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없이 뛰는 말발굽 소리를 들어라

알눈도 구르지 않는 죽은 전경에

죽어야 살 수 있는 목숨들이 있다

일하지 않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데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는 작동이 있다


넘지않고 넘나드는 담쟁이넝쿨을 보아라

생각하지 않고 읽는 백과전집 속

태우지 않고 흩날리는 소각장에서

팔지않고 이윤을 내는 장사꾼들과

말하지않고 전달하는 이야기꾼들이 재잘댄다


이것은 기어코 환영이 드실거리는 세상이다

환영 속에 환영. 밖에도 환영. 오직 환영.

이상물체들 사이의 마찰은 마찰되어 사라졌다

마찰없이 운동하는 이상물체만이 존재한다

현대라는 이름에서 스미는 이 시큼한 금속성 미각


금속성 종양이 입안에서 자라있다면 삼키거나 뱉어라

그러나 삼켜도 찣어지고 뱉어도 찣어진다.











초소의 사슬벽은 넘지않고 넘나드는 담쟁이에 옭아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