능을 정지하며 의식이 강제로 셧다운됐다.

 

 

.......

 

 

“아 진짜! 왜 답장 안하는거야!”

 

에나는 오늘 조금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미즈키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이 재밌었다고 말했더니 영화 블루레이가 있으니까 빌려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즈키가 평소보다 늦게 학교에 남고 에나는 조금 일찍와서 전달받으면 완벽! 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문자에도 전화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바로 읽거나 받지 못하는 상황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미즈키가 약속을 잊은건 이상한 일이다.

 

“아 맞다! 저기 린”

 

 

핸드폰에 말을 건다. 그러자 화면에서 커다란 리본이 특징인 금발의 버추얼싱어가 나왔다.

 

 

“...뭐야?”

 

“린 미즈키 핸드폰에도 이렇게 나올 수 있지?”

 

“그런데?”

 

“그럼 말이야 미즈키가 어디 있는지 좀 봐줄래? 전화도 문자도 받질 않아”

 

“... 나를 전령으로 삼으려는거야?”

 

“부탁해~! 해주면 저번에 맛있다고 했던 케이크 사다줄게!”

 

“물건으로 낚일 수 있다고 생각해? 과자에는 관심없지만.. 뭐 그렇게까지 부탁하면 해줄게”

 

 

그러더니 문득 화면에서 사라졌다.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린의 답장을 기다렸다.

 

 

“어? 여기..”

 

린이 미즈키의 스마트폰으로 날아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깜깜한 네모난 공간이었다. 방 같지만 그것치곤 전기가 없어. 벽에 작은 창이 하나 달려 있고 거기에 오렌지빛 석양이 비치고 있을 분이다. 설렁설렁 주위를 둘러보니 축 늘어져 있는 미즈키가 있었다.

 

“!!? 미즈키! 미즈키?!”

 

“...........”

 

“잠깐! 에나가 걱정하고 있어! 빨리 일어나!”

 

“..........”

 

“윽!”

 

 

영문을 모르겠다. 이 상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린은 초조하게 에나의 폰으로 돌아간다.

 

“에나!”

 

“아 린... 어땠어? 쟤 혹시 약속 잊어버리고”

 

“아니야! 미즈키.. 쓰려져있어서...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

 

“하아!?”

 

 

에나는 서둘러 방을 찾아다닌다. 불이 안 켜져 있고 작은 창문밖에 없는 방...

 

 

“저기 린! 다른 단서는 없어? 사람이 있었다던가 물건이 놓여 있었다거나.”

 

“이불 같은 쿠션 위에 미즈키가 쓰러져 있고, 뒤에 막대기나 로프가 벽에 있었어 그리고 공이 가득든 바구니가 있더라”

 

“그거 체육도구실 아니야!?”

 

가능성을 떠올리고 전력으로 달린다.

그리고보니 오늘 그놈 축구부의 조력자를 한다고 했다. 체육관 용구실로 가는 길에 아키토에게 전화했다.

 

“잠깐 아키토!”

 

“시끄러워, 갑자기 고함치지마. 무슨 일이야 쇼핑이라면”

 

“아니야! 미즈키가 체육용구실에 갇혀있을까봐 찾고있어!”

 

“아키야마가?”

 

“밖에 있지!? 찾아봐!”

 

“네네 알았어 도와줄게”

 

대답은 퉁명스러웠지만 대답이 돌아오기전에 이미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체육관 용구실을 뒤져봤지만 미즈키는 없었다. 곧바로 바깥 용구실로 향하니 문가에 아키토가 서 있었다.

 

“미즈키는!?”

 

“...없어. 정말 정확한 정보야?”

 

“비켜!”

 

“잠깐! 야!”

 

아키토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미즈키는 없다 하지만 린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오렌지...”

 

“엉?”

 

“여기 석양이 안 들어오잖아!”

 

작은 창문에서는 빛이 쏟아지는데 그것은 코트를 비추는 하얀 조명이었다. 린은 불이 들어오지 않은 방에서 주황색 빛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석양인가... 아, 그러고 보니”

 

“뭔지 알아!?”

 

“아니 운동부용 동이 서쪽에 있는데 거기에 소지품이나 동아리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창고가 있어. 뭐 결국 코트에 가까운 용구실에서 끌어내는 게 편하다고 지금은 아무도 안쓰지만”

 

“! 거기! 안내해 줘!”

 

“야! 잡아당기지 마!”

 

아키토의 팔을 잡아당겨 그곳으로 안내시켰다. 아키토 말대로 손질도 안되고 쇠 부분은 녹이 슬어 있었고 주변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아키토가 손을 대자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열쇠 안 잠겨있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히익!”

“어이 아키야마?!”

매트리스 위에 상반신을 맡기듯 쓰러져 있는 미즈키가 있었다. 가방이 열려 있어서 스마트폰이 밖으로 내던져져 있었다. 손목은 뒷짐을 지고 있고 가늘고 하얀 피부에 피가 배여있었다. 늘 손질하던 푹신한 머리는 부스스해져있고, 끈적끈적한 것이 달라붙어 뺨과 턱까지 흘러내렸다.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리본도 많은 양의 수분을 마셔 뒤죽박죽이 돼 있다. 치마 틈으로 보이는 사이에는 로션과 백탁과 피가 섞여 바닥에 걸쭉한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더러운 액체로 넘쳐났다. 입고있는 크림색 카디건은 곳곳이 찢어지고 더럽혀져 어떤 행위를 당했는지 온몸으로 알리고 있었다. 이것은 잡아먹혔다는 표현이 맞는 끔찍한 참상이었다. 밀폐된 공기는 습하고 진한 남자의 냄새가 배어있어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즈키는.. 여기에 갇혀서 무슨일을 당한건지..

 

“으.. 우욱”

 

“버티기 힘들면 떨어져 있어”

 

나도 모르게 문에 등을 부딪친다.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속이 메스꺼워지고 목구멍에서 시큼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우웨엑”

 

근처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몸에 쌓인 기분나쁨을 토해냈다.

 

“하아.. 하아..”

 

“어이 괜찮아?”

 

“괜찮아, 그럼..”

 

하지만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분명 미즈키는 더 아프고 괴로웠을테니까. 휘청휘청 돌아오자 아키토가 손목의 밧줄을 풀고 소독하고 있었다. 옷이나 머리에 달라붙어 있던 얼룩도 젖은 수건으로 닦아냈다고 한다. 에나는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 미즈키에 걸치게 한다.

 

“어이 더러워질거야”

 

“상관 없어”

 

“...그렇구나. 그럼 보건실로...”

 

“내 방”

 

“아?”

“미즈키를 대리고 가서 내가 간병할거야”

 

“저기.. 이 상태 아무리봐도 사고같은건 아니잖아? 선생님이랑 상의하고 뭐하면 경찰도”

 

“미즈키가 싫어할거야”

 

 

여기서 사건을 키우면 가장 미즈키가 더 고통스러워 하는 결과가 될수 있다. 학교에 소문이 퍼지면 그렇지 않아도 예전부터 상처가 깊은 미즈키에게 소금을 뿌리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설명을 들은 아키토는 맙소사 하며 미즈키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체육용구실에서 나온다.

 

“너 수업은?”

 

“하? 이 상태에서 수업이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 돌아가자”

 

“네네네”

 

에나는 미즈키의 가방을 잡고 아키토와 함께 교문을 나섰다. 하늘은 오렌지와 짙은 파란색 그라데이션으로 되어있었다.

 

“아키토”

 

“앙?”

 

“이걸 한 범인... 알아내줘. 특정되면 나한테 알려줘”

 

“...알았어, 너무 무리는 하지마”

 

 

 

돌아오는 길 밤바람은 유난히 강하고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