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2017년에 니어 오토마타가 출시했는데 그때 일본에 살고 있었던 나는 예약구매 홍보 입간판을 보자마자 2B에 한눈에 반해서 정가를 때리고 샀다.

다른 애들이 요코타로가 어쩌고 전작이 어쩌고 하는데 다 처음 듣는 소리였고 2B 응딩이고 뭐고 게임 영상이나 움짤 하나 안 찾아보고 그냥 길거리 입간판에 있던 2B 하나 보고 질러버렸다.

지금이면 그런 식으로는 게임 절대 안 지를 텐데 그때 뭔가 씌었나 보다.

좆본 애들 게임 존나 비싸게 판다. 얼마였는지 자세히 기억 안나는데 7천엔  넘은 듯. 지금 스팀 가격이랑 비교해 보면 한숨 나오는 가격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후회 안 한다.


첨에 게임 하는데 튜토리얼을 끝내면 팅겼다. 또 끝내면 또 팅겼다. 니어 오토마타는 오토세이브가 없어서 세이브포인트까지 가야 저장이 되는데 그냥 튕기기만 했다.
나는 2B 하나만 보면서 팅기면 새로 하고 팅기면 새로 하고 팅기면 새로 하면서 될 때까지 했다. 튜토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팅겼는데 팅길 때마다 세이브포인트에서 시작했다.

나중에 알려지기로는 지포스 700번대 그래픽 카드에만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는데 하필 내 그래픽카드가 780이었던 것이다. 그건 게임 다 클리어 하고 나서야 알았다.



 진짜 미친듯이 몰입 해서 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몰입해서 한 게임이었다. 사실 존나 과몰입이었다. 게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니어 오토마타는 액션 게임으로서는 저평가를 많이 받는다. 액션성이 구리다는게 주 이유인데. 이건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연출이 좀 더 멋질지언정 조작감 자체는 붕괴3rd 수준이다. 그냥 타이밍 맞춰서 회피키 누르고 약공격 강공격 잘 섞는게 끝이다.

그래서 데메크, 베요네타 생각하고 온 액션겜 유저들은 이게 무슨 액션이냐며 침을 뱉었다.

특히 2회차에선 아예 액션이 배제되고 해킹 미니게임 위주로 진행되는데, 1회차를 견딘 애들도 2회차에서 접는 사람이 속출하는 게임이았다



나는 지금도 니어 오토마타가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니어 오토마타에 액션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을 끝까지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니어 오토마타는 2B와 9S 의 처절한 러브스토리 SF 드라마였다. 특히 연출이 너무 뛰어났다.

니어 오토마타는 총 3회차에 걸쳐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1회차는 2B 시점 , 2회차는 9s 시점, 3회차는 스토리 마무리이다.


1회차에서 이미 2B에게 벌어지는 수많은 역경들을 보면서 가슴아파 했고 1회차 엔딩 때 이미 한 번 울었다.

1회차에서 2B 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게임을 했다면, 2회차에서는 과몰입의 화신이 됐다.


2회차 처음 시작할 때, 1회차 때 했던 게임 설정을 장면을 9S 시점으로 다시 재생시켜 주는데 이걸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2B 를 사랑하는 9S 의 관점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는 9S만큼 혹은 이미 더 크게 2B 를 사랑하고 있었다.


진짜 9S에 빙의해서 게임을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남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해킹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작업들이었다.

그건 전부 2B 를 위해서 한 해킹들이었으니까.. 나에게 있어서는 꼭 해야만 하고 몇 번이고 해 주고 싶은 일이었다.



그리고 3회차에서.. 여긴 정말 스포일러가 심하니까 아직 안 해봤고 앞으로 해 볼 사람은 안 읽는걸 추천함.






3회차에서 2B가 죽고 9S로 진행을 하는 내 심정은 정말 참담했다. 진짜 9S 처럼 당장이라도 흑화할 수 있는 심정이었다.
특히 2B 고인능욕 장면에서는 패드를 잡은 채로 진짜로 쌍욕을 퍼부었다.

마치 동네 할머니들이 드라마 내용을 진짜라고 생각하고 배우 욕하듯이...

하지만 그 장면에서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렇게 과몰입한 상태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정말 개빡친다. 9S도 빡쳤다.

3회차는 이미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면서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탈진이 걱정되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마지막에 2B와 9S 되살리는 여정에서 도와주는 플레이어들이 나타났을 때( 사실은 단순 연출에 불과했겠지만) 는 반대로 감동해서 울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미련 없이 세이브를 날려 버렸다.

(앞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 길에 들어섰을 때 내 세이브 파일을 희생시켜서 도와줄 거냐고 물어봄.  거기서 예 를 누르면 세이브가 날라감. 단순 연출이었겠지만 그 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도와줘야지 시팔.)



아무튼 니어 오토마타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측면에서 뛰어난 게임이었다고 생각되고... 액션을 기대한다면 아마 지금 시점에서는 퍼니싱보다도 아래 급이 아닐까 싶긴 하다.


이후에도 상당히 과몰입해서 했던 게임으로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가 있긴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만큼은 아니었다.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몰입한 게임이었고... 사랑했다 2B..



지금도 니어 오토마타 엔딩 OST 들으면 울어서 안 들음.


기억 지우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할 수 있으면 그때의 풀프라이스 2배로 낼 자신 있음



아 그래서 쉬발 나도 집가서 퍼니싱 하고싶은데 언제가노 쉬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