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내가 말한다

따스한 햇님아 나 시한편만 내려주오

창살 사이로 깃드는 볕뉘와

머리위로 내리꽂는 뙤약볕과

오중에 빼곡히 볕기가 있는데

무엇을 더 네게 내리라는 말이냐


그러더니 햇님이 말한다

날쌘 바람아 나 시한편만 보내다오

굴뚝 연기 실어가는 실바람

푸른 물결 굽이치는 산들바람

겨울 옷섬 쟁여매는 하늬바람에

내게 무엇이 또 필요해 보내달라는 성인가


그리고 바람이 말한다

어여삐 꽃님아 나 시한편만 보여오라

겸손 청아한 데이지가 있고

달다리 순정을 품은 금귤이 있다

달아오른 정열의 장미도 있거니와

그대 내게 무엇을 더 가져가겠다는 것인가


이내 꽃님이 말한다

똑똑한 인간님아 나 시한편만 가꿔주오

그대 힘으로 마른 토양 다시 부흥해주고

좋은 양분과 맑은 빗물 많이 품게 해주면

내가 힘내서 발아하여 그 무엇이든 될 것이라


그러나

나는 이 한마디로 모두에게 말을 끝맺으니

아무도 더 내리거나 보내거나 보이지도 말라

그것은 일신이 홀로 매진하여 다할 일이 아니오라


그러자 온세상이 일시간 동안 멈춘 듯 아늑하였고

나는 아늑한 채 더이상 궁구하기를 금하기로 한다

남아서 움직이는 것은 오직 가벼운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