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작별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남기고, 아이라는 스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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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 : 메이카 선생님께;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있을 때면, 저는 예술협회에서 제 길을 가고 있을거에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지 몰라도 저만의 길을 찾았어요.

이런 결정을 해서 죄송해요, 메이카 선생님.

그렇지만 구조체가 된 건... 이 결정은 일시적인 변덕이 아니에요.

저는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밝은 작품들을 그리고, 그것들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왔어요.

세레나가 구조체가 되겠다는 결정을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창 너머의 영원한 별빛의 밤을 뚫고 날아가는 입자포의 분홍빛 광선을 보았을 때;

운송선 근처에서 검붉은 감염된 미사일이 터지고 잔해가 되는 것을 보았을 때;

세레나가 잊고 있던 캐러멜 푸딩처럼 새까맣게 변한 요격기를 보았을 때;

마침내 제가 어떤 길을 가야할지 깨달았어요.

선생님께 전에 설명한 것은... ‘진짜’세상이 아니었어요.

그건 무균실에서 재배되는 유전적으로 맞춤화된 꽃과 같았어요. 유리 덮개를 제거하면 금방 산화되어 시들어 버려요.

영원한 ‘현실’에 비하면 한 때의 즐겁던 나날들은 너무나 사소한 것이었어요.

이제는 알았어요...

이 세상의 잔혹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게 힘이 필요하단걸요.

그렇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이 퍼니싱 바이러스에 맞설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상의 진리를 탐구할 수 있겠어요.

현실을 창조할려면... 필요한 일이에요.

화실의 어둠속에서, 개인 단말기와 같은 무언가는 같은 통신기록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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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 시간이 없어...!

세레나 : 잘들어, 아이라.

세레나 : 우리가 계속 진짜 세계를 그리는 한, 우리의 길을 바로잡을 수 있어.

세레나 : 아이라...


구조체 병사 : 그것들이 온다!



통신 중에 지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속이 절단되는 소리가 들렸다. 땅바닥에 무거운 물체가 내던져지는 울림.

... ...



아이라 : 세계의 ‘진실’을 그려볼까...

아이라 : 자, 진실이 무엇인지 내가 가까이 볼 수 있게해줘.



어딘가의 냉각액 관이 깨진 것일까, 회색의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낫의 뜨거운 칼날에 액체가 튈 때 마다 순간적으로 증발해갔다.



아이라 : 세레나, 이제는 네 기분과 선택을 이해할 수 있어.

아이라 : ‘Tempest’의 희망찬 마지막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네가 이 잔혹한 세상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야.

아이라 : 나 또한 지금 전장에 서있어... 항상 내 곁에 네가 있는 것 같아.

아이라 : 그럼, 기다려줘. 세레나...